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7639

새싹

콩, 고구마, 토마토, 그리고 다시 옥수수를 심었습니다. 이곳 분들은 고구마를 꽂는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감자도 놓는다고 하구요. 보통 우리는 나무고 작물이고 전부 심는다고 하지만 농민들에게는 종류에 따라 표현이 다른 게 재미있습니다. 사실 감자나 고구마를 심어 본 사람이라면 '감자를 놓는다' 그리고 '고구마를 꽂는다'라는 표현이 얼마나 정확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와서 이런 것들을 배우게 된다는 것이 고맙고도 재미있습니다. 산은 벌써 신록의 색깔을 입기 시작했지만, 밭에는 이제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두 주일 전에 심었던 옥수수는 5 cm 정도 키가 자랐고, 감자싹도 덮여있던 흙을 밀어내고 밖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옥수수는 얼마나 잘 자라는지 아침에 볼 때와 저녁에 볼 때가 다릅니다. 지금의..

참살이의꿈 2005.05.02

고마워, 내 사랑 / 원재훈

창문을 열자, 새소리가 들려온다 고마워, 내 사랑, 내 마음이 저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보이지 않는 것들을 들리게 해 주는 것은 오로지 너의 사랑뿐 소나무 가지 사이에 새 한 마리 휙 날아간다 고마워, 내 사랑, 저 날아가는 새들을 보여 주다니 들리지 않는 것들을 보이게 하는 것은 오로지 너의 사랑뿐 들리고 보이는 모든 것들은 먼 곳에서 오지 않았다 창문을 열면 바로 거기에 있었다 내 심장보다도 더 가까운 곳 내 눈물, 웃음보다 더욱 더 가까운 곳 그곳에 님이 있었다 고마워, 내 사랑 정말 고마워 - 고마워, 내 사랑 / 원재훈 시인이 "고마워, 정말 고마워"라고 하는 내 사랑은 누구일까? 사랑은, 창문 밖의 새소리를 볼 수 있게 해 주고,작은 풀꽃의 미소를 들을수 있게 해 준다. 그 사랑은 내 심장..

시읽는기쁨 2005.04.29

자주괴불주머니

괴불주머니는 현호색과 꽃 모양이 비슷하다. 대개 괴불주머니는 노란색이고 현호색은 자주색 비슷해서 구별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런데 자주괴불주머니는 색깔 마저 현호색과 같아서 멀리서 보면 둘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크기나 꽃대에 꽃이 달린 모양을 보고 판단한다. 괴불주머니 쪽이 현호색 보다는 꽃이 크고 꽃대를 따라 총총이 달려있다. 사실 비슷한 종류 사이에는 잎의 모양으로 구별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지만 왠일인지 잎의 모양은 잘 입력이 되지 않는다. 주로 도감을 찾아보며 꽃의 이름을 익힌 터라 어떤 경우에는 착각이 생기기도 한다. 자주괴불주머니는 군락을 이루며 자라길 좋아하는 것 같다. 봄날 산기슭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자주괴불주머니 꽃밭은 봄 분위기를 한층 더 밝고 환하게 해 준다.

꽃들의향기 2005.04.28

M51

- 허블망원경이 찍은 나선은하 M51 (사진출처; hubblesite.org) 오늘 신문에 일제히 허블망원경이 찍은 아름다운 은하 사진이 실렸다. 특히 경향신문에는 1면에 M51 은하의 대형 사진이 실렸다. 최근에 허블이 찍은 것인데, 지금껏 인간이 촬영한 최고 해상도의 M51 사진이라고 한다. M51은 지구에서 3700만 광년 떨어져 있는 은하로 지름이 10만광년 정도이며, 1천억 개의 항성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 은하와 크기나 모양이 비슷하며, 나선은하 중 아름답기로 이름난 은하이다. 이제 허블망원경은 15년 간의 활동을 끝내고 곧 기능이 상실될 예정이라고 한다. 지름 240cm의 렌즈를 달고 지구 궤도를 돌면서 그동안 70만 장의 선명한 사진을 찍어서 우주의 경이를 우리들에게 전해 주었다. ..

사진속일상 2005.04.27

저 연초록 세상

지금 산야는 온통 연초록세상입니다. 겨울의 황량하던 풍경이 어느새 기적처럼 저렇게 변했습니다. 땅은 초록의 물감을 비밀스레 숨기고 있다가 어느 날 한 순간에 지상으로 쏟아낸 듯 합니다. 아직 신록에 들기 전이지요, 연두빛과 연초록이 뒤섞인저 찬란한 색깔의 향연에 초대받은 나는 행복합니다. 터에 오가는 길에 만나는 봄숲의 자태에 넋을 잃습니다. 저 빛은 병아리의 지저귐이고, 갓 태어난 송아지의 눈망울입니다. 갓난 아기의 해맑은 미소입니다. 누가 절망을 얘기하나요? 저 연초록 세상을 보게 된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생명의 혁명을 꿈꿀 수가 있습니다. 터에 들어가는 입구에 작은 고개가 있습니다. 나는 잠시 차를 세우고 감사와 외경의 마음으로 저 연초록 세상을 바라봅니다.

참살이의꿈 2005.04.25

본전 생각 / 최영철

파장 무렵 집 근처 노점에서 산 호박잎 스무장에 오백원이다 호박씨야 값을 따질 수 없다지만 호박씨를 키운 흙의 노고는 적게 잡아 오백원 해와 비와 바람의 노고도 적게 잡아 각각 오백원 호박잎을 거둔 농부의 노고야 값을 따질 수 없다지만 호박잎을 실어 나른 트럭의 노고도 적게 잡아 오백원 그것을 파느라 저녁도 굶고 있는 노점 할머니의 노고도 적게 잡아 오백원 그것을 씻고 다듬어 밥상에 올린 아내의 노고도 값을 따질 수 없다지만 호박잎을 사들고 온 나의 노고도 오백원 그것을 입안에 다 넣으려고 호박쌈을 먹는 내 입이 찢어질 듯 벌어졌다 - 본전 생각 / 최영철 산다는 건 무상의 은총이다. 내 입에 들어가는 호박잎 하나도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무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또한 우리가 마시는 공기, 물의 가치를 ..

시읽는기쁨 2005.04.23

나무, 그 품에 안기다

세종문화회관 앞 보도에서 '나무, 그 품에 안기다'라는 제목으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환경재단과 그린페스티발이 주관해서 매년 열고 있는 환경사진전인데, 올해는 나무와 숲을 주제로 해서 세계의 사진 작가 16명이 참여하여 84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자연의 소중함, 안타까움, 또 생명에 대한 깨우침을 주는 인상 깊은 사진들이 많다. 그 중에서 몇 가지 작품을 모아 보다. [미국 뉴욕시 점심시간 / Thomas Hoepker] 한 남자가 발가벗은 채 바닥에 누워 있다. 빨리 점심을 먹어치우고 다시 숨가쁘게 일에 매달려야 할 텐데, 남자는 바쁜 세상을 잠시 접어두고 한가롭게 오후의 휴식에 빠져 있다. 나무와 남자가 이 거대한 문명의 도시에서 알몸으로 마주한다. 서로간에 대화는 없지만, 미풍의 달콤함을 맛..

읽고본느낌 2005.04.22

미선나무

미선나무는 우리나라에서만 자생지가 발견된 우리의 특산식물이다. 개나리의 친척뻘 되는 나무로 이른 봄에 하얀 꽃을 피운다. 그래서 '흰개나리'로 불리기도 한다. 꽃은 한 자리에 서너개씩 포개서 달리는데 화사하고 아름다우면서 품격이 높게 보이고 향기도 진해 관상용으로는 최고의 꽃이기도 하다. 미선나무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가 아니다. 지금은 멸종위기식물로 지정이 되어 있다. 한 때는 자생지에 사람들이 몰려와 마구잡이로 남획하는 바람에 멸종의 위기까지 갔으나 다행히도 지금은 많이 번식이 되어 있다고 한다. 이젠 묘목상에서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을 정도까지 되었다니 말이다. 교정의 화단에 미선나무 세 그루가 자라고 있다. 키는 1 m 안팎으로 아직 어린 나무들이지만 이른 봄에 피어난 순백의 하얀 꽃은 봄의..

꽃들의향기 2005.04.21

황사가 찾아오다

전국에 황사주의보가 내려졌다. 올들어 우리나라에 찾아온 다섯 번째 황사라는데 주의보가 발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사는 아무래도 봄의 불청객이다. 몇 가지 유익한 점도 있다고 하지만 그러나 결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1시간 정도 시내에 나가 있었는데 눈이 따갑고 목도 칼칼하다. 테크노마트 9층에서 바라본 한강과 강남 지역이 온통 뿌연 먼지로 덮여 있다. 보통날 같으면 멀리 관악산까지도 보이는데 오늘은 강 건너에 있는 빌딩들만 겨우 보인다. 그리고 바람까지 세차서 절로 호흡이 가빠진다. 우리나라가 이런데 황사의 발원지인 중국의 사막지대는 과연 어떠할까? 중국 내륙 지방의 사막화가 점점 심화된다고 하는데 앞으로 그에 대한 대가를 점점 더 심하게 치러야 될 것 같다. 나에게는 저 바람과 먼지가 자연의경고..

사진속일상 2005.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