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습지생태공원에서 서하보를 왕복하다

샌. 2022. 8. 23. 13:18

경안천에 나갈 생각이 든 건 가마우지를 보기 위해서였다. 서하보 부근에 수백 마리의 가마우지 떼가 몰려와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사진에는 하늘을 까맣게 덮을 정도로 많은 가마우지들이 날고 있었다.

 

이왕 경안천에 나간 길에 걷기를 겸해서 습지생태공원에 주차를 하고 서하보까지 걸어서 갔다. 약 3km 정도 되는 거리다.

 

서하보는 이름 그대로 광주시 서하리에 있는 경안천을 가로지르는 보다. 보 옆에 사람이 건너는 다리는 높지 않아서 물에 쉽게 잠긴다. 서하보에는 지난 홍수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서하리(西霞里)는 '서쪽 노을이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뜻으로 신익희 선생 생가가 있다.

 

 

가마우지 떼를 보려던 꿈은 꽝이 되었다. 다른 곳으로 가 버린 모양이다. 대신 천 가운데서 쉬고 있는 왜가리와 백로를 멀리서 보았다.

 

 

늦여름 경안천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편안하다. 큰물이 났지만 연밭은 아무 이상이 없다. 홍수에는 인공 시설물들이 피해가 크다. 자연적으로 자란 나무들은 잘 버텨낸다. 그러나 사람이 식재하고 가꾼 나무는 견뎌내지 못한다. 물에 빠져나간 뒤 도시 강변의 둔치 휴식 시설을 보면 처참하다. 원상복구 시키는 데 엄청난 돈이 들 것이다. 반면에 자연 그대로의 자연은 피해도 적을뿐더러 제 스스로 금방 회복한다.

 

 

눈에 잘 안 띄는 구석진 곳에는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들이 모여 있다.

 

 

늘 주차장이 채워지는 경안천습지생태공원이지만 이날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선지 빈 의자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소득은 없었지만 가마우지 덕분에 두 시간여 강변 걷기를 잘했다. 이 정도라도 걸은 것은 근 한 달만이다. 코로나를 앓은 뒤에는 심신이 한 단계 더 늙어버린 것 같다. 감기 몸살은 앓고 나면 리세트 되는 산뜻한 느낌이 있는데, 코로나는 뒤끝이 지저분하다. 활기를 되찾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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