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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숙맥 박종규 / 안상학

신문 지국을 하는 그와 칼국수 한 그릇 할 요량으로 약속 시간 맞춰 국숫집 뒷방 조용한 곳에 자리 잡고 터억하니 두 그릇 든든하게 시켜 놓고 기다렸는데 금방 온다던 사람은 오지 않고 국수는 퉁퉁 불어 떡이 되도록 제사만 지내고 있는 내 꼴을 때마침 배달 다녀온 그 집 아들이 보고는 혹 누구누구를 만나러 오지 않았냐고 은근히 물어오길래 고개를 끄덕였더니만 홀에 한 번 나가보라고는 묘한 미소를 흘리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 마당을 지나 홀 안을 빼꼼 들여다보니 아연하게도 낯익은 화상이 또한 국수를 두 그릇 앞에 두고 자꾸만 시계를 힐끔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안동 숙맥 박종규 / 안상학 오늘 점심은 시장에 나가 국수를 먹었다. 잔치국수 한 그릇에 4천 원이다. 집은 허름하지만 국수는 맛있고 양도 푸짐하다...

시읽는기쁨 2019.03.17

지공거사가 되다

지공거사(地空居士,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65세 이상 되는 노인)가 된 지 두 달이 지났다. 학교 동기들보다 이태나 늦다. 학교를 한 해 빨리 들어간 데다, 호적마저 일 년 늦은 결과다. 그래서 제일 끄트머리로 지공거사에 편입했다. 아직 경로카드는 발급받지 못했다. 서울에 살지 않으니 지하철 무료 이용 카드가 그다지 소용이 없다. 다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면 된다. 그동안 몇 번의 전시회와 시설 입장료에서 할인을 받았다. 막상 요금 할인을 받아보니 그 재미가 쏠쏠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옛말이 있듯이 돈 앞에서는 나이 든 사실을 자랑할 만도 하다. 이젠 대중교통 경로석에도 떳떳하게 앉을 수 있다. 전에도 날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머리가 백발이라 나를 칠십대로 보..

참살이의꿈 2019.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