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막달라 마리아: 부활의 증인

샌. 2022. 3. 20. 09:42

 

막달라 마리아를 보는 시각이 신선한 기독교 영화다. 부제가 '성경에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다. 신약성서에는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죽음을 지킨 여인으로 나온다. <마르코복음>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또 여자들도 먼 데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들 가운데는 막달라 여자 마리아, 작은 야고보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살로메가 있었다." - 마르코 15,40

"막달라 여자 마리아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가 예수를 모신 곳을 지켜보고 있었다." - 마르코 15,47

"안식일이 지나자 막달라 여자 마리아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살로메는 무덤에 가서 예수의 몸에 발라드리려고 향료를 샀다." - 마르코 16,1

"일요일 이른 아침, 예수께서는 부활하신 뒤 막달라 여자 마리아에게 처음으로 나타나셨는데, 그는 예수께서 일찍이 일곱 마귀를 쫓아내셨던 여자였다." - 마르코 16.9

 

기독교에서는 전통적으로 막달라 마리아를 비천한 여자로 취급하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여자를 예수의 제자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리라. 그러니 이 영화에서는 막달라 마리아를 여사도로 그리고 있으며, 예수의 심중을 가장 잘 이해하고 받아들인 수제자로 나온다. 최근에는 가톨릭에서도 막달라 마리아를 '사도 중의 사도'라고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예수는 기독교 교리를 통해 알게 된 예수와는 다르다. 인류를 죄에서 해방시킨 승리의 예수가 아니라 패배의 예수다. 예수는 자신을 메시아라거나 속죄양으로서의 구원자라고 하지 않았다. 갈릴래아 민중의 고통에 연민을 느끼고, 부패한 예루살렘의 유대교 성직자들에게 분노한 혈기왕성한 청년이었다. 예견한 십자가의 처형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길을 갔다. 막달라 마리아는 그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여인이었다.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도 그림이나 조각에서 보는 성녀의 이미지가 아니라 전형적인 시골 아낙네의 캐릭터로 나온다. 어쩌면 이것이 신화화하기 전의 실제 모습이었을 것이다. 영화는 갈릴래아에서 활동하던 예수와 제자들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우리가 머릿속에 품고 있는 고정관념을 벗겨버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면의 변화와 사랑의 실천을 강조하는 예수를 진실되게 이해한 사람은 막달라 마리아였다. 막달라 마리아가 귀신이 들렸다고 믿은 가족이 현자 예수를 집에 초대하면서 둘은 만난다. 귀신 든 게 아니라 너는 막달라 마리아일 뿐이라고 예수는 말한다. 예수의 눈빛과 말씀에 막달라 마리아는 운명적인 끌림을 경험한다. 예수를 따르기로 했을 때 "어둠의 길이 앞에 놓여 있다"라고 예수는 말한다. 그러나 막달라 마리아는 단호하게 대답한다.

"그 길을 함께 가겠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수를 오해하는 제자들과 막달라 마리아를 대비한다. 제자들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군중 봉기를 기대했으나 예수의 행동은 실망만 주었다. 예수는 더할 수 없이 비참한 죄인이 되어 죽었다. 그 사건 후 예수가 부활했다고 제자들에게 처음으로 전한 사람은 막달라 마리아였다. 막달라 마리아의 간절함이 예수를 다시 살아나게 했을 것이다. 막달라 마리아의 부활 확신이 기독교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막달라 마리아: 부활의 증인>은 정통 기독교 교리와는 다른 각도에서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를 그려 보인다. 일부에서는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를 부부였을 수 있다고 추측한다. 복음서에 기록된 대로 막달라 마리아는 제일 먼저 예수의 무덤을 찾아갔고, 부활한 예수를 누구보다 먼저 만나고 제자들에게 알린 이도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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