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넷플릭스에서 영화 세 편을 보았다. 우연히 본 영화였는데 세 편 모두 인상 깊고 여운이 남았다. 이러기는 쉽지 않은데 횡재한 느낌이었다.
그중 한 편이 '더 홈즈맨(The Homesman)'이다. 19세기 중반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가 배경인데 척박한 환경에 내동댕이쳐진 여성들을 다루고 있다. 서부영화 장르에 들어갈 테지만 아메리칸 원주민과의 싸움이 소재인 전통적인 서부영화와는 결을 달리 한다. 고통받는 약자를 향하는 감독의 시선이 따스하다.
무대는 서부 개척의 최전선인 네브라스카로 거친 환경과 힘든 노동, 남편의 폭력으로 인해 여자의 삶은 피폐하다. 그중 세 여자는 정신 이상을 일으키고 미혼이었던 커디에 의해 그녀들의 고향인 아이오와로 옮겨지게 된다. 커디는 짐마차에 세 여자를 태우고 400마일의 위험한 길을 가야 한다. 영화는 이 과정을 그린 로드 무비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나아가는 여정이 세 여자에게는 치유의 과정이기도 하다.
토미 리 존스는 감독 겸 브릭스라는 남자 주인공으로 나온다. 여자 주인공 커디와 함께 존스의 원숙한 연기가 볼 만하다. 중간에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반전이 있다. 설마 이야기가 이렇게 전개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인간에 대한 연민으로 가득한 커디가 정작 자신은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다.
인류 역사는 무수한 아픔과 고통의 눈물로 쓰여 왔고 쓰이고 있다. 영웅이나 왕들 중심의 기록에는 이런 민초들의 고초가 없다. 영화 '더 홈즈맨'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역사적 실상을 드러낸다. 영화를 보고 난 뒤끝은 애잔하고 숙연하다.
두 번째 영화는 '늑대의 살갗 아래'라는 스페인 영화다. 인간 세상과 격리되어 살아가는 산 속 사나이와, 이 야생의 남자에게 팔려온 여자의 이야기다. 소통 부재가 빚는 비극이 아리다.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과연 누구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을까?
세 번째 영화는 덴마크 영화 '폭격'이다. 2차 대전 때 영국 공군이 덴마크 학교를 오폭한 실화를 다룬 영화다. 전쟁이 얼마나 비참한지를 잘 보여준다. 요사이 뉴스에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파괴되는 우크라이나 도시 사진이 매일 올라온다. 무고한 시민이 이유 없이 죽어가고 있을 것이다. 어떤 명분도 인간 생명에 앞설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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