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숲 속 칙칙이 둘러싼 덤불 따라 걸었다. 터덜대는 발자국 하나 찍힐 때마다 뿌옇게 모래먼지가 너덜거렸다. 이제 간신히 열 여서 일곱. 고개 들어봐도 보이는 건 불 꺼진 하늘이다. 까만 밤하늘은 본 적 없다. 파란 갓등에 불 꺼진 듯 그런 하늘만 봤다. 내가 아는 하늘은 분명 낮에는 퍼렇고 밤에는 까만 하늘이다. 어른들은 늦게 들어가는 우리들 불쌍하고 걱정되니 가는 길에 불 켜둔다 했다. 그 졸렬한 불빛에 하늘이 미간 찌푸리고 구역질할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 돌리는 것, 내가 집 가는 길에 분명히 봤다. 나는 이제 겨우 열 여서 일곱이지만 그래도 하늘에 별 있고 달 있는 건 안다. 원래 밤하늘이 시커멓고 거기에 바늘로 구멍 숭숭 뚫은 것처럼 별 있어야 한단 것도 안다. 어른들은 우리더러 책상 앞에 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