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안천습지생태공원 15

고니 없는 경안천

'가는 날이 장날'이란 말이 이런 경우이리라. 서울에서 옛 동료 두 분이 고니를 보러 내려왔는데 허탕을 치고 말았다. 그저께만 해도 볼 만했는데 하루 사이에 깜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어제 큰 소음이 나는 작업을 한 탓에 고니가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는 설명이다. 두 분에게는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고니 없는 경안천 풍경이 쓸쓸했다. 대신 물에 잠긴 관목 뒤에서 노는 원앙 가족을 봤다. 경안천습지생태공원에서 원앙을 본 건 처음이었다. 손 형이 찍어준 사진 - 내 뒷모습은 그런대로 날씬하지 않은가. 초록색 조끼를 입은 여인들은 공원을 순찰하며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이다. 공원 안의 생태에 대해 물어보면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다. 전에 이분들 덕분에 공원에서 서식하는 황금개구리를 보기도 했다. 고니를 ..

사진속일상 2024.02.05

겨울비에 젖는 경안천

어제부터 겨울비가 내린다. 밤에 잠을 깼더니 양철 환기통으로 조잘거리며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가 정겨웠다. 한밤에도 눈이 아니라 비가 내리는 겨울이다. 하지만 이도 잠시일 뿐, 오늘 저녁부터는 기온이 떨어지고 밤에는 눈으로 변한다는 예보다. 경안천 둑에 서니 강변 풍경이 희뿌옇게 젖어 있다. 사선으로 긋는 빗줄기는 바지 아랫부분을 축축하게 적신다. 경안천에 나온 것은 고니가 얼마큼 와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고니는 군데군데 무리를 지어 상당한 숫자가 모여 있었다. 둑 위에는 늘 고니를 찍으려는 사진사들이 많은데 오늘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경안천 주변 도로를 따라 한 시간 정도 우중 드라이브를 즐겼다. 빗줄기를 헤치며 앞으로 달려나가는 기분은 드라이브의 백미다. 음악도 끄고 하늘에서 내려와 대지와 차체..

사진속일상 2023.12.15

찬 강바람을 맞다

한강변에 서니 늦가을 바람이 차가웠다. 날씨에 어울리지 않은 옷차림이어서 냉기가 살갗으로 스며들었다. 더 차가운 바람을 맞은들 불평이 나올 수는 없었다. 나태해진 정신을 일깨우는 데 이 정도의 찬바람으로는 어림없을 터였다. 겨울이 다가오는 오전의 습지생태공원은 고즈넉했다. 고니가 와 있지 않을까 살폈으나 경안천은 텅 비어 있었다. 공원을 한 바퀴 돌고 한강으로 나가 더 거세진 바람을 맞았다. 멀리 강 건너 운길산 8부 능선쯤에 있는 수종사가 보였다. 아뿔싸, 오늘 같은 기분이라면 수종사에 가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시원한 눈맛을 즐겼으면 좋았겠다는 늦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어제는 감정의 과잉 상태였다. '인간 혐오'라는 말이 부지불식간에 튀어 나왔다. '통화 거절'로 읽히는 메시지가 가슴을 아리게 했다..

사진속일상 2023.11.28

경떠회의 경안천 탐조

경안천의 고니를 보러 경떠회에서 광주에 찾아왔다. 오랜만에 회원 일곱 명이 다 모인 날이었다. 아침까지 내리던 비는 그쳤지만 잔뜩 찌푸린 날씨였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었던가, 고니는 다른 날에 비해 숫자가 적었다. 탐조는 오로지 운빨인 걸 어떡하겠는가. 다행히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고니 몇 마리가 있었다. 큰부리큰기러기는 가까이 다가가니 잔뜩 경계하더니 후두둑 날아갔다. 딱다구리는 열심히 나무줄기를 쪼고 있었다. 등이 보이지 않아 확실하지는 않지만 쇠오색딱다구리로 보인다. 경안천습지생태공원 둑방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남겼다. 탐조와 겸해 인근의 신익희 생가와, 허난설헌 묘에도 들렀다. 두 어린 자녀의 무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짠해진다. 마무리는 팔당호에 인접한 카페에서 했다. 백로 한 마리가 얼어..

사진속일상 2023.02.11

습지생태공원의 고니

강추위에 바깥의 경안천은 꽁꽁 얼었는데 습지생태공원의 물은 얼지 않았다. 고여 있는 물이라 쉽게 얼 것 같은데 따스한 작용을 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고니 30마리 정도가 이곳에 모여들었다. 한 무리는 열심히 먹이 활동을 하고, 일부는 휴식을 취하고 있다. 물닭과 청둥오리도 사이좋게 어울려 있다. 덩치가 작은 물닭은 고니 주변을 맴돌다가 고니가 바닥에서 건져 올린 먹이의 일부를 취하는 것 같다. 공생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고니는 지상에 있을 때보다 비행하는 자태가 훨씬 더 멋지다. 마침 경안천 상류에서 날아온 고니가 내 머리 위를 지나갔다. 잠시 황홀경에 젖었다.

사진속일상 2022.12.29

풍경(51)

몸 안이든 밖이든 누구나 가시를 가지고 있다. 가시는 잠복해 있다가 불시에 깨어나 찌른다. 불가항력이다. 가시가 고통을 주지만 인간에게 겸손을 가르쳐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어젯밤은 잠을 설치다가 새벽녘에야 겨우 눈을 붙였다. 바람을 쐬러 경안천 습지생태공원에 나갔다. 늦가을 풍경이 일말의 위로가 되었다. 경안천에 나간 것은 고니가 돌아왔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산책로에서 멀리 떨어진 나무 뒤에 십여 마리의 고니가 보였다. 올해 경안천에 맨 처음 도착한 선발대 무리일 것이다. 가을이 가는 스산한 계절이어선지 천변에는 산책 나온 사람이 드물었다. 시야를 가리던 나뭇잎이 떨어지니 경안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묵묵하게 세월을 견디며 성장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대견하다.

사진속일상 2022.11.19

습지생태공원에서 서하보를 왕복하다

경안천에 나갈 생각이 든 건 가마우지를 보기 위해서였다. 서하보 부근에 수백 마리의 가마우지 떼가 몰려와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사진에는 하늘을 까맣게 덮을 정도로 많은 가마우지들이 날고 있었다. 이왕 경안천에 나간 길에 걷기를 겸해서 습지생태공원에 주차를 하고 서하보까지 걸어서 갔다. 약 3km 정도 되는 거리다. 서하보는 이름 그대로 광주시 서하리에 있는 경안천을 가로지르는 보다. 보 옆에 사람이 건너는 다리는 높지 않아서 물에 쉽게 잠긴다. 서하보에는 지난 홍수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서하리(西霞里)는 '서쪽 노을이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뜻으로 신익희 선생 생가가 있다. 가마우지 떼를 보려던 꿈은 꽝이 되었다. 다른 곳으로 가 버린 모양이다. 대신 천 가운데서 쉬고 있는 왜가리와 백로를..

사진속일상 2022.08.23

아내와 봄길 드라이브

아내와 봄길 드라이브에 나섰다. 우선 벚꽃을 보기 위해 집에서 멀지 않은 남종면의 한강변 벚꽃길로 향했다. 그러나 초입인 분원리로 진입하는 길이 막혔다. 우리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한둘이 아닌가 보다. 대타로 경안천습지생태공원으로 방향을 돌렸다. 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올라가는 초여름 날씨였다. 서울은 벚꽃이 지지만 여기는 이제 한창이다. 서울 사람들이 올해의 마지막 벚꽃을 보기 위해 이곳으로 찾아온다. 점심은 천서리에서 막국수로 맛나게 먹었다. 수육을 첨가했다. 외식은 꼭 두 달만이다. 이젠 코로나의 기세가 꺾였으니 조금은 자유롭게 행동해도 될 것 같다. 식당은 평일인데도 사람으로 가득하고 대기표를 뽑아야 했다. 식당 안에서도 술 마시고 떠들며 거침이 없다. 나는 자꾸 몸이 움츠러들었다. 식사 후에..

사진속일상 2022.04.12

습지공원 연꽃

경안천습지생태공원에 있는 호수는 여름이면 연밭으로 변한다. 그런데 연꽃은 볼 품이 없다. 듬성듬성 필뿐 아니라 백련 일색이라 단조롭다. 이름난 연꽃 명소와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그래도 올해는 다른 때보다 연꽃을 많이 볼 수 있다. 해가 지날 때마다 조금씩 풍성해진다. 내년이면 더 나아지리라 기대해 본다. 공원 건너편 경안천 연꽃이 훨씬 더 화려하다. 그런데 저기는 가까이 접근할 수 없다. 경안천습지생태공원에서는 금개구리를 가끔 만난다. 금개구리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어 특별히 보호 관리하는 종이다. 초록색 몸체에 눈 뒤로 난 금빛 줄이 선명하다.

꽃들의향기 2021.07.22

경안천습지생태공원의 봄

꽃구경을 하며 경안천습지생태공원을 한 바퀴 돌다. 유치원에서 나들이 나온 아이들이 보이고, 결혼식 기념사진을 찍는 신혼부부도 있다. 이 계절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코로나 이전에 비해서는 분위기가 식어 있다. 아이들도 마음 놓고 뛰어놀지 못한다. 사진을 찍는 신혼부부도 조심스러워한다. 전이나 후나 봄 풍경은 그대로인데 맘껏 즐길 수 없는 코로나 시대의 봄이다. 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꽃구경 하며 돌아다니는 것도 뭔가 죄를 짓는 것 같다. 4차 대유행을 예견하는 어두운 보도가 뉴스에서 나온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지, 착잡한 2021년의 봄이다.

사진속일상 2021.04.07

경안천습지공원 금계국

경안천습지생태공원 둑에 금계국이 만발했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멀리 노란색 띠가 보이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더 장관이다. 이렇게 한 종류로 꽃밭을 넓게 조성하면 풍경이 단조로운 반면 스케일은 압도적이 된다. 지형에 따라 꽃을 선택하고 식재한다면 효과가 배가 될 것 같다. 공원 둑길은 공사중이다. 경기도 광주에서는 '그린 로드' 조성 사업이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다. 단편적으로 끊어져 있던 걷기 길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모양이다.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길만 아니라 주변 환경도 잘 정비해 주길 바란다. 각 구간을 상징하는 꽃길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광주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

꽃들의향기 2020.05.29

탄천의 봄

치과 진료차 야탑에 나간 길에 탄천에 나가보았다. 분당을 관통하는 탄천은 자연을 즐기면서 운동과 휴식을 할 수 있는 도시 속 아름다운 공간이다. 벚나무가 많이 식재되어 있어 봄이면 꽃잔치가 벌어진다. 지금 벚꽃과 개나리를 비롯한 봄꽃이 한창이다. 야탑에서 천변을 따라 수내동 중앙공원까지 꽃 구경하며 천천히 걸었다. 두 시간 정도 걸렸다. 집에 와서는 유치원에서 돌아온 손주를 맞아 경안천습지생태공원으로 나갔다. 제 어미가 독감에 걸려 사흘째 우리 집에서 지내고 있다. 생태공원은 오래된 나무 데크 보수하느라 내부는 출입이 통제되고 둑길만 열려 있다. 아이는 외할머니 따라 쑥 캐는데 빠졌다. 식물과 동물에 대한 호기심이 남다르다.

사진속일상 2019.04.13

강변의 봄

집에 있기에는 몸이 간지러워 밖으로 나섰다. 환한 봄 햇살 때문이었다. 퇴촌의 한강변 벚꽃길을 가려고 했으나 차가 많이 막혀 경안천습지생태공원으로 방향을 돌렸다. 아직 가로수 벚꽃이 만개하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이곳 벚꽃은 내주가 되어야 활짝 필 것 같다. 초록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강변 풍경이 고왔다. 봄을 'spring'이라고 하지 않는가, 용솟음치는 생명의 기운이 사방에서 느껴졌다. 강을 따라 난 벚꽃 길을 걸을 때 두보 시의 한 구절인 '國破山河在'가 무심결에 떠올랐다. 어김없이 찾아온 봄이 눈물 나도록 고마웠다.

사진속일상 2015.04.11

경안천습지생태공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면서 사람들의 휴식공간으로 꾸민 공원이다. 인간중심이기보다는 자연을 더 소중하게 여긴 공간이어서 이곳에 들면 마음이 편하다. 인공적인 시설물을 최소한으로 하고 소박하게 꾸몄다. 다양한 생물들이 강의 습지에서 서식한다.습지는 또 수질을 개선하는 작용도 한다. 1973년 팔당댐이 건설되면서 이곳이 습지로 변했다. 용인과 광주를 거쳐서 흐르는 경안천의 오염이 심했으나 지금은 많이 정화되었다. 광주시 퇴촌에 있는 경안천습지생태공원은 팔당댐으로 유입되는경안천의 맨끝 지점에 있다. 공원은 나무데크로 길을 잘 만들어 놓아서 산책하기에 좋다.조금은 쓸쓸한 기분에 젖어 걸으면더 좋겠다. 그래서 여럿보다는 혼자서 걸을 때 어울리는 길이다. 석양이 지는 저녁에 이 길을 걷고 싶다.

사진속일상 2011.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