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3

먼 바다

공지영 작가의 장편소설로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첫사랑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여교수인 미호는 SNS를 통해 연락이 닿은 요셉을 미국 여행길에 뉴욕에서 만난다. 40년 전 그들은 여고생과 신학생으로 성당에서 만난 첫사랑이었다. 대부분의 첫사랑이 그렇듯 우여곡절을 겪으며 둘은 헤어진다. 그건 오해였을 거야, 라는 아쉬움과 함께 첫사랑은 오래 기억된다. 미호가 첫사랑을 만나려는 것은 가슴 속 응어리를 풀고 싶은 바람이 있었는지 모른다. 을 읽으면서 누구나 자신의 첫사랑을 떠올릴 것이다. 아픔도 있겠지만 추억하는 첫사랑은 아련하면서 달콤하다. 그러나 첫사랑과의 재회가 꼭 그러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손에 들고 무수히 망설이다가 결국은 포기했던 적이 있다. 만약 지금 다시 기회가 주..

읽고본느낌 2020.12.05

높고 푸른 사다리

가톨릭 수도원을 소재로 한 공지영의 장편소설이다. 난 이런 종교소설이 좋다. 홀딱 빠져서 이틀 밤새에 다 읽었다. 수도원이나 수녀원은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곳이다. 흥미 있는 소재일 수밖에 없고, 영혼의 고뇌나 신의 섭리에 대한 이야기는 고금을 불문하고 소설의 주제로 알맞다. 소설에서 감동적인 부분은 두 군데였다. 첫 번째는 토머스 수사가 죽음을 앞두고 요한 수사에게 유언처럼 전해주는 내용이다. 토머스 수사는 베네딕도 수도회 소속의 독일인으로 1941년에 한국으로 파견되었다. 원산 가까운 덕원에 소재한 수도원이었다. 선교와 봉사 활동을 하다가 해방을 맞고 탈출하지 못하고 공산당 치하에 남게 된다. 그리고 옥사덕 수용소에서 짐승만도 못한 생활을 하며 신앙의 힘으로 버텨 낸다. 인간은 고난 앞에서 무릎 꿇..

읽고본느낌 2014.11.20

아픔이 아픔을 구원한다

집에서 놀다 보니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제는 공지영의 소설 을 읽었다. 이야기가 손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마력이 있어불과 한나절이 안 걸려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었다. 그 순간 '아픔이 아픔을 구원한다'는 말이불현듯 떠올랐다. 이 책은 인간의 본질과 아픔에 대해서 많이 생각케 해 주는데,특히 주인공인 유정의 케릭터가 마음에 든다. 그녀는 잘 나가는 집안에서 자라 대학 교수가 되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고통 받는다. 세 번이나 자살을 기도할 정도로 방황과 일탈적인 행동을 서슴치 않는다. 그녀가 사형수인 윤수를 만나면서 둘은 내적인 아픔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위로받으며 치유되어진다.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의 내면은 동정이나 연민 이상의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힘이 있다. 그 아픔에 의한 동질감이 ..

읽고본느낌 2010.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