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83

볼록유리로 보이는 가을

어릴 때 만화경을 보며 무척 신기해 하던 기억이 난다. 작은 유리 기둥 안에서 생기는 온갖 색깔의 변화에 홀린 것이다. 그러나 그 현란한 색깔의 요술이 단지 색종이 몇 조각이 부리는 장난이라는 것을 알고는 실망을 했다. 천변만화의 현상들 배후에 숨어있는 원리는 만화경처럼 단순하리라고 본다. 과학자들이 궁극적으로 찾는 것도 마찬가지다.앞으로 발견될 대원리는 만화경 속의 색종이 몇 조각으로 귀결될지도 모른다. 복잡해 보이는 세상의 실상도 알고 나면 이렇듯 단순하고 무미건조할 것이다. 거기에 인간은 여러가지 의미를 붙이고 채색을 한다. 인간이 진실을 외면하는 이유는 맞닥뜨릴 진실이 너무 단순해서 두렵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가을이 익어가는 풍경이 볼록유리를 통해 흐릿하게 보인다. 하나하나의 유리가 각기 하나씩의..

사진속일상 2006.11.03

낙엽은 / 박민수

낙엽은 위에서 아래로 내리지 황금빛 가슴으로 가진 것 모두 제 자리에 두고 낙엽은 언제나 위에서 아래로 내리지 역사를 넘어 침묵의 세계 낙엽은 그 비밀을 알지 땅갈피 귀 대고 마침내 엿듣는 세상의 말씀 그 소멸의 꿈을 알지 가진 것 모두 제 자리에 두고 한 줌 흙이 되는 것 그것이 자유라고 말하는 땅의 말씀을 알지 낙엽은 언제나 위에서 아래로 내리며 몸을 낮추어도 더없이 깊어오는 충만감 그 아름다움을 알지 낙엽은 - 낙엽은 / 박민수 한여름의 무성했던 잎사귀들은 자신의 원래 자리인 땅을 찾아 떠난다. 가을은 만물이 근본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그리고 우리도 돌아감에 대해 생각한다. 지상에서 모든 것 놓아두고-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했던 것들 - 제 자리에 놓아두고 홀로 길 떠나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가..

시읽는기쁨 2006.10.25

가을 색깔

가을비가 지나고난 뒤 성큼 가을이 다가왔네요. 오늘은 시선이 몇 번이나 창 밖을 향했는지 몰라요. 그 눈길따라 내 마음도 가을을 찾아 떠나요. 그리고 그리운 당신에게로.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아마 가을에는 우리들 마음도 노랗고 빨갛게 물들 거예요. 가을은 내가 좋아하는 서해바다 노을 색깔을 닮았죠. 그것은 모든 사라지는 것들이 내는 색깔이죠. 그래서 가장 아름답고 고운 색깔.... 창 밖에는 담쟁이덩굴이 외롭게 매달려 있네요. 올해는 너무 가물어서 담쟁이도 제 색깔을 못낸 채 시들고 있답니다. 그에게도 이 가을은 시련의 계절일까요? 나는 혼자서 '가을' 하고 가만히 속삭여 봅니다. 그리고 작은 것들, 사라지는 것들, 쓸쓸함, 낮아짐을 생각합니다. 가련하고 연약한 존재들을 더욱 사랑하는 것에..

사진속일상 2006.10.24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외롭지 않은 때가 언제 있었으랴. 그러나 가을이 되면 더욱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느껴지면 이 정체모를 괴물은 어디선가 스멀스멀 기어 나와 나를 에워싼다. 가을이 되면 어디엔가 숨어있던 외로움이 아픈 생채기를 만들며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손에 잡히지 않는 는개에 젖어들 듯 마음은 외로움에 빠져 헤어나기 힘들어진다. 가을의 외로움은 특정인에 대한 그리움 때문은 아니다. 가을의 외로움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 고독과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의 숙명이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외로우니까 사람인 것이다.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시고, 갈대숲도 도요새도 외롭기는 마찬가지다. 심지어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가을의 외로움은 채워지지 않은 영혼의 갈증이다. 인간..

사진속일상 2006.09.27

가을 아침

가을이 되면 내 몸에서는 우울호르몬이 마구 솟아나기 시작한다. 첫서리를 맞은 풀처럼 몸과 마음이 생기를 잃고 무기력의 늪에 빠진다. 세상은 나를 등지고 돌아앉았고 나는 외톨이가 된 듯한 느낌에 시달린다. 가을이 갑자기 찾아오듯 이런 느낌은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덮친다. 삶은 무미건조해지고 살 맛을 잃는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이런 현상은 남성 갱년기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도 같다. 나에게 가을은 무척 힘든 계절이다. 외롭고 쓸쓸하다. 이것은 사람을 만나거나 재미있는 일에 집중하더라도 해결될 병이 아니다.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나 자신은 견딜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데 문제가 있다. 나를 둘러싼 음의 기운이 옆에 있는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는 것이 나에게도 괴롭..

사진속일상 2006.09.13

가을 부근 / 정일근

여름내 열어놓은 뒤란 창문을 닫으려니 열린 창틀에 거미 한 마리 집을 지어 살고 있었습니다 거미에게는 옥수수가 익어가고 호박잎이 무성한 뒤뜰 곁이 명당이었나 봅니다 아직 한낮의 햇살에 더위가 묻어나는 요즘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일이나, 새집을 마련하는 일도 사람이나 거미나 힘든 때라는 생각이 들어 거미를 쫓아내고 창문을 닫으려다 그냥 돌아서고 맙니다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여름을 보낸 사람의 마음이 깊어지듯 미물에게도 가을은 예감으로 찾아와 저도 맞는 거처를 찾아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 가을 부근 / 정일근 무더웠던 여름도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젠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선선하다. 시인과 마찬가지로 여름내 열어놓았던 뒤켠 보일러실의 창문을 나도 닫았다. 거기에 거미줄이 엉켜있는 걸 ..

시읽는기쁨 2006.09.04

가을앓이

늦가을 풍경이 눈이 시리게 아름답다. 이런 가을을 펼친조물주는 아무래도 심술쟁이인가 보다. 가을을 앓는 사람을 더욱 서럽게 만드니 말이다. 그래도 나로서는 가을의 우울이 이번에는 덜 한 편이다. 한 때는 가을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기도 했는데, 다행히 올해는 미열 수준으로 통과할 것 같다. 축 늘어져 있는게 안돼 보였는지 옆의 동료가 농담을 한다. "이런 날은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 나눌 애인 하나 있어야 한다니까요. 아직 그런 애인 없어요?" "그러니까 평소에 신경을 쓰고 투자를 해 놓았어야 하는데 말이예요." 아플 때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귀찮고 싫지만 사랑스런 애인이라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애인이 상처를 낫게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을의 우울은 근본적으로 우리 삶의 덧없음과 관련이 있다. ..

사진속일상 2005.11.09

창 밖의 가을

사무실 창 밖으로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여기는 북악산과 잇닿아 있어서 비록 산 속에 들지 않더라도 계절의 변화를 온 몸으로 느낄 수가 있다. 지금은 온갖 나무들이 차례로 가을물이 들면서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풍경을 가까이서 접한다. 봄이 생명의 축제며 존재의 기쁨을 노래하는 계절이라면, 가을은 반대로 소멸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주는 계절이다. 사람들은 가을 속에서 생각이 깊어지고 다들 철학자가 된다. 가을 산길을 홀로 걸어가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다워 보이는 때가 바로 지금이다. 쓸쓸함에는 분명 우리영혼을 울리는 아름다움이 있다. 뭐니뭐니해도 최고의 구경거리는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구별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더 그러하다. 시각에 주는 즐거움은 말 할 필요..

사진속일상 2005.11.02

세월이 빠르다

한 해의 끝이 다가오니 시간은 어지러울 정도로 빨리 흘러간다. 아름다운 계절, 가을이 어느덧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함께 하는 시간이 짧아서 아쉽다. 우리들 인생도 분명 그러할 것이다. 놀이터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아이들 모습이 어제의 나인데 벌써 머리에 서리가 내렸다. 인생의 나이도 가을이 되면 시간축의 기울기가 훨씬 가팔라진다. 한 해를 지나는 것이 한 달처럼 짧게 느껴진다. 未覺池塘春草夢 階前梧葉已秋聲 어린 시절 뛰어놀던 봄꿈이 아직 깨지도 않았는데 뜰 앞의 오동잎이 이미 가을소리를 전하는구나 주희(朱熹)의 권학문(勸學文)에 나오는 끝 구절이 입술에서 저절로 흘러나온다. 봄날 뜰에서 놀다가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벌써 가을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는 쓸쓸함이 지금의 내 심정..

길위의단상 2005.10.27

할머니는 마당에 붉은 고추를 / 채호기

할머니는 마당에 붉은 고추를 넌다 베지 않은 키 큰 옥수수나무가 서 있고 누렁 빛 들판에는 풍성한 예감이 있다 먼데 산이 선명하다 형은 펌프 옆에서 양말을 빨고 하, 참 이 가을엔 햇빛의 뼛속까지 보이는구나 - 할머니는 마당에 붉은 고추를 / 채호기 사무실 앞 가을 햇살 따스한 곳에서 동료들이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뭘 하고 있느냐며 짐짓 물으니 광합성을 하고 있는 중이란다. 그 대답이 일품이다. 가을은 이 햇살과 하늘만으로도 더없이 풍요롭고 아름다운 계절이다. 햇살은 투명하고, 하늘은 맑고, 대기는 청명하다. 이런 날은 인공 조명의 사무실을 벗어나 맑은 햇살 아래서 식물성 광합성이라도 하고 싶다. 모든 동물성 욕망은 잠재우고 저 맑고 투명한 햇살로 내 몸과 마음을 씻어내고 싶다. 표현 하나 때문에 특별..

시읽는기쁨 2005.10.17

남한산성의 가을꽃

명성산으로 억새 산행을 가는 동료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혼자 남한산성 길을 걷다. 가을산은 한 달쯤 계절이 빨리 오는 것 같다. 산길에는 벌써 낙엽이 땅을 덮고 있다. 지나가는 바람에 마른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금속이 닿은 것처럼 서늘하다. 산 위에서 고추를 안주로 막걸리 한 잔을 사 마신다. 가을 산길은 역시 혼자 걸어야 제 맛이 난다. 전에 남한산성 밑에서 살 때는 거의 매주 한 번씩 이 산을 찾았다. 크지 않은 산이지만 산의 구석 구석 모든 길이 발길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오랜 만에 찾으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나서 더욱 쓸쓸해진다. 여기는 현호색 군락이었고, 저기는 양지꽃이 예쁘게 피어있었었지. 또 산에 오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강제로 데리고오면 처음에는 투덜대다가 나중에는 얼굴이 밝아지곤 했었다. ..

꽃들의향기 2005.10.14

교정의 가을

가을비가 지나가니 가을 색이 더 깊어졌다. 가을 교정은 빨강, 노랑, 초록의 빛깔로 가득하다. 나무는 물론 땅도 사람 얼굴도 온통 단풍물이 들었다. 가을의 아름다움을 찬탄하지 않을 수 없다. 11월 초순의 짧은 한 때, 스쳐가듯 우리 마음을 흔들며 가을의 정령이 지나가고 있다. 느티나무 아래에 떨어진 낙엽이 곱고도 포근하다. 복자기나무에도 빨간 물이 들었다. 건물 벽에 매달린 담쟁이 덩굴도 대부분 떨어지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밑에서 올려다 본 층층나무 잎도 은은하게 가을빛으로 물들었다.

사진속일상 2004.11.03

가을 나들이

동료들과 경기도 가평에 있는 매봉을 찾았다. 7명이서 지프와 승용차에 나누어 타고 갔는데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고 외진 산이어서선지 험한 비포장길을 한참을 가야 했다. 결국 승용차는 끝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K와 나는 자원해서 뒤에 처지게 되었다. 그래서 정상에는 올라가지 못했지만 산 아랫쪽에서 수락폭포라는 비경을 만나서 늦가을의 정취를 즐길 수 있었다. 산의 나무들은 벌써 몸의 물을 비우면서 겨울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 같았다. 땅으로 돌아온 나뭇잎들이 발에 밟히는 소리가 유난히 사각거렸다. 특히 계곡의 물 위에 떨어진 잎은 단풍의 선명한 색깔을 그대로 유지한 채 평화롭고 아름답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화려한 단풍철은 지나서마치 잔치가 끝난 자리처럼 아쉽고 서운하기도 하지만 대신에 늦가을의 산은 삶의..

사진속일상 2004.10.31

가을날 / 허영자

세상엔 가을이 우리한텐 이별이 왔다 안녕히 늘 안녕히 우리는 가난한 연인이나 가진 것 모두 서로 주었기 빈 알몸으로 후회는 없다 꽃이나 나무나 온갖 식물이 그러하듯 나도 빛나는 사랑의 열매 하나 달고 이 愁心 깊은 계절을 견디리라 정녕 아무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던 열정의 시간 보랏빛 추억의 때를 저 높다란 구름 선반 위에 갈무리 하느니 더욱 넉넉히 허용될 아름다운 날을 위하여 낙엽 쌓인 조롱길이 열린다 가앙 가앙 푸르른 가을 하늘 열린다 - 가을날 / 허영자 올해는 유난히 파란 가을 하늘이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다. 되돌아보니 봄에는 황사도 덜 했고, 여름 태풍도 비켜갔고, 비 피해도 적었고, 다른 해보다 자연 혜택을 많이 받은 해인 것 같아 고맙다. 상대적인지 이웃 일본은 태풍과 지진의 자연 재해로 ..

시읽는기쁨 2004.10.29

사라지는 것은 아름답다

사무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에도 가을이 한껏 익고 있다. 이 아름다운 계절을 맞으러 멀리 찾아 나서지 않아도 좋다. 단풍이 든 한 그루의 나무, 그 아래에 쌓이는 낙엽, 그리고 청명한 저 하늘과 바람이 온 가을을 다 보여주고 있다.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들은 모두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생명은 사라질 수 있기에 더욱 아름답다. 벚꽃이 1년 내내 피어 있다면 누가 그 아름다움을 찬탄하겠는가? 사라진다는 것은 새 생명에 대한 약속이다. 죽음이 없으면 태어남도 없다. 잎사귀가 떨어진 가지에는 이미 새 눈이 움트고 있다. 그래서 사라지는 것들은 아름답다. 우리의 사라져 가는 청춘에, 또 지나가는 한 해에 너무 아쉬워 말자. 꽃도 시간도 사랑도 사람도 결국엔 모두 사라져 가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뒤를 따라오는 새..

사진속일상 2004.10.27

"날씨가 참 좋지요?" 오늘은 이런 인사를 많이 주고받았다. 시리다는 표현이 이와 같은 것일까, 서울에 나타난 가을 하늘이 유난히 맑고도 푸르다. 너무 파래서 저 하늘에는 서러움이 가득 묻어있는 것만 같다. 파란 색은 세상의 모든 슬픔과 외로움과 쓸쓸함이 모여 하늘로 올라가 만든 색깔이 아닌가 싶다. 한자로 가을[秋]과 마음[心]을 합하면 쓸쓸할 수[愁]가 된다. 가을의 모든 풍경 속에는 쓸쓸함이 배어있다. 그러나 가을이라는 계절은 쓸쓸함마저도 아름다움으로 바꾸어 놓는다. 이런 날은 한 일주일쯤 휴가를 받아 낯선 길로 떠나고 싶다. 작은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들길과 산길을 따라 마냥 걷고만 싶다. 가을 여행은 혼자서 떠나는 것이 어울린다. 여름의 번잡스러움을 지나서 가을은 홀로 스스로에게 향하는 계절이다..

길위의단상 2004.10.05

전혜린의 가을

......... 긴 여행 - 돌아오지 않는 여행, 깨어남 없는 깊은 잠, 이러한 것들이 가을이면 매년 나의 고정 관념으로 되어 버린다. 여름의 모든 색채와 열기가 가고 난 뒤의 냉기와 검은 빛과 조락은 나에게는 너무나 죽음을 갈망하는 자태로 유혹을 보내 온다. 그래서 매년 가을이면 몇 주일이나 학교도 못 나오게 되고 앓아 눕게 된다. 의사는 신경의 병이라지만 나 자신은 내가 `존재에 앓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을 만큼 절실하고 긴박하게 생과 사만을 집요하게 생각하고 불면 불식의 나날을 보내게 된다. 생과 사에 대한 생각이라기보다는 사에 대한 생각이 나를 사로잡아 버린다. 가을은 토카이의 시 속에서처럼 저녁 노을에 박쥐가 퍼덕거리는 숲을 지나서 오솔길을 한없이 걸어가다가 길목에 있는 선술집에 들어가 `어린..

읽고본느낌 2003.11.10

가을엔 편지를 띄우세요

가을비가 내린다. 도시의 아스팔트 길도, 노랗게 물들어가는은행나무 가로수도 비에젖고 있다. 내 마음도 비에 젖는다. 아침부터 분주하던 마음이 가을비에 젖어 차분해진다. 이러다가는 너무 가라앉을까 봐서 걱정이다. 또 우울증이 찾아 오면 어떡하나..... 그러나 적당한 우울과 쓸쓸함은 정신의 보약이 될 수도 있다. 자연과 차단된 여기 사무실 가운데서도 빗소리는 나를 가을의 스산한 늪 속으로 빠지게 한다. [반가운 분이 보내준 갈대 사진 중 하나] 한참동안 소식이 끊어졌던 분에게서 메일이 왔다. `이 아름다운 가을에... 행복하세요.....` 짧은 내용이었으나 따스했다. 그리고 서정 가득한 가을 풍경 사진 여러 장을 같이 보내 주었다. 나도 오늘은 뜸했던 친구들에게 편지를 띄어야겠다. 오해로 소원해진 여러 사..

사진속일상 2003.10.21

가을 유감

가을이다. 시름 가득한 세상 가운데로 가을이 오고 있다. 몇 달간 지루하게 계속된 장마가 농부들의 애를 태우더니 명절날 찾아온 `매미`의 날개짓으로 남부 지방은 쑥대밭이 되었다. Exodus Korea의 열풍이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한국을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살아가는게 폭폭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다. 그건 비단 경제적인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악질적인 투기와 싸움박질, 있는 사람은 더욱 부자가 되고없는 사람은 가진 것마저 빼앗기고 있다. 누구는 소주 한 잔 마시기도 힘든데, 누구는 천만원짜리 양주잔을 홀짝인다. 이 정권에 걸었던 작은 희망마저 이젠 접어야할까 보다. 어제 저녁에 TV로 백기완님의 노나메기 강의를 들었다. `노나메기`란 같이 일하..

사진속일상 2003.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