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 42

창의리 느티나무(2)

10년 전에 만난 나무인데 처음인 듯하다. 그때는 겨울이어서 나무의 느낌이 전혀 달랐을지 싶다. 확실히 여름 나무는 생명력이 넘친다. 가평군 설악면 창의리에 있는데 지인의 농장을 방문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나무 둘레로 목재 데크와 의자를 만들어 놓았다. 10년 전에는 없던 시설이다. 너무 인간 위주의 생각이 아닌지 모르겠다. 나무 수령은 500년, 높이는 28m, 줄기 둘레는 7.1m다.

천년의나무 2018.06.07

영통동 느티나무

미끈하게 잘 빠졌다. 우람하면서도 균형 잡힌 멋진 느티나무다. 펜스에 걸어놓은 현수막에는 이 나무가 대한민국 보호수 100선에 들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우리나라의 보호수는 1만 개가 넘는데, 그중에서도 100위 안에 드는 뛰어난 나무다.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안내문에 보면 이 느티나무는 전쟁 같은 나라에 큰 어려움이 닥치기 전에는 구렁이 울음소리를 내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신비한 힘을 가진 나무라 하여 신성시하고 정성껏 보살폈다. 그런데 왜 하필 구렁이 울음소리인지, 구렁이 울음소리가 있는지 문득 의문이 생긴다. 약 200년 전 정조가 화성을 쌓을 때 이 느티나무 가지를 잘라 서까래로 썼다는 설도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줄기와 가지가 기운차게 뻗어 있다. 멀리서나 가까이서나 어..

천년의나무 2018.06.06

어디를 흔들어야 푸른 음악일까 / 문정희

큰 것을 도둑맞은 것 같다 거친 숨 몰아쉬며 여기까지 왔는데 무엇이 다녀간 것일까 아무것도 없다 공허뿐이라고 그냥 가 보는 거라고 말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구구구 모이 몇 알 주워 먹느라 할퀴며 깃털 뽑히며 두 날개 뭉개졌는데 벌써 떠나야 한다고 한다 어디를 흔들어야 푸른 음악일까 가랑잎도 아닌데 자꾸 떨어져 내리다가 내일은 어디일까 정말 어디를 흔들어야 다시 푸른 음악일까 - 어디를 흔들어야 푸른 음악일까 / 문정희 지금 내 심정이다. 산다는 게 이렇게 형편없는 줄 몰랐다. 진흙탕에서 버둥대는 느낌이다. 이러면서 생은 끝나갈 것이다. 뭘 하며 산 거지, 돌아보면 공허다. '어디를 흔들어야 푸른 음악일까'라고 물으니 더 나락이다. 어디에도 구원이 없다는 걸 시인도 모를 리 없다. 밧줄은 썩어가는데..

시읽는기쁨 2018.06.06

봉녕사 향나무

수원시 우만동에 위치한 봉녕사(奉寧寺)는 고려 희종 4년(1208)에 창건한 사찰이다. 비구니 사찰답게 단정하면서 청정한 기운이 감돈다. 시내 한복판이지만 부지도 넓어 시원하다. 봉녕사 대적광전 앞에 오래된 향나무가 있다. 수령이 800년으로 적혀 있다. 그렇다면 봉녕사와 역사를 같이 하는 나무다. 고목의 나이는 가늠하기가 어렵지만 향나무는 더하다. 그냥 사찰의 창건 시기와 맞추었는지 모르겠다. 단단한 향나무지만 줄기는 많이 상했다. 밑의 가지는 마치 춤추는 무용수의 팔처럼 리드미컬하게 휘어져 있다. 나무 높이는 9.4m, 줄기 둘레는 2.8m다.

천년의나무 2018.06.05

이의동 느티나무

수원시 영통구 광교역사공원 안 넓은 뜰에 있다. 주변은 온통 신도시로 개발되는데 이만한 녹지를 마련한 게 다행이다 싶다. 공원 안에는 세종의 부원군인 심온(沈溫, 1375~1418)의 묘도 있다. 태종과 사돈지간이었지만 권력에 너무 다가가면 화를 입게 되는가 보다. 죽임을 당하기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그분의 나이 44세였다. 느티나무를 보니 전에는 이곳에도 마을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나무 한 그루만 덩그마니 남아 있다. 나무 수령은 300여 년이고, 높이는 13m, 줄기 둘레는 4m다.

천년의나무 2018.06.05

지금 만나러 갑니다

본 지 두 달이 넘은 영화다. 그때의 느낌을 되살리기에는 시간이 꽤 흘렀다. 눈물을 훔치고 자주 미소를 지었는데, 감상을 바로 기록하지 않으면 놓치는 게 많다. 아무 사전 지식 없이 이 영화를 봤다. 보면서 참 일본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영화의 원작이 일본 소설이다. 일본에서도 영화로 만들었다 한다. 같은 원작의 두 영화를 비교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죽은 아내가 다시 돌아온다는 상황 설정이 거북했는데 이내 둘의 사랑 이야기에 빠져든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운명적이고 간절한 사랑을 보여준다. 끊어질 듯 말 듯 이어지던 둘의 관계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결심으로 완성된다. 자신의 이른 죽음을 예견하면서도 그녀는 동화 같은 사랑을 택한다. 여자 주인공인 손예진은 무척 아름답고 배역에 잘 어울린..

읽고본느낌 2018.06.04

목애당 느티나무

태안읍 남문리에 있는 목애당은 옛 태안현의 관아 건물 중 하나다. '목애(牧愛)'는 백성을 잘 다스리고 사랑한다는 뜻이리라. 목애당과 마주하며 오래된 느티나무가 자라고 있다. 수령은 300년 정도 되었고, 나무 높이는 15m, 줄기 둘레는 4.1m다. 줄기가 휘어져서 몸을 지탱하는 데 힘겨워 보인다. 줄기도 많이 상해서 더 이상 썩지 않도록 보형물로 채워져 있다. 그래도 잎은 무성하고 싱싱하며 전체적인 생김새도 아담하다. 비록 지팡이를 짚고 있지만 단아하게 늙어가시는 할머니 같은 나무다.

천년의나무 2018.06.03

유계리 느티나무

서산시 음암면 유계리에 있는 느티나무다. 정순왕후 생가 앞에 있다. 정순왕후(貞純王后, 1745~1805)는 영조의 정비인 정성왕후가 승하하자 1759년(영조 35년) 열다섯의 나이로 왕비에 책봉되었다. 이때 영조의 나이는 예순여섯, 무려 쉰한 살이나 차이가 났다. 왕비 간택 테스트를 볼 때 일화 하나. 제일 아름다운 꽃이 무엇이냐고 영조가 물으니 그녀의 대답이 이랬단다. "목화꽃입니다. 비록 색과 향기가 최고라고 할 순 없으나, 실을 짜 백성들을 따뜻하게 입혀주니 제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무 나이가 300년이 넘는다니 정순왕후는 어쩌면 이 나무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나무 밑에서 소꿉놀이에 빠져 있는 어린 소녀가 보이는 듯도 하다.

천년의나무 2018.06.03

후회

세계 정상을 정복하고 자신의 목표를 이룬 사람에게도 후회가 있을까? 어느 신문에서 조치훈 9단을 인터뷰한 기사를 보았다. 올해로 입단 50주년을 맞은 조치훈 9단에게 감회를 묻자 첫마디가 "후회가 많아요"였다. "술 먹는 시간 줄이고 열심히 공부했다면 더 잘했을 텐데, 하고 후회해요. 더 많은 승리나 타이틀을 놓쳐서만은 아니예요. 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바둑만 보고 살아온 인생이잖아요. 게으름 피우지 않고 공부했다면 스스로 만족하는 바둑을 두었을 테고, 나를 좀 더 사랑할 수 있었겠지요." 무엇보다 자신이 납득하는 인생을 살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후회 없는 인생은 없을 것이다. 아쉬움이라고 해도 좋다. 과거를 돌아보며 슬퍼지는 것은 인생의 매듭마다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

참살이의꿈 2018.06.02

해미향교 느티나무

해미향교로 오르는 길 좌우로는 오래된 느티나무 10여 그루가 도열하고 있어 장관을 이룬다. 입구에 있는 느티나무는 수령이 300년가량 되었다. 한 장소에 이 정도로 여러 고목이 보존된 경우는 드물다. 서산시 해미면 오학리에 위치한 해미향교는 1407년(태종 7년)에 세워졌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데, 나무와 달리 건물은 신축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느티나무가 멋진 해미향교다.

천년의나무 2018.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