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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비를 나타내는 아름다운 우리말

새벽에 서울 지방에는 땅을 살짝 덮을 정도의 눈이 내렸다. 이런 눈을 순우리말로 '살눈'(살짝 얇게 내린 눈)이라고 부른다. 그 외에도 눈의 종류에 따라 재미있는 여러 이름들이 있다. 이런 아름다운 표현들을 보면 한글의 다양한 표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눈의 이름을 모아 보았다. 함박눈 - 굵고 탐스럽게 내리는 눈 가랑눈 - 가랑비 내리듯 잘게 내리는 눈 소낙눈(소나기눈) - 갑자기 많이 내리는 폭설 싸락눈(싸라기눈) - 얼어서 내리는 싸라기 같은 눈 눈발 - 발처럼 줄을 이어 죽죽 내리는 눈 누리 - 단단한 덩이로 내리는 우박 눈보라 - 바람에 날려 세차게 몰아치는 눈 눈갈기 - 쌓인 눈이 말의 갈기처럼 흩날리는 눈보라 눈안개 - 눈발이 자욱하여 안개가 낀 것처럼 희뿌옇게 보이는 상태 진눈깨비(..

길위의단상 2006.11.30

눈 내린 날

어제는 꽤 많은 눈이 내렸다. 어제 오전에는 김포공항에 나갔다가 비행기가 결항되는 바람에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부득이하게 일정이 이틀간 연기되었다. 그리고 계획도 많이 변경되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내내 괜찮던 날씨가 여행을 준비해 놓으니 눈바람이 몰아치며 심술을 부린다. 눈발이 약해졌는데도 비행기는 하루 종일 떠오를 줄 모른다. 이만한 날씨면 괜찮을 것도 같은데, 그러나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니 불평할 수는 없겠다. 상시로 여행을 다니는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만, 오랜만에 비행기 여행을 하려니 잠을 설칠 정도로 마음이 설레었다. 책과 인터넷을 뒤지며 여행 계획을 세우고,이것 저것 볼거리를 정하고 하는 과정이 어떤 면에서는 여행 자체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제주도 여..

사진속일상 2006.02.08

일체감 / 신현정

눈이 내리면서 먼저 내리면서 뒤에 내리면서 먼저 내리는 눈이 뒤에 내리는 눈을 사뿐히 받아주기도 하면서 먼저 내리는 눈이 뒤에 내리는 눈을 무동을 태워 세상구경도 시켜주어가면서 먼저 내리면서 뒤에 내리면서 마음을 포개면서 궁극적으로 세상을 덮으면서 한 이불 속을 만드누나 - 일체감 / 신현정 따스하고 평화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시다. 먼저 내리는 눈이 뒤에 내리는 눈을 태워주고 이끌어주면서 세상을 한 이불로 덮는다.더 앞서 가려고 눈송이는 좌충우돌 가속도를 내지 않는다. 덩치 큰 녀석이나 작은 녀석이나 함께 고요히 떨어지고 있다. 이건 단순히 눈 내리는 풍경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희망의 인간 세상을 말하고 있다. 한 이불 속에 든다는 것은 시의 제목처럼 일체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한 이불을 덮고 사는 사..

시읽는기쁨 2006.02.05

春來不似春

그저께 저녁부터 내린 눈이 폭설이 되어 중부 지방을 마비시켰다. 3월에 내린 눈으로서는 기상 관측이래 최대라고 한다. 고속도로에 갇힌 사람들에게 헬리콥터로 생필품을 공급하는 모습이꼭 전쟁터 같다. 오늘은 눈이 많이 녹았는데도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스산하다. 바람마저 차서 정말 春來不似春이다. 어찌된 일인지 비나 눈이나 바람이 왔다 하면 기록을 갈아치운다. 쇼킹한 뉴스도 흔해지면 시큰둥해져 버리듯 기상 이변도 이젠 일상사가 되어 버렸다.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그걸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은 이제 별로 없다. 어제 저녁에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더니 이런 눈은 시집 와서 처음이라면서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처마까지 눈이 쌓여 겨우 길 내고 옆 집에 다닌다고 하셨다. 세상이 시끄러우니 날씨마저..

사진속일상 2004.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