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안천 버들(241219) 1년 만에 대면하는 경안버들이다. 한결 더 의젓해진 것 같다. 지난 폭설에 부러진 가지가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멀쩡하다. 수평으로 누운 가지들이 엄청난 눈의 무게를 견뎌냈다는 게 신기하다. 경안천은 살얼음이 살짝 얼어 있다. 나무 너머에는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고니 떼가 자그마하게 보인다. 강이 꽁꽁 얼면 올해는 나무 곁으로 가 볼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겠다. 한 번 정도는 된통 추웠으면 한다. 천년의나무 2024.12.20
경안버들과 고니 경안버들 부근에 고니와 오리들이 어울려 놀고 있었다. 경안버들 주변은 산책로가 가까이 있어 새들이 찾아오는 경우는 드문 곳이다. 이때만큼은 경안버들도 적적하지 않았을 것 같다. 조심스레 다가갔지만 소리에 민감한 고니는 이내 경계 태세를 갖췄다. 보초병은 고개를 곧추 세우고 이쪽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나는 살그머니 되돌아나왔다. 이날 이후로 경안천에서 고니를 만나지 못했다. 경안버들도 나만큼 서운할 것 같다. 천년의나무 2024.02.19
경안천 버들(231218)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 탓인가, 오랜만에 찾아간 경안천 버들이 너무 추워 보였다. 주변 풍경도 스산하고 쓸쓸했다. 나목은 크기마저 줄이려는 듯 잔뜩 웅크린 자세로 서 있었다. 나무는 움직일 수 없다. 나무는 혹독한 계절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견딜 뿐이다. 오랜 진화를 거치며 환경에 적응되었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겨울은 긴 인고의 시기일 것이다. 하지만 기약하지 않아도 봄은 찾아오고, 겨울의 시련이 있어 나무는 더 단단해진다. 경안버들이 외롭게 보여서 세 차례 다중노출을 해서 찍어보았다. 내 마음의 위안일지 모르지만 조금은 더 포근해졌다. 천년의나무 2023.12.18
경안천 버들(221227) 경안버들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경안버들은 겨울 동안에만 잠시 대면을 허락한다. 올해는 지난 2월에 만나고 처음이니 10개월 만이다. 늘 같은 자리를 늠름하고 의젓하게 지키고 있어서 고마웠다. 아직 한 번도 나무 아래까지 가 보지는 못했다. 개천이 얼기는 하지만 안심이 될 정도로 단단하지 않아서 시도할 수 없었다. 이번 추위로는 내 몸무게를 버티지 못한다. 멀리서 보니 나무 밑에 애기곰 한 마리가 있다. 지난여름 홍수 때 상류에서 떠내려와 이곳에 정착했는가 보다. 나무 지킴이로 잘 자라줬으면 한다. 천년의나무 2022.12.28
경안천 버들(220228) 시끄러운 인간세 속에서 버둥대다가 자연 속에 들어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곳은 내가 마음의 위안을 받는 장소다. 반대편에는 낮은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강 가운데 생긴 모래톱에는 한 그루 버드나무가 인자한 할아버지로 앉아 있다. 버드나무가 자리한 곳이 결코 좋은 조건이 아니다. 그럼에도 버드나무는 다정하고 의젓하다. 나무를 마주보고 가만히 서 있으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버드나무는 말 없는 가르침을 설하신다. 그러나 고압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미풍처럼 부드러운 속삭임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 다른 버들도 있지만 모양이 대조적이다. 이처럼 균형 잡힌 몸매가 아니다. 각자 살아온 이력이 외양에 나타나고 있다. 이 버들은 단지 운이 좋았던 것일까. 두 그루의 나무가 아주 가까이 있으면서 둘은 생존의.. 천년의나무 2022.03.01
경안천 버들(220204) 강 한가운데서 너 홀로 의젓하고 늠름하다. 수많은 사람이 강변을 오가지만 너에게 시선을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신에 낮에는 하늘의 구름이, 밤에는 별이 네 친구가 되겠지. 바람이 불면 바람 따라 흔들리고, 눈비가 내려도 사양치 않으면서 너는 무심(無心)의 자태로 고고하게 서 있다. 오늘은 인간의 월력으로 입춘(立春)이 아니겠니. 나도 너에게 입춘방을 하나 붙여주고 싶다. "春光滿柳" - 따스한 봄볕이 너에게 가득하기를. 천년의나무 2022.02.04
경안천 버들(211230) 모든 것이 너무나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늘 여일(如一)한 모습은 편안하다. 이곳 경안천 버들 앞에 서면 그렇다. 산 능선은 유순하게 흐르고, 겨울 강물은 느긋하게 잠들어 있다. 가끔 바람이 억새의 머리를 흔들며 지나간다. 강 가운데 모래톱에서 너는 꼬리날개를 편 공작처럼 우아하게 서 있다. "세월이 빠르다", 세밑이면 자주 듣는 이 말이 올해는 뜸하다. 아마 코로나 탓이 아닌가 싶다. 답답함에서 속히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시간의 흐름을 상대적으로 느리게 느껴지도록 했을 것이다. 한 해를 돌아보면 나에게도 1년이 고무줄처럼 길게 늘어진 느낌이다. 우여곡절이 있었고, 한숨 쉴 일도 많았다. 세상사가 다 그러려니, 한다.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의젓하고 당당하게 살아야겠다. 경안천 버들처럼. 천년의나무 2021.12.31
경안천 버들(211202) 겨울이 되면서 경안버들에게 가는 길이 다시 열렸다. 여덟 달만에 강변에 내려가서 경안버들을 가까이서 본다. 공작이 꼬리날개를 활짝 편 듯한 모습이 탁한 경안천 물에 흐릿한 반영을 만들고 있다. 경안버들은 두 그루의 버드나무가 마주서서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아직 확인을 못했지만 각각 암나무와 수나무라면 다정하게 백년해로 하는 부부의 상징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겨울을 거쳐 내년 초까지 정다운 네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음에 감사한다. 천년의나무 2021.12.02
경안천 버들(210701) 여름이 되니 경안버들 주변은 정글이 되었다. 그래도 이 정도의 시야가 열리는 틈이 있어 멀리서나마 모습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경안버들만 아니라 모든 여름 식물은 녹색의 불꽃으로 활활 타오르는 것 같다. 자연의 생명력이 경이로운 계절이다. 천년의나무 2021.07.02
경안천 버들(210531) 경안버들한테는 4월까지만 접근할 수 있다. 5월이 되면 길이 풀로 덮이고 진창길로 변해 가까이 가지를 못한다. 멀리서 망원으로 당겨 찍을 수밖에 없다. 10월이 되기까지는 이렇게 멀리서 바라봐야 한다. 어느새 경안버들은 녹음 짙은 나무가 되었다. 여름이 다가오는 경안버들은 견고한 갑옷으로 무장한 장수처럼 강 한가운데 늠름하게 서 있다. 태풍이 치고 홍수가 져도 굳건히 버텨낼 자세다. 경안버들이 올여름을 어떻게 보내는지 응원하며 지켜봐야겠다. 천년의나무 2021.05.31
경안천 버들(210406) 경안천 버들에도 새 잎이 나온다. 옆에 있는 나무와는 달리 연두색이 많이 낀 색깔이다. 나무로서는 지금이 제일 예쁠 때다. 여기는 경안버들을 포함하여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뒤 산기슭의 산벚나무도 한창이다. 강변에 서면 "봄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노랫가락이 절로 나온다. 천년의나무 2021.04.06
경안천 버들(210323) 오랜만에 찾는 경안버들이다. 그동안 경안천이 한 달간 폐쇄되어 사람들 출입이 금지되었다. 이곳에서 고니의 사체가 발견되어 조류독감이 의심되었기 때문이다. 경안천은 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경안버들도 봄옷으로 갈아입는 중이다. 경안버들은 다른 나무의 연초록색과는 다르다. 멀리서 봐서 확실치는 않으나 아직 잎이 나오기 전에 수꽃을 잔뜩 달고 있는 모양 같다. 시간이 지나면 곧 다른 색으로 변신할 것이다. 천년의나무 2021.03.23
경안천 버들(210210) 오늘도 공원에 들렀다가 경안버들에게 문안 인사를 드리러 찾았다. 얼음이 풀리니 나무의 반영이 나타난다. 나무도 물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봄이 오고 있음을 확인하리라. 봄이 되면 경안버들은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지 기대가 된다. 이제 그날이 멀지 않았으리. 천년의나무 2021.02.10
경안천 버들(210208) 세 그루인 줄 알았는데 오늘 자세히 보니 두 그루로 된 나무다. 이런 나무를 혼인목이라고 한다. 몸은 둘이어도 하나의 나무처럼 사는 나무다. 서로 마주 보며 겹치는 부분은 비워두고 반대쪽으로만 가지를 뻗는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한 나무처럼 보인다. 혼인목에서 신기한 점은 한 나무가 죽으면 다른 나무도 따라서 죽는다고 한다. 인간 세상에서 이렇게 사이좋은 부부는 찾기 어려우리라. 경안천 버들 주변의 얼음도 거의 다 녹았다.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가 열흘 뒤다. 천년의나무 2021.02.08
경안천 버들(210204) 여주에서 올라오는 길에 경안버들한테 들리다. 늦은 오후의 역광이 뒤에서 하얗게 빛났다. 날씨가 풀어져서 꽁꽁 얼었던 뒷 강물은 대부분 녹았다. 입춘이 지났으니 올 겨울도 잘 견뎌냈다고 마음을 놓아도 되겠다. 건양다경(建陽多慶), 이 말을 경안버들 너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천년의나무 2021.02.05
경안천 버들(210127) 통도사 홍매가 피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경안천 버들도 봄이 온다는 전갈에 들떠있는 듯, 이웃 나무들과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틀 만에 다시 만난 경안버들이다. 천년의나무 2021.01.28
경안천 버들(210125) 이 며칠 낮 기온이 10도 이상으로 올라가며 불쑥 봄이 찾아온 듯하다. 꽁꽁 얼었던 경안천 얼음도 부석부석해지고, 경안천 버드나무에도 봄물이 드는 듯 색깔이 달라지고 있다. 새 봄을 맞는 경안천 버들의 변신이 궁금해진다. 같은 장면인데 휴대폰 카메라로 찍으면 색깔이 과하게 들어간다. 너무 화장을 많이 한 얼굴 같다. 천년의나무 2021.01.26
경안천 버들(210112) 이번 추위에 경안천이 꽁꽁 얼었고 그 위에 눈이 쌓였다. 눈 내린 뒤에도 날이 추워서 눈은 거의 녹지 못하고 있다. 경안버들에 건너가 보고 싶었지만 겁이 나서 몇 발자국 걷다가 그만두었다. 경안천이 얼어버리니까 새들도 다 어디론가 떠났다. 물이 있을 때는 고니가 많았다. 정적 속 겨울 풍경 속에서 경안버들이 우뚝하니 서 있다. 천년의나무 2021.01.12
경안천 버들(201226) 걸으러 나간 길에 찾아가 본 경안천 버들이다. 전 같으면 한 눈으로 흘깃하며 지나쳤을 텐데 이제부터는 짧은 시간이라도 직접 대면하려 한다. 하늘에는 몇 점 조각구름이 떠 있는 한낮이었다. 겨울철에는 수면에 생기는 반영이 없어서 아쉽다. 황량한 계절이지만 고독한 이 버들에겐 오히려 어울리는 철일 수도 있겠다. 천년의나무 2020.12.27
경안천 버들(201224) 아침 7시, 알람 소리에 일어났다. 이른 시간에 경안천 버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경안천으로 가는 도중에 동편 산 위로 해가 떠올랐다. 먼 곳에는 고니떼가 흰 점으로 떠 있는 경안천의 아침이었다. 꽥꽥거리는 울음소리 외에는 사위가 고요했다. 겨울이지만 날씨가 순해서 나왔더니 너무 밋밋한 풍경이 되어 버렸다. 하늘에는 구름조차 없고, 더구나 아침에 나무는 순광을 받는다. 나무 위로 새라도 지나갈까 기다렸지만 헛일이었다. 다음에는 눈 소식이 있을 때 찾아와야겠다. 천년의나무 2020.12.24
경안천 버들(201217) 이번 추위에 경안천이 얼었다. 올 겨울 들어 첫 결빙이다. 내 견문으로는 우리 고장에서 제일 멋진 나무가 경안천에 있는 이 나무다. 거리가 멀어서 무슨 나무인지 확인하기 어려우나 수피의 생김새로 판단하건대 버드나무 종류로 보인다. 천에 모래톱이 생기고 그 위에 떨어진 씨가 이만한 나무로 자라자면 상당한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강 가운데 홀로 우뚝하게 서 있는 균형 잡힌 자태가 당당하고 아름답다. 좀 떨어진 곳에 다른 버드나무도 있지만 이 나무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한 나무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세 그루가 합쳐져서 완벽한 나무 형태를 만들고 있다. 셋이 서로 협동하여 조화를 이루니 더 감탄이 나온다. 앞으로는 이 경안버들과 더 친해져야겠다. 천년의나무 2020.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