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상주 7

원흥리 왕버들

어린 시절 여름밤을 으시시하게 만들던 도깨비불의 정체는 지금은 다 안다. 고목의 인 성분이 바람에 날리며 내는 빛이 바로 도깨비불이다. 나무 중에서도 인이 가장 많이 나오는 종류가 왕버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왕버들을 도깨비나무, 한자로는 귀류(鬼柳)라고 부른다. 경북 상주시 사벌면에 있는 원흥리는 왕버들 마을이다. 평지 한가운데 있는 마을인데 여러 그루의 왕버들 고목들이 산재해 있다. 그중 가장 오래된 것이 마을 앞을 지나는 도로 옆에 있는데 수령이 200년이라고 안내문에 적혀 있다. 그러나 내 눈에는 훨씬 더 오래돼 보인다. 또 마을 입구에는 고사목 왕버들도 그대로 남아 있고 마을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서도 왕버들이 자라고 있다. 이름 그대로 버드나무 중에서도 크게 자라는 편인 왕버들은 마을의 정자나무로..

천년의나무 2010.08.02

연원동 느티나무

상주는 조선시대 때 경상감영이 위치하기도 했던 전통의 고을이다. 그래선지 상주에서는 정자나무나 당산나무가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눈에 띄었다. 길을 가다가 큰 나무가 있으면 차를 세우고 둘러보는데 상주에서는 너무 자주 나타나 어지간한 나무는 그냥 지나치게 되었다. 그래도 연원동에 있는 이 나무가 끌어당기는 자력에는 이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느티나무는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전형적인 당산나무인데 우선 크기에 압도된다. 그리고 나무 앞에 서면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운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 생김새 때문인지 왠지 왜소해지고 위축되는 것 같다. 나무의 카리스마가 상당하다. 나무를 처음 만날 때 가장 궁금한 것이 나무의 나이다. 그러나 나무의 나이를 확실히 알 수는 없다. 가장 정확한 방법이 나이테..

천년의나무 2010.07.31

소은리 감나무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에 있는 이 감나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감나무다. 무려 750살이나 되었다. 상주는 곶감으로 유명한데 역시 최고령 감나무도 상주에 있다. 이 나무는 지금은 보호수지만 천연기념물로 신청이 되어 있는 상태다. 워낙 오래되어서인지 나무 줄기는 가운데가 썩어 없어지고 둘로 나누어졌다. 그런데도 감나무는 더없이 싱싱하다. 지금도 한 해에 3천 개 이상의 감이 주렁주렁 열린다고 한다. 나무 줄기의 둘레는 약 3 m에 이르지만 나무 자체는 그렇게 크지는 않다. 아마 느티나무였다면 엄청난 크기로 자랐을 것이다.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고향집에도 감나무가 있었다.그 감나무에 올라가 놀던 기억이 난다. 어른들은 감나무 가지가 잘 부러진다고 늘 주의를 주곤 했다. 그 감나무 밑에 큰 바위가 있었는데 ..

천년의나무 2010.07.27

두곡리 뽕나무

마을 입구에 큰 은행나무가 있는 상주시 은척면 두곡리, 안쪽으로 골목길을 따라 더 들어가면 오래된 뽕나무 한 그루를또 만날 수 있다. 이렇게 큰 뽕나무를 보면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내가 어렸을 때 봄이면 누에치기로 바빴는데 그때 뽕나무밭의 뽕나무들은 가지를 쳐내는 통에 제대로 자랄 수가 없었다. 그런 경험 탓인지 뽕나무도 이렇게 느티나무처럼 거목으로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이 항상 신기하게 느껴진다. 상주는 삼백(三白)의 고장이라고 한다. 쌀, 곶감, 누에고치가 그러하다. 그런 양잠의 고장답게 이렇게 크게 자란 뽕나무가 남아 있다. 이런 거목으로서의 뽕나무는 세 번째 보게 된다. 강원도 정선 봉양리에 있는 뽕나무와 서울 창덕궁에 있는 뽕나무도 이런 거목이었다. 그런데 이곳 두곡리 뽕나무는 안내문에 수령이 ..

천년의나무 2010.07.24

두곡리 은행나무(2)

겨울에 보는 나무와 여름에 보는 나무가 이렇게 다른 줄 몰랐다. 3년 전 겨울에 이 나무를 보았을 땐 안스러울 정도였는데여름의 모습은 전혀 아니었다.처음에는 사실 같은 나무인지도 몰랐다. 상주시 은척면 두곡리 동구에 있는 이 나무는 동네쪽에서 바라보면 논의 초록 물결과 어우러져 더 예쁘다. 한 켠으로 약간 기울어진 모습이 동네를 찾아오는 사람을 환영하는 모습같기도 하다. 이 은행나무가 있는 두곡2리는 일명 띄실마을이라고 하는데약 500년 전에 진주 유씨가 마을 뒷산에 부모님의 묘소를 모시고 묘소 옆에 띄집을 짓고 시묘살이을 하여 '띄실'이라 불렸다 한다. 당시에 자연발생적으로 자라난 이 은행나무는 마을과 연륜을 같이 하고 있으며 마을의 상징이 되는 나무다.

천년의나무 2010.07.24

두곡리 은행나무

상주시 은척면 두곡리에 있는 이 은행나무는 경상북도 기념물 75호로 지정되어 있다. 크기는 높이가 15 m, 둘레가 8.3 m에 이르며, 나이는 약 450년이 된 것으로 추정한다. 두곡리 마을이 1500년 경에 형성되었다고 하니 마을 역사와 함께 한 소중한 나무라고 할 수 있다. 이 마을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나고 죽고 하는 변화를 나무는 묵묵히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이 나무를 아낄 것인지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실제 6.25 전쟁 때는 이 마을만 피해가 없었는데, 그것은 은행나무가 마을을 지켜주었기 때문이라고 마을 사람들은 믿는다고 한다. 이 나무를 찾아간 날은 찬바람이 부는 어느 겨울날이었다. 잎을 모두 떨군 은행나무는 왠지 쓸쓸하고 힘들어 보..

천년의나무 2007.12.27

화서면 반송

우리나라의 명품 소나무 반열에 이 화서면 반송도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떤 분은 이 나무를 나라의 보배라고 불렀다. 그만큼 자태가 빼어난 명목이다. 내가 처음 만났을 때도 마치 보물을 발견한 듯한 눈이 확 떠지는 경험을 했다. 이 나무는 상현리 마을을 내려다보는 산 언저리에 자리잡고 있다. 키는 16.5m, 줄기 둘레는 4.7m에 이르는데, 네 개의 줄기가 멋진 가지를 뻗어 아름다운 나무 형태를 만들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탑 모양으로 생겼다고 예부터 탑송(塔松)으로 불렀다고 한다. 수령은 약 500년으로 추정한다. 나무의 아름다움은 기하학적인 균형미에 있다. 이 나무 역시 우산 모양으로 경사진 각도나 전체적인 균형미가 일품이다. 훌륭한 도공이 빚어낸멋진 도자기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나무 둘..

천년의나무 2007.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