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이 영화를 추천하면서 꿈으로 된 세상 운운하며 어려운 얘기를 했다. 당연히 호기심이 생기는 영화였다. 그런데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인지 영화에서 별다른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재미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우선 헐리우드식 액션이 너무 많이 나와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꿈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무의식을 조절할 수 있다는 SF적 소재는 신선했지만 너무 잦고 긴 폭력 씬 때문에 도리어 방해를 받았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는 그런 장면들이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는 주요한 요소이기도 할 것이다.
'인셉션'(Inception)이란 꿈을 통해 상대방에게 특정한 의식을 주입시키는 것을 말한다. 영화에서는 재벌 2세가 상속받은 회사를 분할시키도록 만들기 위해 그의 무의식을 변화시키는 작업을 한다.그 과정에서 꿈 속의 꿈이 이어지며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다. 솔직히 영화에서 나오는 인과관계를 따라가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다만 꿈의 최심층부, 영화에서 '림보'라고 부르는 단계는 흥미로웠다. 인간 무의식의 한 단면을 영화가 묘사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게 여겨진다.
영화를 보고 나면 꿈과 현실의 경계가 애매모호해진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조차 꿈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없다. 2천여 년 전의 장자도 삶이 하나의 '큰 꿈'[大夢]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꿈 속에서는 꿈이라는 걸 모르듯이 우리도 죽고 나서야 삶이 꿈이었음을 알아챌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꾸는 꿈은 결국 꿈 속의 꿈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이란 인간 두뇌가 만드는 환영이고 이미지에 불과한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거대한 우주 회로에서의 한 순간의반짝임이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 세계라고 상상해 볼 수도 있다. 우리가 아는 것은 정말 먼지만큼도 못 된다.
그렇다면 영화 내용 전체가 단지 비행기 안에서 꾼 주인공의 꿈이 아니었을까? 영화를 보고나니 어디까지가 꿈이고 아닌지 더 헛갈려버린다. 우리는 과연 얼마만큼 자유로운가?
사족이지만, 만약 영화처럼 드림머신을 이용해 인셉션이 가능한 미래가 온다면 어떻게 될까? 짝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상대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사랑하도록 인셉션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을까?또, 영화의 내용처럼 인셉션을 이용해 인간을통제하고 자본과 권력을 지배하려는욕망이 일어날 것은 뻔한 사실이다. 만약 독재자에게 인셉션 기술이 넘어간다면? 그런 것마저 한낱 꿈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인간의 마음까지 테크놀로지에 좌우되는 세상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