참살이의꿈

친구의 터

샌. 2005. 7. 10. 19:24

전원생활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있는 터의 이웃에도 금년에만 외지에서 세 가구가 새로 들어왔습니다. 그 중에 두 집은 집을 지었거나 공사 중에 있습니다. 이때껏 지낸 중에서 올해가 제일 이동과 변화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개 완전한 귀농은 아니고 주말만 이곳에 내려와서 보내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도시와 시골의 이중생활입니다. 그러다가 더 나이가 들면 완전히 옮길 계획들인데, 시골의 빈터를 이용해서 텃밭을 가꾸며 자연과 가까이 하려는 그 마음은 보기에 좋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속적으로 그 생활을 지켜 나가는 사람은 보기가 어렵습니다. 대개 처음에는 전원생활에 대한 환상에 빠지는데 현실을 극복할 에너지를 보충 받지 못하면 중도 포기를 하게 됩니다.


제 직장 동료도 작년에 가평에다 터를 구했습니다. 그동안 말로만 설명을 들었는데 이번에 몇이서 같이 터 구경을 갔습니다.

 



사람 얼굴도 화장하기 나름이듯이 땅도 정리하고 손을 보는데 따라서 그 모습이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제 경우와 달리 이 친구는 투자를 많이 해서 터를 잘 가꾸어 놓았습니다. 돌이 수 십 트럭이나 들어온 것 같습니다. 역시 스케일이 크다고 웃어넘겼지만 한편으로 부럽기도 했습니다. 또 동네에서 좀 떨어진 독립된 곳이라 이웃과 마찰이 생길 여지가 적어 좋아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외진 곳도 아니어서 터를 잘 고른 것 같아 보입니다.


친구는 같이 간 동료들에게 터를 구할 때는 꼭 뒤에 국유림이 있는 곳을 선택하라는 충고를 해 주었습니다. 그 말에는 전적으로 공감을 합니다. 저도 뒤에 숲을 보고 터를 잡았지만 그것이 사유림이라 몇 년 가지 못했습니다. 설마 거기에 누가 손을 대랴 싶었는데 그 땅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고 포크레인이 들어와 파헤치더니 지금은 흉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만약 제가 앞으로 터를 다시 구한다면 동네에서 좀 떨어진 곳을 택할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동네 사람들과의 마찰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고, 그것은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가까이 이웃이 있어 오가는 정을 느낄 때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더욱 빈번합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로 서로 신경이 날카로워지기도 합니다. 서로 조심스러워져야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피곤한 일입니다.


친구는 터를 정하고 생활을 시작한지 이제 1년이 되어 갑니다. 가족 이름으로 기념 표석까지 설치할 정도로 낭만적이기도 한 친구가 지금의 열정이 계속 이어져 이곳을 행복한 보금자리로 만들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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