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를 따스하게 그려낸 영화다. 무겁게 다루어질 수 있는 주제인데 유머러스하면서 인간미가 느껴지는, 그러면서 심금을 울린다. 짜임새도 훌륭해서 감독의 역량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나문희 배우의 열연이 뒷받침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 영화의 장점은 등장인물 모두에서 느껴지는 포근한 인간미다. 조역으로 나오는 시장 사람이나 공무원 같은 모든 캐릭터가 인간이 품위랄까, 인간다움을 지켜내고 있다. 그 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 나옥분 할머니와 가깝게 지낸 시장의 가게 아줌마가 할머니가 위안부로 밝혀진 후 눈을 마주치지 않고 거리를 둔다. 그럴 수 있느냐고 찾아가 따질 때 아줌마는 서운한 감정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둘이 껴안고 우는 장면에서는 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 극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한 인간의 내면에 드리운 상처를 어떻게 해결되어 나가는지를 '아이 캔 스피크'는 잘 보여준다. 감춘다고 덮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정면으로 대응할 때 치유의 길이 열린다. 옥분 할머니도 위안부임을 숨기며 살아왔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활동하던 친구가 치매에 걸려 병상에 눕자 세상에 나온다. 영어를 배우고 "I can speak"로 시작하며 미 의회에서 증언한다.
'아이 캔 스피크'는 주체적인 인간으로 변해가는 옥분 할머니를 통해 그렇게 함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민원 할머니로 통하며 궂은일을 마다치 않는 모습은 내면의 상처를 가리기 위한 몸짓이었는지 모른다. 인간의 진정한 힘은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따르는 데서 나온다. 우리도 "I can speak"라고 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옥분 할머니를 통해 그런 용기를 얻는다.
전체적으로 깔끔하면서 따뜻한 영화다. 과거의 비참한 역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보다 할머니의 실제 삶을 통해 간접적으로 고발한다. 밝고 능동적인 분위기가 좋다. 추천할 만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