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불의(直不疑)는 남양 사람으로 낭관이 되어 문제를 섬겼다. 그와 같은 숙소를 쓰던 낭관 중에 휴가를 얻어 집으로 돌아간 자가 있었는데 실수로 같은 방을 쓰던 다른 낭관의 황금을 가지고 갔다. 얼마 후에 황금 주인은 황금이 없어진 것을 알고 함부로 직불의를 의심하였다. 직불의는 자기가 가져갔다며 용서를 빌고 황금을 사서 돌려주었다. 그 뒤 휴가를 얻어 집으로 갔던 사람이 돌아와서 황금을 돌려주자 황금을 잃어버렸던 낭관은 매우 부끄러워했다. 이 일로 직불의는 장자(長者)라는 칭송을 받았다. 문제를 그를 뽑아 썼고, 직불의는 점점 승진하여 태중대부에 이르렀다.
- 사기(史記) 43, 만석장숙열전(萬石張叔列傳)
이 열전에는 만석(萬石), 위관(衛綰), 직불의(直不疑), 주인(周仁), 장숙(張叔)이 나온다. 다섯 명 모두 어질면서 올바른 처신을 한 한나라 신하들이다.
그중 직불의에 관계된 에피소드가 두 개 소개된다. 직불의는 황금을 가져갔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서도 이를 해명하기는 커녕 자신의 돈으로 물어주었다. 이게 전화위복이 되어 어진 사람이라는 칭송을 들으며 승진까지 하게 된다. 직불의 같은 행동을 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른 하나는 직불의가 형수와 정을 통하고 있다는 무고가 황제에게 들어갔다. 이때도 직불의는 결백을 밝히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저는 형이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아도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진다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대응이 아닌가 싶다. 그만한 인품도 뒷받침되었을 것이다. 직불의는 노자의 학설을 배웠다는데, 이를 삶에 실천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다른 사람이 관리로서의 자기의 직책을 알게 될까 봐 두려워했다고 한다. 직불의 같다면 주변에 적을 만들 일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무난한 관리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는지 모른다.
조정에는 여러 종류의 신하들이 있다. 물욕이나 권력욕에 눈이 먼 자들만 아니라 인간의 본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이런 신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안목이 아닐까. '인사가 만사'라는 정치계의 금언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