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 박노해

샌. 2011. 1. 12. 13:04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꽃이 피었다고 말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별이라고 말하지만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그가 변했다고 말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가 무너졌다고 말하지만

 

꽃도 별도 사람도 세력도

하루아침에 떠오르고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나빠지고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좋아질 뿐

 

사람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세상도 하루아침에 좋아지지 않는다

 

모든 것은 조금씩 조금씩 변함없이 변해간다

 

-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 박노해

 

내 작은 걸음으로 언제 저기까지 갈 수 있을까 싶다. 그러나 뒤돌아보면 떠나온 곳은 아득하게 멀다. 작은 걸음이 모이고 모여 산을 넘고 강을 건넌다.

 

인생에 왕도는 없다. 모든 것은 조금씩 변함없이 변해간다. 나는 나의 속도로 변하고 있고, 세상은 세상의 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그러므로 가슴에 별을 품은 그대여,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말아라. 욕심내지 말고 조금씩 꾸준히 살자. 연약한 눈송이도 한결같이 쌓이면 세상을 하얗게 색칠하지 않는가. 이렇게 추울수록 겨울 꽃눈을 깨우는 아기의 숨결 같은 봄기운을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