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83

10월에 찾아온 태풍

올해는 태풍 없이 지나가나 했더니 10월에 들어서야 늦손님이 찾아왔다. 24호 태풍 다나스(DANAS)였다. 23호 피토(FITOW)와 비슷한 때에 발생하여 다나스는 북쪽으로 올라왔고, 피토는 중국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다나스도 집안으로 들어오지는 않고 문간에서 안부만 여쭈며 동해로 빠져나갔다. 우리나라가 10월에 태풍 영향을 받은 건 15년 만이라고 한다. 지금도 서태평양에는 새로운 태풍 두 개가 만들어져 있다. 어디로 갈지는 아직 미정이지만, 적도의 고수온 해역이 점점 확장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늦은 태풍의 방문을 받을 확률은 점점 높아질 것 같다. 10월 6일 15:00 10월 7일 15:00 10월 8일 15:00

길위의단상 2013.10.10

가을 강변을 걷다

누가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산과 들이 오색 단풍으로 덮이고, 파란 하늘이 끝없이 펼쳐진 이러한 때에, 집안에만 틀어박혀 책을 본다는 건 죄를 짓는 것 같은 느낌이다. 가을 햇살의 유혹을 이길 자 누구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과 직장에 매여 꼼짝하지 못하지만, 이럴 때는 나 같은 불한당으로서의 행복을 맛본다. 다산길 1코스(한강나루길)를 걸었다. 1코스는 한강 삼패지구에서 운길산역까지 한강을 따라 걷는 16.7km의 길이지만, 오늘은 팔당역에서부터 운길산역까지 걸어보기로 한다. 팔당역에 승용차를 주차시켰다. 옛 중앙선 철길을 걷어내고 자전거 도로와 보행로를 만들었다. 새로 포장을 했는지 아스팔트 냄새가 아직 남아 있다. 강가로 나서니 바람이 쌀쌀했지만 안개가 걷히고 햇볕이 비치니 곧 따스해졌다..

사진속일상 2012.10.29

가을물 드는 뒷산

뒷산도 가을물이 들고 있다. 유명한 산처럼 가을이 화려하게 찾아오진 않지만 수수해서 오히려 좋다. 명절날 때때옷을 마련하진 못했어도 입던 옷 곱게 빨아서 차려 입었다. 드러나지 않으면서 항상 곁에 있는 푸근함이 뒷산의 매력이다. 단풍 구경 하느라 사람들은 멀리멀리 떠나가도 뒷산은 그 자리에서 묵묵하다. 집 뒤에 이런 산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른다.

사진속일상 2012.10.22

가을의 향기

허리를 위해서는 움직이지 않아야 했으나 저무는 가을이 너무 아쉬웠다. 그러나 멀리 나가지는 못하고집 뒤의 산길을 걸었다. 어제 늦가을 비가 내린 뒤 공기는맑고 상쾌했다. 가을산에서는 온갖 열매며 낙엽에서 나는 향기가 그윽했다. 발 밑에서는 바스락거리며 낙엽들이 울었다. 이때쯤이면 벌써 잎을 다 떠나보낸 나무도 있지만 늦게까지 화려한 단풍을 자랑하는 나무도 있다. 올해의 마지막이 될지 모를 아름다운 가을의 풍경을 오감으로 느끼며 마음에 담았다. 가을 숲이 그저 곱기만 한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숙연함이 있고 외로움과 쓸쓸함이 있다. 그래서 가을은 더욱 아름답다. 태어나고 소멸되어 가는 자연의 섭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계절이 가을이다. 그러면서도 나무들은 의연하고 당당하다. 주저없이 버릴 줄 알고, 그리고 ..

사진속일상 2009.11.14

늦가을의 길

오늘이 입동(立冬)이다. 음력 절기는 늘 한 발 앞서가면서 안 그래도 스산한 이 계절의 마음을 더욱 빨리 가라 재촉한다. 어느 날,아무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찾아온 인연이 때가 되면 거두어지는 것 또한 자연의 순리가 아니던가. 그런 순리의 지혜가 길 위에 가득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몸을 굽힐려면 아직도 통증이 느껴지는 허리, 그래도 이 정도나마 걸을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늦가을 토요일 오후, 퇴근하며 국립현충원을 지나 뒷산길을 걷다.

사진속일상 2009.11.07

가을날 /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로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 가을날 / R. M. Rilke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 이름을 가만히 속삭이는 것만으로도 시심(詩心)이 저절로 샘솟지 않는가. 릴케야말로 가장 시인다운 이름을 가진 시인이라고 생각된다. 그저 그가 좋았던 건 순전히 ..

시읽는기쁨 2009.11.05

한택식물원의 가을

답답했다. 가을이 고프고 꽃들이 보고팠다. 무리인 줄 알지만 남쪽으로 핸들을 돌려 한택식물원으로 달려갔다. 그렇게라도 해야 이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제밤에는 악몽을 꾸었다. 찬 바람이 빈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한참동안 다시 잠들 수 없었다. 아득한 심연으로 나는 떨어지고 있었다. 어디에도 날 잡아주는 손 없었다. 모두들 뒤돌아서서 외면했다. 가을을 찾아나섰다. 그러나, 가슴으로 안을 수 없는 가을이었다. 가을 속을 걸으며 더욱 진해지는 외로움만 만났다. 시들어가는 가을꽃들이 울고 있었다. 그래도, 저 외롭고 높고 쓸쓸한 것들을 위하여.... 이 찬란한 가을을 위하여 건배-

사진속일상 2009.10.27

시월 하늘

직장 가톨릭회에서 사무실로 작은 국화 화분을 보내왔다. 가을이 함빡 다가왔다. 운동장에서는 직원들 운동 시합이 한창이다. 까르르르... 맑은 웃음소리가 시월의 하늘로 날아간다. 모처럼 여유롭고 따스한 가을 오후다.... 철새 돌아오는 때를 알아 누가 하늘 대문을 열어 놓았나 태풍에 허리를 다친 풀잎들은 시든 채 오솔길을 걷고 황홀했던 구름의 흰 궁전도 하나 둘 스러져 간 강변 시월 하늘 눈이 시리도록 너무 높고 맑고 푸르러 어디에 하늘 한 만 평쯤 장만할 수 있을지 주민등록증하고 인감도장을 챙겨 들고 나가봐야겠다 - 시월 하늘 / 김석규

사진속일상 2009.10.16

가을의 문턱

9월 초하루,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다. 티 하나없는 유리창처럼 맑고 투명한 날씨가 새 가을을 맞는다. 한 해에 몇 번밖에 만날 수 없는 날씨다. 전방 60 km까지 시야가 열렸다고, 그래서 서울에서 개성 송악산이 보인다고 보도에 나온다. 날씨가 뉴스가 될 만큼 축복 받은 날이다. 덩달아 내 마음도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다. 퇴근하는 길에한강 선유도에 들린다. 날씨에 유혹 당한 사람들이 나 말고도 많다. 푸른 하늘, 흰 구름, 멀리 북한산도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세상과 사람들이 아름답다. 고맙고 감사한 날이다.

사진속일상 2009.09.01

늦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다

가는 계절이 아쉬운 듯 늦가을비가 하루 종일 촉촉이 내린다. 지난 바람에도 떨어지지 않았던 단풍잎들이 이 비에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빗물에 젖은 단풍잎은 자신의 색깔을 되찾더니 무엇에 미련이 있는지 자동차에 찰싹 몸을 붙였다. 단풍나무 아래는 붉은 물감을 뿌린 것 같다. 아마 이것이 올해의 마지막 원색의 선물일 것이다. 저 붉고 찬란한 색깔과도 당분간 아듀... 곧 무채색의 계절이 찾아오리라. 해는 일찍 저무는데 비는 느리게 느리게 계속 내리고 있다.

사진속일상 2008.11.27

늦가을을 살아도 늦가을을 / 문태준

늦가을을 살아도 늦가을을 몰랐지 늦가을을 제일로 숨겨놓은 곳은 늦가을 빈 원두막 살아도 살아갈 곳은 늦가을 빈 원두막 과일을 다 가져가고 비로소 그 다음 잎사귀 지는 것의 끝을 혼자서 다 바라보는 저곳이 영리가 사는 곳 살아도 못 살아본 곳은 늦가을 빈 원두막 늦가을을 살아도 늦가을을 못 살았지 - 늦가을을 살아도 늦가을을 / 문태준 수확이 끝난 빈 들판의 빈 원두막은 모든 것 다 내어주고 참 편안하다. 비어있음의 충만이다. 욕심도 버리고 원망도 내려놓고, 아무도 없는빈자리에는 바람이 지나고 하늘이 깃들게 하리. 그러나 늦가을을 살아도 늦가을을 못 사는 사람 많다. 단풍 속으로 들어간다고 모두가 가을을 사는 것은 아니듯이 말이다. 그런데 이 시에 나오는 '영리'란 무슨 뜻일까? 사람 이름일까? 사전에서 ..

시읽는기쁨 2008.11.11

국립현충원의 가을

아내와 첫 외출을 했다.수술을 받은지 한 달 반만이다. 처음에는 집 주변을 가볍게 산책했으나 그것마저 무리가 되는 것 같아 포기하고 아내는 집에서만 지냈다. 가볍게 운동을 했으면 싶지만 찬바람을 쐬면 자꾸 머리가 아파오니 어쩔 수가 없었다. 집 뒤의 국립현충원에 가을이 한껏 익었다. 전 같으면 가볍게 운동화를 신고 나갔겠지만 이번에는 차를 이용했다. 열심히 걷기 운동을 하던 길을 차를 타고 지나야 되니 괜히 슬퍼졌다. 단풍이 멋진 곳에서는 내려서 조금씩 주변을 산책했다. 올들어 처음 보는 가을 단풍에 아내는 환호성을 질렀다. 도심에 이런 멋진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러나 휴일인데도 사람들은 별로 없이 한산했다. 아마 묘지라는 인식이 사람들을 꺼리게 만드는 것 같다. 아내는 이 정도라..

사진속일상 2008.11.10

가을 억새 / 정일근

때로는 이별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가스등 켜진 추억의 플랫폼에서 마지막 상행선 열차로 그대를 떠나보내며 눈물 젖은 손수건을 흔들거나 어둠이 묻어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터벅터벅 긴 골목길 돌아가는 그대의 뒷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사랑 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의 축축한 별사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 제 갈 길로 바쁘게 돌아서는 사람들 사랑 없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이제 누가 이별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겠는가 이별 뒤의 뜨거운 재회를 기다리겠는가 하산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에 내 생애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

시읽는기쁨 2008.10.30

가을 / 송찬호

딱! 콩꼬투리에서 튀어나간 콩알이 가슴을 스치자, 깜짝 놀란 장끼가 건너편 숲으로 날아가 껑, 껑, 우는 서러운 가을이었다. 딱! 콩꼬투리에서 튀어나간 콩알이 엉덩이를 때리자, 초경이 비친 계집애처럼 화들짝 놀란 노루가 찔끔 피 한 방울 흘리며 맞은 편 골짜기로 정신없이 달아나는 가을이었다 멧돼지 무리는 어제 그제 달밤에 뒹굴던 삼밭이 생각나, 외딴 콩밭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지나치는 산비울 가을이었다 내년이면 이 콩밭도 묵정밭이 된다 하였다 허리 구부정한 콩밭 주인은 이제 산등성이 동그란 백도라지 무덤이 더 좋다 하였다 그리고 올 소출이 황두 두말 가웃은 된다고 빙그레 웃었다 그나저나 아직 볕이 좋아 여직 도리깨를 맞지 않은 꼬투리들이 따닥 따닥 제 깍지를 열어 콩알 몇 날을 있는 힘껏 멀리 쏘아 보..

시읽는기쁨 2008.10.16

떠나가는 가을

가을이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 꽃이 떨어지는 것이 한 순간이듯, 한 계절이 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 해의 막바지라는 아쉬움 때문일까, 너무나 쉽게 미련없이 떠나가는 가을이 허전하고 쓸쓸하다. 매일 바라보던 창 밖 풍경도 이젠 썰렁하게 변했다. 비 뿌리고 바람 불던 날, 나뭇잎은 한 순간에 낙엽이 되어 땅에 앉았다. 갑자기 훤해진 시야가 낯 설었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발가벗은 나무도 고향으로 돌아가는 잎도 모두 편안하고 따스하다. 2007년 가을에 이제 아듀를 보낸다.

사진속일상 2007.11.23

오색 물든 덕수궁

이른 퇴근길에 교보문고에서 책 구경을 하다가 나무에 관한 책을 한 권 샀다. 스스로를 '나무에 미친 환자'라고 부르는, 한문을 전공하신 분이 쓴 나무책이었다. 그리고 가을 향기에 끌려 덕수궁에 들렀다. 마침 덕수궁에서는 '시와 그림이 있는 오색 물든 덕수궁'이라는 주제로 낙엽길에서 시화전이 열리고 있었다. 가을을 곁에 두고 홀로 가슴엔 낙엽더미가 쌓였다, 스스로 타버리는 재가 되어 저기 저 벌판에 서있는 외줄기 처연한 사랑이 있습니까? 펼친 시간 허락하시고 비로소 사랑받게 하소서 겨울 오기 전 낙엽 지듯 사랑 또한 진다해도 한 계절 앓느니 한 계절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엔 만나게 하소서 할퀴고 저버려진 가지에는 청록의 싹 움틀 리 없고 미래도 생명도 잃어 가리니 선선히 받아드린 사랑 무너질 때로 무너지더라..

사진속일상 2007.11.14

서울대공원에서 가을에 빠지다

가을 휴가 사흘째, 오늘은 서울대공원에서 가을 정취에 푹 빠졌다. 서울대공원 길에 익숙한 아내가 안내인이 되어 대공원의 낙엽길과 산림욕장의 숲길을 한 바퀴 돌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비 속에서, 사르릉거리며 바닥을 굴러가는 낙엽들의 귀여운 모습들과 함께 한 고맙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낙엽은 나에게 살아 있는 고마움을 새롭게 해주고 주어진 시간들을 얼마나 알뜰하게 써야할지 깨우쳐 준다 낙엽은 나에게 죽음을 예비하며 살라고 넌지시 일러준다 이승의 큰 가지 끝에서 내가 한 장 낙엽으로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일까 헤아려보게 한다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내 사랑의 나무에서 날마다 조금씩 떨어져나가는 나의 시간들을 좀 더 의식하고 살아야겠다 - 낙엽 / 이해인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

사진속일상 2007.11.09

창덕궁의 가을

'창덕궁은 동아시아 궁궐 건축사에 있어 비정형적 조형미를 간직한 대표적인 궁으로 주변 자연환경과 완벽한 조화와 배치가 탁월한 점에서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이 글은 창덕궁을 설명하는 팸플릿의 맨처음에 나오는내용이다. 창덕궁에 들어갈 때마다 그런 점에서 무척 고맙게 생각된다. 틀에 박힌 정형적인 궁궐이 아니라 주변 자연환경과 잘 조화를 이룬, 인공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궁궐이라는 점에서창덕궁은 늘 신선한 느낌을 준다. 창덕궁의 가을을 보고 싶어하는 아내를 위해 자유관람일을 택해 함께 창덕궁 나들이를 했다. 아내는 창덕궁이 첫걸음이었고, 나는 그동안 안내인을 따라 했던 관람에서 보지 못했던 천연기념물 나무들을 만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아내는 음성 안내기를 빌려서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

사진속일상 2007.11.08

가을의 선물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을이 가까이 왔다. 사무실 창틀을 타고 올라온 담쟁이덩굴도 발갛게 가을물이 들었다. 가장자리부터 가을로 물들어가는 잎에는 온갖 색깔이 다 들어있다. 초록, 연노랑, 연두, 분홍, 주황, 빨강.... 잎 하늘에 고운 저녁 노을이 번져 있다. 가을 잎에는 치열한 생존의 투쟁에서 한 발 물러선 고요가 있다. 저 색깔은 자신을 온전히 내주는 자의 여유와 평화의 색깔이다. 올 가을은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과 풍요를 즐기고 싶다. 올 가을에는 슬픈 감상에 젖는 대신, 아낌 없이 버리고 떠나는 아름다움에 대해 묵상하고 싶다. 아낌 없이 주는 나무의 행복에 대해 느끼고 싶다. 누군가는 가을을 '함께 있어도 외로운' 계절이라고 불렀다. 가을은 외로움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계절이다. 홀로 섬의 가치..

사진속일상 2007.10.18

저무는 가을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 바뀜은원래 스산하고 쓸쓸하지만 올 가을은 유달리 그런 느낌이 더하다. 지난 밤부터 바람이 세게 불었는지 아침 출근길의 거리는 노란 낙엽들이 이리저리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나무들은 옷을 내려놓고 거리낌없이 자신의 알몸을 드러내고 있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먹구름이 올 가을을 우울하게 한다. 가을의 낭만을 논하는 것은 차라리 사치스러운 일이다. 이 땅에서 진보나 좌파가 설 자리는 자꾸 좁아지고 있다. '먹고사니즘'에 어떤 논리도 통하지 않는다. 또 다시 밀려오는 좌절과 회의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힘을 잃고 있다. 4년 전 노 정권이 시작될 때의 희망에 비한다면 현 상황은 너무나 암담하다. 한미 FTA 협상이 스케쥴대로 진행된다면 이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

사진속일상 2006.11.23

대로사의 가을

여주를 지나다가 우연히 읍내에 있는 대로사(大老祀)에 들리다. 경내의 노란 은행나무가 아름다워 잠시 발길을 돌린 것이다. ‘大老’는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의 존칭인데, 이 대로사는 정조 3년(1779), 왕이 효종의 능인 영릉을 참배하고 여주 관아에 머물렀을 때 옛날 송시열이 능을 향해 통곡하며 후진에 북벌의 대의를 주장했다는 말을 듣고 수행한 김양행에게 사당 건립을 추진하게 하여 정조 9년에 건립한 사당이라고 한다. 그후 강한사(江漢祀)로 개칭되었고, 건물 안에는 송시열의 영정을 모시고 있다고 한다. 한쪽에는 이런 대로사의 내력을 적은 대로사비(大老祀碑)가 남아있다. 찾는 사람이 별로 없는 아담한 경내의 뜰에는 은행잎이 쌓여 노란 융단으로 덮여 있다. 쾌청한 늦가을의 햇살이 그 위에 부서지..

사진속일상 2006.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