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퇴근길에 교보문고에서 책 구경을 하다가 나무에 관한 책을 한 권 샀다. 스스로를 '나무에 미친 환자'라고 부르는, 한문을 전공하신 분이 쓴 나무책이었다. 그리고 가을 향기에 끌려 덕수궁에 들렀다. 마침 덕수궁에서는 '시와 그림이 있는 오색 물든 덕수궁'이라는 주제로 낙엽길에서 시화전이 열리고 있었다. 가을을 곁에 두고 홀로 가슴엔 낙엽더미가 쌓였다, 스스로 타버리는 재가 되어 저기 저 벌판에 서있는 외줄기 처연한 사랑이 있습니까? 펼친 시간 허락하시고 비로소 사랑받게 하소서 겨울 오기 전 낙엽 지듯 사랑 또한 진다해도 한 계절 앓느니 한 계절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엔 만나게 하소서 할퀴고 저버려진 가지에는 청록의 싹 움틀 리 없고 미래도 생명도 잃어 가리니 선선히 받아드린 사랑 무너질 때로 무너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