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 무렵 집 근처 노점에서 산 호박잎
스무장에 오백원이다
호박씨야 값을 따질 수 없다지만
호박씨를 키운 흙의 노고는 적게 잡아 오백원
해와 비와 바람의 노고도 적게 잡아 각각 오백원
호박잎을 거둔 농부의 노고야 값을 따질 수 없다지만
호박잎을 실어 나른 트럭의 노고도 적게 잡아 오백원
그것을 파느라 저녁도 굶고 있는 노점 할머니의 노고도 적게 잡아 오백원
그것을 씻고 다듬어 밥상에 올린 아내의 노고도 값을 따질 수 없다지만
호박잎을 사들고 온 나의 노고도 오백원
그것을 입안에 다 넣으려고
호박쌈을 먹는 내 입이
찢어질 듯 벌어졌다
- 본전 생각 / 최영철
산다는 건 무상의 은총이다.
내 입에 들어가는 호박잎 하나도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무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또한 우리가 마시는 공기, 물의 가치를 어찌 값으로 따질 수 있을까?
오백원을 주고 사 온 호박쌈 하나에도 입이 찢어질 듯 감사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억만금을 가지고 있어도 늘 부족해서 갈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
어느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인생이란 그렇게 무조건 남는 장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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