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샌. 2004. 10. 5. 16:40

"날씨가 참 좋지요?"

오늘은 이런 인사를 많이 주고받았다.

시리다는 표현이 이와 같은 것일까, 서울에 나타난 가을 하늘이 유난히 맑고도 푸르다.

너무 파래서 저 하늘에는 서러움이 가득 묻어있는 것만 같다. 파란 색은 세상의 모든 슬픔과 외로움과 쓸쓸함이 모여 하늘로 올라가 만든 색깔이 아닌가 싶다.

한자로 가을[秋]과 마음[心]을 합하면 쓸쓸할 수[愁]가 된다.

가을의 모든 풍경 속에는 쓸쓸함이 배어있다. 그러나 가을이라는 계절은 쓸쓸함마저도 아름다움으로 바꾸어 놓는다.

이런 날은 한 일주일쯤 휴가를 받아 낯선 길로 떠나고 싶다. 작은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들길과 산길을 따라 마냥 걷고만 싶다.

가을 여행은 혼자서 떠나는 것이 어울린다. 여름의 번잡스러움을 지나서 가을은 홀로 스스로에게 향하는 계절이다. 길 떠난다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로 향하는 여행이 될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순환은 우리네 인생살이와 닮았다. 이제 가을나이가 되어 맞는 가을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각별하다.

가을은 고독의 계절이다. 동시에 가을은 침묵과 내성(內省)과 성숙의 계절이다.

자연의 지혜는 가을이 되어서야 우리 앞에 현시된다. 스산한 가을 바람과 떨어지는 낙엽 앞에서 모든 사람들은 철인(哲人)을 닮는다.

사람들은 그저 열심히만 살아온 자신의 삶에 한번쯤 의문 부호를 붙여본다. 그러다가 공허한 자신의 내면을 드려다 보고는 섬찟 놀라기도 한다.

가을이 되면 눈에 익어 익숙한 것들도 낯설어진다.

가을은 쓸쓸하다.

그러나 그 쓸쓸함이란 새로운 눈뜸으로 인도하는 로맨틱한 안내자이다. 사람들은 가을이 되어서야 진정한 이별의 의미를 알게 된다.

그것은 버리고 떠날 때만이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각성이될 것이다.

저 가을 풍경 속으로 홀로길 떠나는 자의 쓸쓸한 발걸음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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