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진인사대천명

샌. 2010. 11. 25. 10:42

요즈음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을 많이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최선을 다해 살지만 결과에는 초연한 마음이 진인사대천명이다. 운명에 저항하지 않고 길흉화복에 괘념하지 않는다. 그런데 ‘진인사’는 그렇다 치고 ‘대천명’의 마음가짐은 무척 어렵다는 걸 느낀다. 마음이 텅 비지 않으면 대천명이란 불가능한 것 같다. 티끌 같은 이익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게 인간인지라 들고나는 일들에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쉬운 게 아니다.


세상일이라는 게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안 되는 일은 안 되게 되어 있다는 사실만 받아들여도 세상살이가 훨씬 가벼워질 것 같다. 하늘의 뜻을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순명이다. 이런 태도는 나약하고 현실 타협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음 바탕이 넓고 훤하지 않으면 순명이나 진인사대천명의 경지를 맛볼 수 없다. 또 ‘대천명’을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제대로 ‘진인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행위야말로 최상이기 때문이다.


별 일이 없고 편안하게 지낼 때는 마음은 대인을 닮아 보인다. 그러나 난관이 닥치면 마음은 허둥대고 소인이 되어 버린다. 그럴 때는 마음자리가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결과와 열매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나를 알아주지 못하다니 원망과 분노에 휩싸이고 때로는 자학에 빠진다. 진인사대천명은 너는 마땅히 할 일을 할 뿐 뒷일은 하늘에 맡기라고 한다. 그러나 마음 그릇이 아직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지 늘 노심초사, 안절부절 한다. 세상사에 초연해지고 싶지만 머릿속 얕은 생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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