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떨어지는 낙엽도 피하라

샌. 2010. 11. 9. 10:03

아침에 H가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


‘제대 말년엔 떨어지는 낙엽도 피하란 말도 있듯이 자기관리에 철저함도 필요할 것 같군요. 성향상 안공께서는 알아서 하시겠지만.... 혹시 과학실 실험시 학생안전 주의하시고 절대 음주운전하지 마시고 아침방송에서 "매일 밤 남편과 행복하소서!"라고 외치던 정00도 결국 땡중과의 섹스스캔들로 낙마했듯이 남녀관계는 동서고금 막론하고 모를 일이니 사모님이외는 12월까지 쳐다보지도 마시고 ㅋㅋ... 위의 사항을 참고하시면 인생2모작 진입도 무난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건조한 생활에서 이렇게라도 한 번 웃어보았다. 동료의 말대로 인생사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돌부리가 예고를 하고 발을 거는 것은 아니다. 어느 사람은 명퇴를 앞두고 있다가 음주운전에 적발돼 명퇴 자격을 잃어버린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몇 년 뒤에 사면 받을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하여튼 술과 여자는 남자 나이가 들수록 더욱 조심해야 할 대상인 것은 맞다. 젊어서는 애교로도 봐주지만 늙어 똑같은 짓은 주책이 되기 십상이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 는 말은 말년 병장들에게 썼던 말이다. 떨어지는 낙엽에 부딪친다고 별 탈이야 나겠냐마는 그래도 재수 없으면 스치는 낙엽에 놀라 뒤로 나자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뭐든 조심하라는 얘기다. 군대 있을 때 제대를 앞둔 K 병장은 마지막 일주일을 내무반에서 누워만 지냈다. 그편이 제일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할 일 없이 돌아다니다가 사고를 당할 여지를 아예 없애는 행동이었다.


어느덧 11월도 두 주째로 접어들었다. 정말로 이젠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다고 특별히 조심하는 건 없지만 기분이 싱숭생숭해지는 건 사실이다. 곧 떠난다고 생각하니 일에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무엇에 쫓기듯 괜히 초조해지고 평상심을 지키기 어렵다. 내가 원해서 결정한 일이니 미련이 남지는 않는데 어디서 스며드는지 모를 상실감이 늦가을 바람보다 더 서늘하다. 그게 사람의 마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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