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시월의 마지막 날

샌. 2010. 10. 31. 13:53

시월의 마지막 날이 되면 왠지 쓸쓸해진다. 한 해가 다 지나간 것 같다. 마음이 시리다. 11월과 12월이 남아있지만 가는 해가 아쉬워서 주어진 여분의 달 같다. 오늘이 일년의 마지막인 듯 허전하다.

 

낙엽은 떨어져 쌓이고 가을은 더욱 짙어간다. 이별, 아쉬움, 슬픔, 그리움, 추억, 눈물, 후회....이런 시월의 마지막 날 이미지는 이용의 노래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시월의 마지막 날' 반대편에는 '오월의 첫날'이 있다. 그의 화실에서는 'First of May'가 춤을 추었다. 창으로는 오월의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들어왔다. 늘 무거웠던 그의 표정도 환하게 밝았다.

 

Now we are tall, and Christmas trees are small

And you don't ask the time of day

But you and I, our love will never die

But guess we'll cry come first of May

 

일년 중에서 5월부터 10월까지는 양의 시기다. 생명이 약동하는 때다. 11월에서 4월은 음의 기운이 강한 때다. 그래서 마지막 날은 10월과, 첫날은 5월과 궁합이 맞다. '시월의 마지막 날'이라는 말이 누구나의 가슴을 울리는 이유다.

 

나는 몸살이 나서 커튼을 친 방에 꼼짝없이 누워 있다. 2010년 시월의 마지막 날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그래도 괜찮다. 할 일 없이 누워 있는 것도 재미난 일이다. '오월의 첫날'의 감미로운 멜로디 또한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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