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비에 젖은 추석

샌. 2011. 9. 13. 17:21


비가 많은 해다. 고향에 내려가 있은 추석 연휴 동안에도 내내 비가 오락가락했다. 시골집에 내리는 빗소리는 요란하다. 야성의 소리다. 첫날 밤은 사나운 낙수 소리에 여러 차례 잠을 깼다.

 

백 년도 못되는 짧은 인생이지만 누구나 삶의 신산을 맛봐야 한다.큰 병만고통이 아니다. 손톱 밑의 가시가 도리어 당사자에겐 견디기 힘든 아픔이 될 수가 있다. 연민의 눈으로본다면 이해 못 할 일도, 사람도 없다. 이 세상에 나서 아름다운 일은 그대를 믿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송편 빚어 가마솥에서 찌는 풍경만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집과 동네는 썰렁하다.외지에 사는 자식들 휭 하니 왔다가 휭 하니 사라진다. 따스한 정을 나누기보다는 서로 스트레스 받고 상처를 주고받는 게 현실의 가족 관계가 아닌가.그나마 다 모이기라도 하면 다행이지, 어머니의 가슴으로도 한 자락 빈 바람 지나는 소리가 들린다.난 일부러 더 큰 소리로 웃었다.

 



동생이개 한 마리를 데려왔다. 전의 흰둥이는 매제 건강을 위해 살신성인했다. 얘는 자그만 애완견이니 그럴 염려가 없을 것 같다. 생김새도 귀엽다. 줄을 풀고 밖으로 데리고 나가니 좋아라 하며 잘 따라다닌다. 어머니의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멀리 있는 자식보다 가까이 있는 이놈이 어머니에게는 더 위안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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