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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물들이다 / 손세실리아

셀프 염색을 지켜보던 남편이 세월에 순응하는 것도 지천명의 덕목 아니겠냐 길래 산수국과 동박새와 늙은 등대와 길고양이 랭보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라 대꾸하고서 서릿발 내린 머리카락이 물들기를 기다리다 별안간 목울대가 뜨거워져 엊그제 엄마에게 다녀왔는데 몰라보더라고 자식이 둘도 아닌 딱 하난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아무래도 반백 때문인 것 같다고 실토하며 어깨 들먹이는 - 슬픔을 물들이다 / 손세실리아 손세실리아 시인이 운영하는 북카페 '시인의 집'에 들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창가에 앉아 조천 해변을 바라보고, 탁자에 놓인 책도 뒤적이고, 시인과 작은 대화도 나누었다. 따스한 인상이 좋은 분이었다. '시인의 집' 입구에 이 시가 적혀 있다. 시인의 최근작이라고 한다. 찬찬히 읽어 보니 울컥하게 된다. ..

시읽는기쁨 2019.03.08

수양매화

제주도 '노리매'에는 수양매화가 많이 심어져 있다. 수양벚꽃은 자주 봤지만 수양매화가 있는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수양버들처럼 늘어진 가지에 매화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수양버들과 매화가 만난 교배종이리라. 매화에 대한 고전적 이미지가 강한 탓일까, 수양매화 스타일은 어색하다. 코디가 안 된 옷을 입은 느낌이다. 수양벚꽃은 잘 어울린다 여겼는데, 수양매화는 그렇지 못하다. 매화는 굳고 꺾인 매화나무 가지에 피어야 제 맛이 난다. 어쨌든 흥미로운 매화의 한 종류다.

꽃들의향기 2019.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