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살던 집 거실 벽에는 '맑고 향기롭게'라는 액자가 걸려 있었다. 신영복 선생이 쓴 붓글씨 복사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원래 '맑고 향기롭게'는 법정 스님의 정신을 기리는 불교 운동으로 알고 있다. 종교를 떠나서 '맑고 향기롭게'라는 말이 무척 아름다웠고, 그 말이 주는 의미를 내 삶의 지표로 삼고 싶었다. 가당찮은 바람인 걸 알지만, 그때는 피안을 향한 무한 갈망의 시기였다. 며칠 전에 을 읽다가 '맑은 믿음'이라는 구절을 접하고 문득 '맑고 향기롭게'가 떠올랐다. 불교가 구현하려는 경지는 결국 '맑음'으로 귀결되는 게 아닐까. '맑은 믿음' 하나만으로도 엄청나게 많은 생각거리를 준다. 믿음이 무엇인지, 이 시대에 어떤 믿음으로 살아야 하는지, '맑은'이 주는 무게감이 만만찮다. 하물며 맑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