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하순의 뒷산은 선방처럼 고요하다. 여름 지나 초가을까지 요란하던 풀벌레 소리도 희한하게 딱 그쳤다. 바람이 스치면 바싹 마른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길에 깔린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낸다.
멀리 나가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보는 올해 단풍은 칙칙하다. 뒷산에 있는 단풍나무는 붉은 색깔이 드는 듯하다가 거무튀튀하게 변했다. 강수량이 적어서 많이 건조한 탓일까.
지난 두 주일은 바쁘게 지냈다. 둘째 주는 고향에 나흘간 가 있었고, 셋째 주는 바둑, 당구, 이웃 모임이 있었다. 평소에 비하면 나들이가 잦은 셈이었다. 그래선지 안정이 되지 못하고 뭔가 붕 떠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혼자의 산길이 고마웠다. 이때에야 비로소 위안을 받으면서 충만해진다. 사람 사이의 인연이란 무엇인지,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는 무엇인지를 자주 생각한다. 헤어날 수 없는 늪에 갇힌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아침 공기가 알싸해지고 가을이 불쑥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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