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열흘만에 외출하다

샌. 2022. 8. 14. 16:17

코로나로 감방살이를 하다가 열흘만에 탈출하다. 동네 산책을 하며 콧구멍에 바람을 쐬다. 그동안 너무 누워 지내서 허리가 아프고 머리도 띵 하다. 이 무기력증은 코로나 뒤끝이기보다 너무 몸을 안 움직인 결과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동안 책을 읽지도 못하고 블로그에 글을 적지도 못했다. 일상이 무너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늙고 병들고 죽는다. 그 과정을 관찰하며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험은 개체적이지만 또한 보편적이다. 위대한 사람의 일기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리라. 죽을 때까지 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몇 사람을 알고 있다. 그중 한 분은 암 투병의 고통 중에서도 글을 올리며 정신 승리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나는 코로나 따위에 일상이 망가졌다. 훗날에 대한 자신이 없다.

 

뒷 마을에 접어들면서 이번 폭우의 흔적을 본다. 도랑의 물이 흘러넘치면서 마을 도로가 엉망이 되었다. 찢긴 아스팔트 조각과 떠내려온 돌들이 뒹굴고 있다.

 

 

마을 뒤로 돌면 길은 산으로 들어간다. 습도가 높은 날씨라 느릿느릿 걷는데도 윗옷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산속은 풀벌레 소리가 요란하다. 일주일 전에 입추가 지났다. 가을이 오고 있다는 신호다.

 

 

동네를 한 시간여 산책했지만 지치기만 할 뿐 개운해지지는 않는다. 인간은 연약하고 가련한 존재다. 천 년 만 년 살듯 노래할지라도 한 순간일 뿐이다. 하루살이의 날개짓이 힘찰수록 더 애잔하게 보인다. 불안한 인생길에서는 당장 내일 어디서 무엇이 나를 걸려 넘어지게 할지 모른다. 열흘만의 바깥 걸음이지만 무언가 께름한 생각이 가득하면서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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