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과천 9

서울대공원 고사목

나무는 죽어서도 당당하다. 위엄을 잃지 않는다. 사람의 사체는 부패하면서 악취를 풍기지만, 나무는 향기를 낸다. 죽은 몸통은 온갖 곤충과 미생물이 살아가는 터전이 된다. 나무는 위대한 존재다. 서울대공원이 있는 자리는 옛날에는 과천면 막계리라는 작은 산골 마을이었다. 그 마을에 500살이 넘은 느티나무가 마을 사람들과 같이 살고 있었다. 사람들은 추수가 끝나면 이 나무 앞에 떡을 해놓고 제사를 지내며 복을 빌었다. 그런데 1984년에 서울대공원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떠나고 나무만 남게 되었다. 그마저 2010년 여름에 태풍 곤파스로 쓰러져 결국은 죽고 말았다. 지금은 그 형해만 남아 있다.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은 무엇인가. 나무는 죽었으나 죽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나무의 영혼은 우주를 감싸며 ..

천년의나무 2015.08.18

중앙동 느티나무

재미있게 생긴 느티나무다. 두 줄기가 하나로 붙은 연리목 모양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연리목은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연결된 것이므로 이건 연리목은 아니다. 이 느티나무의 수령은200년은 넘어 보인다. 줄기가 붙은 모양으로 볼 때 같이 붙어 산 지도 한참이 되었을 것이다. 아마 이런 형태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되고 크지 않을까 싶다. 과천시 중앙동주민센터 구내에 있다.

천년의나무 2012.03.13

중앙동 은행나무

건강하고 잘 생긴 은행나무다. 과천시 중앙동 구세군회관 운동장 끝에 있다. 건너편에 보이는 건물은 과천외고다. 이곳 중앙동 일대는 옛날에 관아와 향교 등이 있던 곳으로 보인다. 곳곳에 오래된 나무들이 있다. 이 은행나무도 그중의 하나다. 이 나무의 수령은 400년이 넘었다. 높이는 21m, 줄기 둘레는 4.3m다. 노란 은행잎으로 물든 모습이 무척 예쁠 것 같은 나무다.

천년의나무 2012.03.13

과천동 향나무

이 옆으로 수도 없이 다녔지만, 골목길에숨어 있어서 있는 줄 몰랐다.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에 있는 향나무다. 수령은 500년이 넘었다. 기둥 줄기가 많이 상했어도 나무 상태는 건강하다. 아담하면서 예쁘게 생긴 나무다. 특히 줄기의 라인이 예술이다. 옛날에 이 나무는 마을 입구에 있었다 한다. 옆에는 우물도 있었을 것이다. 시골 풍경 하나가 그려진다. 그러나 지금은 도로와 현대식 건물에 둘러싸여 무척 답답하게 보인다. 아마 개인 사유지에 속해 있는 것 같다. 이 땅 주인은 누구도 소유 못 한 보물을 갖고 있는 셈이다. 나무의 높이는 8m, 줄기 둘레 3m다.

천년의나무 2012.03.10

과천관아터 회화나무

현재 과천초등학교가 자리하고 있는 과천시 중앙동 일대가 조선시대 때 관아터였다고 한다. 지금은 남아있는 건물이 하나도 없다. 복원한 '온온사'도 자료가 없어 다른 곳의 객사를 모델로 하여 새로 지었다. 다만 군데군데 고목이 산재해 있어 이곳이 옛 관공서 터였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과천초등학교 옆에 있는이 회화나무는 아파트 건물에 둘러싸여 있다. 이곳도 분명히 옛 관아터였을 것이다. 아무 데나 회화나무를 심을 수 없었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수령이 500년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키가 크고 늘씬하다. 500년 이상된 회화나무가 흔하지 않을 걸 고려하면 역사적이나 생태적으로 가치가 상당해 보인다. 아파트에서는 이 나무를 중심으로 공원을 만들어 놓았다. 아파트의 자랑이면서 동시에 과천의 자랑이 되는 멋..

천년의나무 2010.12.03

온온사 은행나무

과천시 관문동에 온온사(穩穩舍)가 있다. 절이 아니라 조선시대 과천현의 객사다. 벼슬아치들이 과천에 들렀을 때 묵었던 숙소로 쓰였다. 정조 14년(1790)에 왕이 수원에 있는 현륭원(顯隆園)에 참배하고 돌아오던 길에 이곳에 머무르면서 '온온사'라 이름짓고 친히 편액을 썼다고 한다. '온온(穩穩)'은 경관이 아름답고 몸이 편안하다는 뜻이다. 온온사 옆에 수령이 600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 조선 개국 당시에 과천 관아터를 이곳에 잡은 뒤 심은 것이라는 얘기가 전한다. 키가 25 m, 줄기 둘레는 6.5 m 되는 고목으로, 비록 한양과는 떨어져 있었지만 조선의 흥망성쇠를 다 지켜보았을 것이다. 나무 옆에는 옛 과천현감들의 선정비가 있어살아있는 은행나무와 대비를 이루고 있다.

천년의나무 2010.12.02

과천 성황신목

서울에서 남태령을 넘으면 바로 만나게 되는 관문사거리에 이 성황신목(城隍神木)이 있다. 행정명칭으로는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이다. 매년 음력 10월 1일에는 이곳에서 성황신목제가 행해지는데, 옛부터 동네의 큰할머니와 제(祭)의 전과정을 의논하여 진행했다고 한다. 제물로 쓰이는 시루떡은 항상 3 시루를 하는데 각각 도당신, 도당할머니, 구릉대감께 바쳐졌다. 이 성황신목제는 전체 동네사람들이 참여하는 대동제(大同祭)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마을의 공동체의식을 심어주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이 나무는 원래 사거리의 횡단보도에 있었으나 도로가 확장되면서옆으로 옮겼다고 한다. 그런데 원래 나무는 죽었고, 죽은 나무등걸 안에 새 나무를 심어놓아 신목으로서의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멀리서 보면한 나무의고목으로 보인..

천년의나무 2008.07.21

과천향교 느티나무

과천시 중앙동의 관악산으로 오르는 주등산로 입구에 과천향교가 있다. 과천향교는 조선 태조7 년(1398)에세워졌으나, 자주 불이 나고 과거에 오르는 학생도 없는 등의일이 생기자터가 좋지 않다고 여겨 숙종 16 년(1690)에 현재 위치로 옮겼다. 대부분의 향교와 마찬가지로 명륜당, 내삼문, 대성전 등이 있는데, 현재 건물은 1975년에 복원했다. 이 과천향교에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수령이 300 년 정도로 추정되니 현재 위치로 향교가 옮겨온 년수와 거의 비슷하다. 그 당시에도 기념식수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아마 향교를 옭긴 기념으로 심은 게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나무 높이는 20 m, 줄기의 둘레는 3 m 정도이다. 이 나무를 만난지는벌써 20 년이 넘었다.관악산에 오를 때면 대개 이곳이 ..

천년의나무 2008.06.25

연주암 고사목

생명을 받은 모든 존재는 언젠가는 죽어야 한다. 그리고 인간에게 있어 죽음은 무섭고 두렵다. 그것은 죽음의 과정에서 볼 수 있는 고통과 상실감, 공포 의식 등이 원인일 것이다. 다른 생명들도 인간만큼 죽음을 삶의 대척점으로서 의식하는지는 의문이다. 인간의 죽음은 추하지만, 나무의 죽음은 아름답고 숭고하다. 죽은 인간 몸에서는 고약한 악취가 나지만, 썩어가는 나무에서는 숲의 향기가 난다. 그리고 나무를 보면 죽는다는 것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자연에 되돌려주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에서 받은 것을 온전히 반납하는 것이다. 죽은 나무는 다른 생물들의 삶의 터전이 되며 영양분의 공급원이다. 자신의 죽음으로 다른 생명들을 살린다. 나무는 죽어서 다른 생물들의 삶으로 거듭나는것이다. 오랜만에 연주암..

천년의나무 2007.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