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작가의 감성 충만한 여행기다. 여행지와 작가의 교감이 글과 사진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이 책을 펼칠 때마다 카메라 하나 들고 혼자서 계획 없이 떠돌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낯선 도시 뒷골목에 허름한 숙소를 정하고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싶다. 며칠 빈둥거려도 좋겠다. 이런 여행에 대한 로망 하나 나에게도 있다. '포카라에서 열흘'을 꿈꾼 게 십 년이 넘었지만 유효기간은 아직 남아 있다. 반으로 평가절하된 네팔 화폐도 여전히 내 지갑 속에서 제 땅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린다. 언젠가는 오겠지. 작가의 글 한 편을 옮긴다. 좋아해 낡은 옷을 싸들고 여행을 가서 그 옷을 마지막인 듯 입고 다니는 걸 좋아해. 한 번만 더 입고 버려야지, 버려야지 하면서 계속 빨고 있는 나와 그 빨래가 마르는 것,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