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11

응답하라 1988

고뿔이 찾아온 지 일주일 째다. 1년에 한두 번씩 겪어야 하는 연례행사가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찬 기운을 좀 쑀다고 금방 탈이 난 것이다. 그렇다고 온실 속 화초처럼 바깥출입을 안 할 수도 없지 않은가. 이 이상 더 어떻게 하라는 건지, 거울 속 비실이를 바라보며 나는 한숨을 쉰다. 머리가 띵 하고 얕은 기침, 콧물이 흐르는 감기 몸살이다. 심하면 병원이라도 가겠지만 그런대로 견딜 만하니 버텨본다. 내일이면 덜해지겠지,하는 기대를 품게 하니 얄밉다. 요만한 병에도 내 일상은 깨어졌다. 독서와 블로그 글쓰기가 전혀 안 된다. 아예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이럴 때는 드라마에 빠지는 게 제일 낫다. 이번에 고른 드라마는 '응답하라 1988'이었다.  2015년에 방영된 '응답하라 1988'은 1980년대와 ..

읽고본느낌 2024.12.30

가만히 햇볕 쬐기

고뿔이 들었다. 닷새 전 아침에 일어났더니 목이 꽉 잠겨서 겨우 목소리가 나왔다. 선제 대응한다고 바로 병원에 가서 나흘치 약을 처방받았다. 의사는 약을 다 먹은 뒤에도 호전되지 않으면 코로나 검사를 받아보자고 했다. 이번 감기는 증상이 목에 집중되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밤이 되면 기침이 통제할 수 없게 터져 나온다. 장마철 폭포수처럼 거세다. 한 바탕 난리를 치고 나야 잠잠해진다. 다행히 차도가 있어 어제부터 밤 기침은 사라졌다. 대신 약 기운이 떨어져서인지 머리가 띵 하다. 매일 무기력하게 지내고 있다. 사뭇 집에만 있다가 오늘은 안 되겠다 싶어 밖에 나섰다. 집 주변을 가만히 걷다가 의자에 앉아 햇볕을 쬤다. 햇볕이 보약이라고 하지 않던가. 누군가 보았다면 영낙없이 곧 죽어갈 듯한 노인네 꼬락..

사진속일상 2024.05.22

닷새만에 회복하다

지난주에 무리를 했던 것 같다. 세 번의 모임이 있었고, 연이어 고향에 내려가 산소 일을 했다. 그 뒤부터 목이 따끔거리며 몸살기가 나타났다. 두통이 동반되고 콧물도 나왔다. 다행히 심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에어컨이 문제였다. 특히 기원에서 바둑을 둘 때 냉기가 심했다. 늘 갖고 다니던 팔 토시가 그때는 없어서 에어컨의 찬 바람에 오래 노출되었다. 여기에 피로가 겹치니 몸살감기가 생긴 것이다. 스스로 돌아보는 자가 진단이다. 한 달 넘게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 고생하는 분이 이웃에 있다. 나도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빨리 가라앉고 있다. 몸살이 시작되면 증세가 심해지다가 사나흘 뒤 정점을 찍고 서서히 사라진다. 내 경우는 통상 두 주 정도는 걸린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작 단계에서 더 이상 발전하지 않았다..

길위의단상 2023.09.15

천근만근 무거운 몸

연속적인 재채기와 함께 콧물이 줄줄 흘렀다. 닷새 전 아침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계속 집에 있었는데도 감기를 맞은 것이다. 이런 환절기 연례행사는 건너뛰면 좋으련만 매년 어김없이 찾아온다. 사실 올해는 감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코로나 때문에 밖에 나갈 수 없으니 찬 바람을 쐬거나 무리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뭐가 잘못됐는지 불청객이 노크도 없이 침입했다. 굳이 원인을 찾자면 낮에 방 환기를 시킨다고 창문을 활짝 열어둔 것밖에 없었다. 싸늘한 기운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감기에 걸리는 이 유리 몸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다행히 열을 동반하지 않은 콧물감기였다. 약국에서 콘택을 사 먹으니 콧물은 하루 만에 그쳤다. 그러나 미지근한 두통은 계속되었다. 하필 누워 있는 와중에 고모님의 부음을 들었다. 2년..

사진속일상 2020.12.02

여드레 만의 외출

두 주일이 지나니 그제야 감기가 떠날 채비를 한다. 감기는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그냥 집에서 버티는 편이다. 되도록 병원에는 가지 않는다. 백수의 좋은 점이다. 직장에 다닐 때는 주사도 맞고 약을 먹어야만 했다. 그러나 일이 없어진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저도 지겨워지면 언젠가는 떨어져 나가겠지, 하며 느긋하게 기다린다. 고향에서 외할머니가 개를 기를 때 보면 개는 몸에 이상이 생기면 활동을 멈추고 그냥 가만히 엎드려 있는다. 음식을 갖다줘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냥 눈만 끔벅끔벅 할 뿐이다. 말을 못 하니 어디가 아픈지 알 도리가 없다. 그런 채로 여러 날이 지나간다. 잘못하면 죽겠구나 싶다가도 어느 날 보면 몸을 일으켜 세우고 생기를 되찾는다. 개한테는 병원도 없고 약도 없다. 자연치유가 되..

사진속일상 2019.11.23

감기 불청객

몸이 부실해서 한 해에 두 번은 감기에 걸린다. 주로 가을에서 봄 사이에 찾아온다. 올 초겨울에는 독감에 걸려서 한 달 정도 고생했다. 그 뒤 봄에 또 한 번 감기에 걸렸고, 이번 가을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일부러 무리한 일을 피하고 조심하는 데도 불청객은 어김없다. 며칠 전 사위와 밖에 나가 당구를 치고 맥주 두 잔을 마시고 밤거리를 걸은 게 전부였다. 다음 날 기력이 빠진 걸 느꼈지만 설마 감기에게 틈을 보이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이 정도를 가지고 콜록거린다면 세상 사람들은 매일 감기를 달고 살아야 할 것이다. 아프면 절실히 느낀다. 몸 튼튼한 사람이 제일 부럽다. 나는 선천적인 약골이다. 무리하면 어떤 후유증이 오는지 잘 안다. 그래서 조심하는 편인데 모르는 사람들은 엄살을 부린다고 말..

길위의단상 2019.11.18

감기와 스트레스

감기몸살이 진하게 찾아왔다. 닷새 동안 끙끙 앓고 나니 조금 사그라진다. 백수였기 망정이지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면 훨씬 더 오래 끌었을 것이다. 감기에 걸려도 약을 안 먹고 견디는 편인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병원 신세를 졌다. 그만큼 증상이 복합적인데다 특히 기침이 심했다. 블로그에 들어오기도 귀찮아서 며칠간 공백이 생겼다. 밖에 쏘다녔거나 무리한 생활을 한 것도 아닌데 감기에 걸린 것은 올 초부터 받고 있는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 같다. 바이러스에 노출될 때 증상으로 연결되느냐 않느냐는 것은 면역력과 관계가 있다. 과로와 함께 정신적 스트레스도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다. 지속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신체의 방어벽이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더구나 아내가 부재중이어서 더 힘들었다. 아픈 ..

길위의단상 2014.02.13

이런 몸을 가지고

중국에 다녀온 뒤 심한 몸살을 앓았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인데도 난방을 때고 겨울 이불을 꺼내 덮었다. 이틀을 끙끙거린 뒤 다행히 열은 내렸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이빨도 탈이 났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하나에서 통증이 왔다. 혀만 스쳐도 아픔이 더 했다. 다른 하나는 찬 게 닿으면 견딜 수 없게 욱신거렸다. 치과에 갔더니 둘 다 신경 치료에 대수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주변에 있는 다른 한 개까지 세 개의 이빨을 치료하는데 거금 150만 원이 들었다. 지금도 병원 왕래 중이다. 이 모든 게 중국 여행의 여파인 것 같다. 피로 누적이 몸살과 이빨의 병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너무 더워서 찬 아이스케키를 마구 깨물어 먹었다. 평소 부실했던 이빨이 이때다, 하고 신호를 보낸 것이다..

길위의단상 2012.08.12

몸살을 앓다

몸살을 호되게 앓았다. 지난주의 무리한 일정에 몸이 견디지를 못한 것 같다. 처음에는 열과 두통 때문에 잠을 들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게다가 온몸까지 저려와서 절로 비명이 나왔다. 끙끙대며 하루를 버티다가 결국은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그나마 신종플루는 아닌 것 같다고 하여 다행이었다. 지금도 약을 먹으면 좀 덜해지고 약기운이 사라지면 다시 아파온다. 그러나 여러 날을 결근할 수 없어 중무장을 한 채 출근하고 있다. 하필이면 추위까지 닥쳐 난방이 부족한 사무실의 한기가 더욱 차갑다. 이럴 때는 따스한 안방의 이불속이 무척 그립다. 아파서 블로그 일기를 거른 것도 블로그를 시작한지 6년 만에 처음이다. 근래에 감기몸살을 모르고 지냈는데 오랜만에 따끔한 맛을 보고 있다. 2009년..

사진속일상 2009.12.16

봄 감기

봄 감기가 가족 전체에게 찾아왔다. 제일 먼저 아내에게 나타난 증상이 아이들을 거쳐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아내는올봄에 특히 더 힘들어한다. 감기뿐만 아니라 몸 이곳저곳이 아파 몇 주째 바깥 나들이를 못하고 집안에서 지내고 있다. 우리 가족에겐 잔인한 봄이 되고 있다. 젊은 아이들은빨리 회복이 되는데 어른들은 아무래도 시간이 걸린다. 아내는 약과 병원을 무척 좋아한다. 좋아한다기 보다는 믿는 편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반면에 나는 되도록이면 병원이나 약 사용을 삼가한다. 한번 아플 때마다약을 먹어라, 병원에 갔다와라는 아내의 잔소리와, 안 먹는다, 안 간다라는 내 고집이 부딪쳐 마찰음이 난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감기의 경우에는 약의 효능을 나는 별로 믿지 않는다. 대신에 최상의 방법은 푹 쉬는 것이라고 ..

사진속일상 2006.04.04

감기와 복숭아

그저께 안산에 가서 바깥 찬바람을 오래 쐬었더니 코감기가 찾아왔다. 쉼 없이 재채기가 나오고 콧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약간의 미열을 제외하고는 오직 코에만 이상이 나타났다. 특이한 감기다. 그러니 오히려 짜증이 더 난다. 이틀간 나 죽었소 하며 침대에서만 버티었다. 어제 오후에는 겨우 내내 기다리던 눈이 살짝 내렸다는데 그것도 모르고 어두운 방 안에서만 지냈다. 소식을 듣고 창문을 열어보니 눈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오늘은 저도 질렸는지 감기가 슬슬 떠날 채비를 하는 것 같다. 이때 마지막 아듀의 순서는 복숭아 통조림이다. 감기와 복숭아 통조림과의 연결은 그 연원이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나에게는 역사가 길다. 그것은 영양 보충제이면서 몸살의 특효약이다. 몸이 좋지 않으면 아내의 시장바구니에는 늘 복숭아 ..

사진속일상 2005.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