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89

천불동과 선재길 단풍

가을 단풍을 보기 위해 아내와 함께 동쪽으로 떠났다. 1박2일로 잡았고, 설악산 천불동 계곡 외에 다른 곳은 미정이었다. 둘째 날 영동 지방은 비 예보가 있어 날씨에 따라 갈 장소가 변할 수 있었다. 첫째 날은 천불동으로 가기 위해 아침 여섯 시에 집에서 출발했다. 새로 생긴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따라 가다가 내린천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바로 설악동으로 들어갔다. 세 시간이 걸렸다. 새 길의 덕을 톡톡히 봤다. 이른 시간인데도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데 20여 분 대기해야 했다. 주차료 5천 원에 신흥사 입장료 7천 원(2인)이었다. 길은 복잡했지만 주차 안내는 친절하고 정확해서 혼잡은 없었다. 신흥사에서 천불동 계곡으로 가는 초입은 넓은 길이 한동안 계속 되었다. 숲의 아침 공기가 상쾌했다. 신흥사..

사진속일상 2017.10.19

천진암의 가을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계절 변화가 무척 빠르다. 가을옷을 꺼낸 지 얼마 안 됐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겨울옷을 챙겨야 하게 생겼다. 가까운 천진암에 아내와 떠나는 가을을 보러 나갔다. 낙엽으로 덮인 순교자 묘역 가는 길이 예뻤다. 천진암의 조형물이나 시설은 미적 감각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대로 가만히 둔 자연은 아름답다. 손이 미치지 않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계절 탓인지, 시국 탓인지, 요사이 심사가 착잡하다. 아름다운 풍경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몸과 마음이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 같다.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간에게 희망이 있는가, 라는 물음이 이 가을을 더욱 쓸쓸하게 한다.

사진속일상 2016.11.02

남한산성의 가을 하늘

태풍 말라카스(MALAKAS)가 먼 남쪽 바다를 지나면서 가을을 밀어올렸다. 비 뿌리고 바람 지나더니 파란 가을 하늘이 열렸다. 그 하늘을 맞으러 남한산성에 갔다. 청명(淸明)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날씨였다. 성곽을 돌면서 하늘바라기를 했다.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만나는 사람들 표정도 하늘처럼 밝았다. "보세요, 하늘이 어쩜 이렇게 맑나요!" 누구나의 눈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늘 보고, 꽃 보고, 느릿느릿 산성 둘레를 반 바퀴 돌았다. 가을 햇살에 곡식 영글듯 내 마음도 설레며 익어간 하루였다.

사진속일상 2016.09.19

뒷산 늦가을

시간이 균일하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개인이 체험하는 시간은 그렇지 않다. 어느 때는 느슨하다가 어느 때는 빈틈 하나 없이 빽빽하다. 나이 들어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몰아서 늙어가는 시기가 있다. 일상에서도 양자 현상을 충분히 경험한다. 뒷산은 이미 늦가을이다. 길은 낙엽 뒤로 몸을 숨겼다. 오랜만에 파란 하늘이 열렸고, 숲 속 나뭇등걸에 앉아 해바라기를 했다. 쓸쓸하지만 한편 편안하기도 한 조락의 때다.

사진속일상 2015.11.15

밤 줍다

올해는 가을 열매가 풍년이다. 산에 들면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비 오듯 후두둑 한다. 사람들이 아무리 주워가도 화수분을 연 듯 금새 새 도토리로 덮인다. 뒷산에서 밤을 주웠다. 길에 떨어진 밤을 줍다가 점점 안으로 이끌려갔다. 사람이 여러 차례 훑고 갔을 텐데 새로 떨어진 밤이 이만 했다. 이른 아침에 가서 작정하고 줍는다면 며칠 새 한 가마니는 채울 것 같다. 어느 해는 빈곤하고 어느 해는 이렇듯 풍요롭다. 고향집 과실나무를 봐도 잘 되는 해가 있고 그렇지 못한 해가 있다. 인간의 계량만으로는 예측이 안 되는 자연의 원리가 숨어 있을 것이다. 집에서 조금씩 구워먹고 있는데 밤알이 잘아서 품이 많이 든다. 시장에서 파는 밤 한 되가 1천 원밖에 안 간다고 한다. 먹는 재미보다는 줍는 재미가 더 낫다.

사진속일상 2014.09.29

10월에 찾아온 태풍

올해는 태풍 없이 지나가나 했더니 10월에 들어서야 늦손님이 찾아왔다. 24호 태풍 다나스(DANAS)였다. 23호 피토(FITOW)와 비슷한 때에 발생하여 다나스는 북쪽으로 올라왔고, 피토는 중국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다나스도 집안으로 들어오지는 않고 문간에서 안부만 여쭈며 동해로 빠져나갔다. 우리나라가 10월에 태풍 영향을 받은 건 15년 만이라고 한다. 지금도 서태평양에는 새로운 태풍 두 개가 만들어져 있다. 어디로 갈지는 아직 미정이지만, 적도의 고수온 해역이 점점 확장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늦은 태풍의 방문을 받을 확률은 점점 높아질 것 같다. 10월 6일 15:00 10월 7일 15:00 10월 8일 15:00

길위의단상 2013.10.10

가을 강변을 걷다

누가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산과 들이 오색 단풍으로 덮이고, 파란 하늘이 끝없이 펼쳐진 이러한 때에, 집안에만 틀어박혀 책을 본다는 건 죄를 짓는 것 같은 느낌이다. 가을 햇살의 유혹을 이길 자 누구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과 직장에 매여 꼼짝하지 못하지만, 이럴 때는 나 같은 불한당으로서의 행복을 맛본다. 다산길 1코스(한강나루길)를 걸었다. 1코스는 한강 삼패지구에서 운길산역까지 한강을 따라 걷는 16.7km의 길이지만, 오늘은 팔당역에서부터 운길산역까지 걸어보기로 한다. 팔당역에 승용차를 주차시켰다. 옛 중앙선 철길을 걷어내고 자전거 도로와 보행로를 만들었다. 새로 포장을 했는지 아스팔트 냄새가 아직 남아 있다. 강가로 나서니 바람이 쌀쌀했지만 안개가 걷히고 햇볕이 비치니 곧 따스해졌다..

사진속일상 2012.10.29

가을물 드는 뒷산

뒷산도 가을물이 들고 있다. 유명한 산처럼 가을이 화려하게 찾아오진 않지만 수수해서 오히려 좋다. 명절날 때때옷을 마련하진 못했어도 입던 옷 곱게 빨아서 차려 입었다. 드러나지 않으면서 항상 곁에 있는 푸근함이 뒷산의 매력이다. 단풍 구경 하느라 사람들은 멀리멀리 떠나가도 뒷산은 그 자리에서 묵묵하다. 집 뒤에 이런 산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른다.

사진속일상 2012.10.22

가을의 향기

허리를 위해서는 움직이지 않아야 했으나 저무는 가을이 너무 아쉬웠다. 그러나 멀리 나가지는 못하고집 뒤의 산길을 걸었다. 어제 늦가을 비가 내린 뒤 공기는맑고 상쾌했다. 가을산에서는 온갖 열매며 낙엽에서 나는 향기가 그윽했다. 발 밑에서는 바스락거리며 낙엽들이 울었다. 이때쯤이면 벌써 잎을 다 떠나보낸 나무도 있지만 늦게까지 화려한 단풍을 자랑하는 나무도 있다. 올해의 마지막이 될지 모를 아름다운 가을의 풍경을 오감으로 느끼며 마음에 담았다. 가을 숲이 그저 곱기만 한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숙연함이 있고 외로움과 쓸쓸함이 있다. 그래서 가을은 더욱 아름답다. 태어나고 소멸되어 가는 자연의 섭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계절이 가을이다. 그러면서도 나무들은 의연하고 당당하다. 주저없이 버릴 줄 알고, 그리고 ..

사진속일상 2009.11.14

늦가을의 길

오늘이 입동(立冬)이다. 음력 절기는 늘 한 발 앞서가면서 안 그래도 스산한 이 계절의 마음을 더욱 빨리 가라 재촉한다. 어느 날,아무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찾아온 인연이 때가 되면 거두어지는 것 또한 자연의 순리가 아니던가. 그런 순리의 지혜가 길 위에 가득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몸을 굽힐려면 아직도 통증이 느껴지는 허리, 그래도 이 정도나마 걸을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늦가을 토요일 오후, 퇴근하며 국립현충원을 지나 뒷산길을 걷다.

사진속일상 2009.11.07

가을날 /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로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 가을날 / R. M. Rilke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 이름을 가만히 속삭이는 것만으로도 시심(詩心)이 저절로 샘솟지 않는가. 릴케야말로 가장 시인다운 이름을 가진 시인이라고 생각된다. 그저 그가 좋았던 건 순전히 ..

시읽는기쁨 2009.11.05

한택식물원의 가을

답답했다. 가을이 고프고 꽃들이 보고팠다. 무리인 줄 알지만 남쪽으로 핸들을 돌려 한택식물원으로 달려갔다. 그렇게라도 해야 이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제밤에는 악몽을 꾸었다. 찬 바람이 빈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한참동안 다시 잠들 수 없었다. 아득한 심연으로 나는 떨어지고 있었다. 어디에도 날 잡아주는 손 없었다. 모두들 뒤돌아서서 외면했다. 가을을 찾아나섰다. 그러나, 가슴으로 안을 수 없는 가을이었다. 가을 속을 걸으며 더욱 진해지는 외로움만 만났다. 시들어가는 가을꽃들이 울고 있었다. 그래도, 저 외롭고 높고 쓸쓸한 것들을 위하여.... 이 찬란한 가을을 위하여 건배-

사진속일상 2009.10.27

시월 하늘

직장 가톨릭회에서 사무실로 작은 국화 화분을 보내왔다. 가을이 함빡 다가왔다. 운동장에서는 직원들 운동 시합이 한창이다. 까르르르... 맑은 웃음소리가 시월의 하늘로 날아간다. 모처럼 여유롭고 따스한 가을 오후다.... 철새 돌아오는 때를 알아 누가 하늘 대문을 열어 놓았나 태풍에 허리를 다친 풀잎들은 시든 채 오솔길을 걷고 황홀했던 구름의 흰 궁전도 하나 둘 스러져 간 강변 시월 하늘 눈이 시리도록 너무 높고 맑고 푸르러 어디에 하늘 한 만 평쯤 장만할 수 있을지 주민등록증하고 인감도장을 챙겨 들고 나가봐야겠다 - 시월 하늘 / 김석규

사진속일상 2009.10.16

가을의 문턱

9월 초하루,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다. 티 하나없는 유리창처럼 맑고 투명한 날씨가 새 가을을 맞는다. 한 해에 몇 번밖에 만날 수 없는 날씨다. 전방 60 km까지 시야가 열렸다고, 그래서 서울에서 개성 송악산이 보인다고 보도에 나온다. 날씨가 뉴스가 될 만큼 축복 받은 날이다. 덩달아 내 마음도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다. 퇴근하는 길에한강 선유도에 들린다. 날씨에 유혹 당한 사람들이 나 말고도 많다. 푸른 하늘, 흰 구름, 멀리 북한산도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세상과 사람들이 아름답다. 고맙고 감사한 날이다.

사진속일상 2009.09.01

늦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다

가는 계절이 아쉬운 듯 늦가을비가 하루 종일 촉촉이 내린다. 지난 바람에도 떨어지지 않았던 단풍잎들이 이 비에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빗물에 젖은 단풍잎은 자신의 색깔을 되찾더니 무엇에 미련이 있는지 자동차에 찰싹 몸을 붙였다. 단풍나무 아래는 붉은 물감을 뿌린 것 같다. 아마 이것이 올해의 마지막 원색의 선물일 것이다. 저 붉고 찬란한 색깔과도 당분간 아듀... 곧 무채색의 계절이 찾아오리라. 해는 일찍 저무는데 비는 느리게 느리게 계속 내리고 있다.

사진속일상 2008.11.27

늦가을을 살아도 늦가을을 / 문태준

늦가을을 살아도 늦가을을 몰랐지 늦가을을 제일로 숨겨놓은 곳은 늦가을 빈 원두막 살아도 살아갈 곳은 늦가을 빈 원두막 과일을 다 가져가고 비로소 그 다음 잎사귀 지는 것의 끝을 혼자서 다 바라보는 저곳이 영리가 사는 곳 살아도 못 살아본 곳은 늦가을 빈 원두막 늦가을을 살아도 늦가을을 못 살았지 - 늦가을을 살아도 늦가을을 / 문태준 수확이 끝난 빈 들판의 빈 원두막은 모든 것 다 내어주고 참 편안하다. 비어있음의 충만이다. 욕심도 버리고 원망도 내려놓고, 아무도 없는빈자리에는 바람이 지나고 하늘이 깃들게 하리. 그러나 늦가을을 살아도 늦가을을 못 사는 사람 많다. 단풍 속으로 들어간다고 모두가 가을을 사는 것은 아니듯이 말이다. 그런데 이 시에 나오는 '영리'란 무슨 뜻일까? 사람 이름일까? 사전에서 ..

시읽는기쁨 2008.11.11

국립현충원의 가을

아내와 첫 외출을 했다.수술을 받은지 한 달 반만이다. 처음에는 집 주변을 가볍게 산책했으나 그것마저 무리가 되는 것 같아 포기하고 아내는 집에서만 지냈다. 가볍게 운동을 했으면 싶지만 찬바람을 쐬면 자꾸 머리가 아파오니 어쩔 수가 없었다. 집 뒤의 국립현충원에 가을이 한껏 익었다. 전 같으면 가볍게 운동화를 신고 나갔겠지만 이번에는 차를 이용했다. 열심히 걷기 운동을 하던 길을 차를 타고 지나야 되니 괜히 슬퍼졌다. 단풍이 멋진 곳에서는 내려서 조금씩 주변을 산책했다. 올들어 처음 보는 가을 단풍에 아내는 환호성을 질렀다. 도심에 이런 멋진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러나 휴일인데도 사람들은 별로 없이 한산했다. 아마 묘지라는 인식이 사람들을 꺼리게 만드는 것 같다. 아내는 이 정도라..

사진속일상 2008.11.10

가을 억새 / 정일근

때로는 이별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가스등 켜진 추억의 플랫폼에서 마지막 상행선 열차로 그대를 떠나보내며 눈물 젖은 손수건을 흔들거나 어둠이 묻어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터벅터벅 긴 골목길 돌아가는 그대의 뒷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사랑 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의 축축한 별사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 제 갈 길로 바쁘게 돌아서는 사람들 사랑 없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이제 누가 이별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겠는가 이별 뒤의 뜨거운 재회를 기다리겠는가 하산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에 내 생애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

시읽는기쁨 2008.10.30

가을 / 송찬호

딱! 콩꼬투리에서 튀어나간 콩알이 가슴을 스치자, 깜짝 놀란 장끼가 건너편 숲으로 날아가 껑, 껑, 우는 서러운 가을이었다. 딱! 콩꼬투리에서 튀어나간 콩알이 엉덩이를 때리자, 초경이 비친 계집애처럼 화들짝 놀란 노루가 찔끔 피 한 방울 흘리며 맞은 편 골짜기로 정신없이 달아나는 가을이었다 멧돼지 무리는 어제 그제 달밤에 뒹굴던 삼밭이 생각나, 외딴 콩밭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지나치는 산비울 가을이었다 내년이면 이 콩밭도 묵정밭이 된다 하였다 허리 구부정한 콩밭 주인은 이제 산등성이 동그란 백도라지 무덤이 더 좋다 하였다 그리고 올 소출이 황두 두말 가웃은 된다고 빙그레 웃었다 그나저나 아직 볕이 좋아 여직 도리깨를 맞지 않은 꼬투리들이 따닥 따닥 제 깍지를 열어 콩알 몇 날을 있는 힘껏 멀리 쏘아 보..

시읽는기쁨 2008.10.16

떠나가는 가을

가을이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 꽃이 떨어지는 것이 한 순간이듯, 한 계절이 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 해의 막바지라는 아쉬움 때문일까, 너무나 쉽게 미련없이 떠나가는 가을이 허전하고 쓸쓸하다. 매일 바라보던 창 밖 풍경도 이젠 썰렁하게 변했다. 비 뿌리고 바람 불던 날, 나뭇잎은 한 순간에 낙엽이 되어 땅에 앉았다. 갑자기 훤해진 시야가 낯 설었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발가벗은 나무도 고향으로 돌아가는 잎도 모두 편안하고 따스하다. 2007년 가을에 이제 아듀를 보낸다.

사진속일상 2007.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