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11

남한강변 드라이브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기운이 몸을 움츠리게 한다. 가을 하늘이 이뻐서 남한강변으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드라이브 중에 문득 양평에 내려 와 있는 후배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더니 마침 집에 있었다. 강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카페에서 만나 이런저런 근황을 나누었다. 나름대로 의미를 찾으며 살려고 하는 후배의 모습이 대견했다.   후배와 만나면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다. 서로 관심 분야는 달라도 책을 옆에 두고 산다는 공통점이 우리를 묶어준다.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인연의 끈은 불가해하다. 남한강과 연결되는 다산길을 짧게 걸었다. 자연 속 모든 존재가 순리에 따라 잘 익어가고 있었다. 나는 어디메쯤 와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자문하며, 부끄러웠다.

사진속일상 2024.09.26

영종도 드라이브

콧바람을 쐬기 위해 영종도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울적한 데다 아파트 외벽 도장 공사 중이라 창문을 닫아놓고 있어야 하니 답답함이 더해서였다. 집에 있을 때는 움직이기가 귀찮지만 밖에 나서면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늘 그렇다. 눈부시게 밝은 초여름 날의 드라이브였다. 영종도에 갈 때는 인천대교를 건너는데 이번에는 예전에 다녔던 영종대교를 이용했다. 2층으로 된 이 다리도 개통한 지 벌써 24년이 되었다.   어디에선가 소개하는 걸 봤던 예단포둘레길이 떠올라 먼저 예단포선착장으로 갔다. 영종도 북쪽에 있는 예단포는 강화도와 마주보고 있다. 언젠가는 강화도와 예단포를 잇는 다리가 만들어질 것 같다. 예단포둘레길은 바다에 연한 산길을 따라 걷는 짧으면서 아기자기한 길이다. 바다 조망이 아주 멋지다.   ..

사진속일상 2024.06.18

겨울비에 젖는 경안천

어제부터 겨울비가 내린다. 밤에 잠을 깼더니 양철 환기통으로 조잘거리며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가 정겨웠다. 한밤에도 눈이 아니라 비가 내리는 겨울이다. 하지만 이도 잠시일 뿐, 오늘 저녁부터는 기온이 떨어지고 밤에는 눈으로 변한다는 예보다. 경안천 둑에 서니 강변 풍경이 희뿌옇게 젖어 있다. 사선으로 긋는 빗줄기는 바지 아랫부분을 축축하게 적신다. 경안천에 나온 것은 고니가 얼마큼 와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고니는 군데군데 무리를 지어 상당한 숫자가 모여 있었다. 둑 위에는 늘 고니를 찍으려는 사진사들이 많은데 오늘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경안천 주변 도로를 따라 한 시간 정도 우중 드라이브를 즐겼다. 빗줄기를 헤치며 앞으로 달려나가는 기분은 드라이브의 백미다. 음악도 끄고 하늘에서 내려와 대지와 차체..

사진속일상 2023.12.15

반가운 봄비 속 벚꽃 드라이브

반가운 봄비가 내리고 있다. 어제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해 밤새 낙수물소리를 내더니 오늘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만하면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농사나 산불 예방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 빗소리가 듣기 좋아서 집에서 가까운 남종면의 팔당호 벚꽃길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이곳 벚꽃은 인근 지역에 비해 일주일 정도 늦게 핀다. 예년 같으면 이제 봉오리가 맺히면서 피려고 할 때다. 그런데 이미 만개 상태를 지나서 지고 있다. 도로는 떨어진 꽃잎으로 덮여 있다. 여기가 이럴진대 다른 곳은 벌써 벚꽃 엔딩일 것이다. 올해는 꽃 개화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오래전부터 이런 추세가 계속되고 있어서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꽃을 보면서도 사실 마음이 편치 않다. 날씨가 맑았다면 차로 가득 찰 도로인데..

사진속일상 2023.04.05

한강변 따라 드라이브

고향 마을 이웃분이 코로나로 돌아가셨다. 지병으로 쇠약한 몸이 버티지 못한 것이다. 어머니의 제일 가까운 친구였는데 어머니의 상심이 이만저만이 아닌가 보다. 전화기로 전해지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식사나 제대로 하시는지 모르겠다. 바람을 쐬면서 우울한 심사를 달랠 겸 아내와 드라이브를 나갔다. 집 부근에는 드라이브하기에 좋은 도로가 여럿 있다. 오늘은 한강변을 택했다. 달리다가 적당한 곳이 나오면 잠깐씩 쉬기로 했다. 퇴촌을 지나 342번 지방도를 탄다. 분원리에서 운심리까지 팔당호를 끼고 있는 이 길은 수도권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다. 잠시 물안개공원에 들렀다. 전 같으면 공원을 한 바퀴 돌았겠지만 아내가 족저근막염 치료를 받고 있어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수청리 나루터도 빼놓을 수..

사진속일상 2022.09.01

후배 집에 오가는 길

도시에 본 집을 두고 교외에 세컨드 하우스를 갖고 있는 사람이 부럽다. 후배 H가 그런 사람이다. 본인이 하는 일에 딱 맞는 전원주택을 양평에 갖고 있다. 약속 시간이 어긋나는 바람에 오가는 길에 시간 여유가 많이 생겼다. 집에서는 성당 반 모임이 있어서 일찍 자리를 비켜줘야 했다. 덕분에 팔당호를 따라 난 342번 도로를 돌며 장맛비 속 드라이브를 즐겼다. 수청(水靑)나루터는 내가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다. 팔당댐이 생겨 수몰되기 전 강 건너편은 넓은 백사장과 갈대밭이 있었고, 수청나루터 부근은 바위 절벽으로 이루어져 경치가 아주 좋았다고 한다. 갈수기 때는 강을 걸어서 건너기도 했다니, 물이 가득 차서 호수가 된 지금은 옛날의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하기 힘들다. 안내문에는 수청리에 있는 예쁜 지명들이 ..

사진속일상 2022.06.30

아내와 봄길 드라이브

아내와 봄길 드라이브에 나섰다. 우선 벚꽃을 보기 위해 집에서 멀지 않은 남종면의 한강변 벚꽃길로 향했다. 그러나 초입인 분원리로 진입하는 길이 막혔다. 우리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한둘이 아닌가 보다. 대타로 경안천습지생태공원으로 방향을 돌렸다. 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올라가는 초여름 날씨였다. 서울은 벚꽃이 지지만 여기는 이제 한창이다. 서울 사람들이 올해의 마지막 벚꽃을 보기 위해 이곳으로 찾아온다. 점심은 천서리에서 막국수로 맛나게 먹었다. 수육을 첨가했다. 외식은 꼭 두 달만이다. 이젠 코로나의 기세가 꺾였으니 조금은 자유롭게 행동해도 될 것 같다. 식당은 평일인데도 사람으로 가득하고 대기표를 뽑아야 했다. 식당 안에서도 술 마시고 떠들며 거침이 없다. 나는 자꾸 몸이 움츠러들었다. 식사 후에..

사진속일상 2022.04.12

봄 오는 동강

코로나에 답답한 시국이 더해져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고 정선 동강으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아내와 함께 했다. 동강을 선택한 것은 이맘때 피어나는 동강할미꽃을 보기 위해서였다. 영월을 경유하여 찾아간 정선 동강은 맨 먼저 나리소전망대의 풍경이 반겨주었다. 강변에는 그저께 내린 잔설이 아직 남아 있었다. 강가에 내려가니 괴불주머니와 냉이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버들강아지의 뽀얀 솜털도 반짝였다. 강변길에는 바람에 날려온 비닐조각이 나무에 걸려 있어 볼성사나웠다. 농사짓는데 쓰이는 비닐을 제대로 수거하지 않아 어디를 가나 이렇듯 비닐 공해다. 농민의 의식이 우선이지만 안 될 때는 국가에서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 같다. 멀리서 보는 것과 달리 가물어서인지 강물도 이끼가 많고 탁했다. 동강할미꽃을 보자면 저..

사진속일상 2022.03.23

가을비 속 드라이브

밤과 아침 사이에 수도권에는 가을비가 사납게 내렸다. 뉴스를 보니 104년 만의 가을 폭우란다. 그래도 빗소리를 들으니 싱숭생숭해져서 차를 몰고 드라이브에 나섰다. 집 가까이에는 팔당호를 한 바퀴 도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가 있다. 퇴촌과 양평의 강하와 강상을 지나 양근대교를 건넌 뒤 6번 국도를 따라 북상해서 팔당대교를 건너 돌아오는 코스다. 집을 기점으로 할 때 약 100km가 되니 하루 드라이브 코스로 딱 알맞은 길이다. 비가 온다고 라디오에서는 달콤한 음악을 질리도록 선사해 준다. 아무래도 늦가을 비 속을 달리는 맛은 꽤나 쓸쓸하다. 이 길 위에서 만나고 떠나간 여러 인연이 떠오른다. 하지만 구름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 지상에 왔다가 물러나는 것도 차 유리창에 ..

사진속일상 2020.11.19

팔당 드라이브

집 가까이에 팔당호를 따라 난 342번 지방도가 있다. 분원리, 귀여리, 검천리, 수청리를 지나는데 드라이브하기 좋은 길이다. 특히 봄에는 벚꽃길로 유명하다. 아내와 이 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했다. 몸이 좋지 않은 아내는 근 열흘 만의 외출이었다. 오늘은 날씨가 더욱 풀려 낮 기온이 14도까지 올랐다. 얼마나 따스한지 반팔 상의를 입은 사람도 있었다. 중간에 물안개공원에 들러 한 시간 정도 산책했다. 원래 걸을 계획이 없었는데 간질간질한 햇살의 유혹을 이기기 힘들었다. 공원의 나무들은 벌써 봄물이 오르고 있었다. 살아가는데 제일 큰 스트레스가 윗집 올빼미 가족의 층간소음이다. 방학이 되어선지 겨울이 되면 그 강도가 서너 배는 세진다. 오늘은 새벽 세 시가 되어서야 잠들 수 있었다. 거의 노이로제에 걸릴 ..

사진속일상 2020.02.11

겨울 빗속을 달리다

약속이 깨지고 헛물켠 날, 마침 겨울비가 내렸다. 이럴 때는 빗속 드라이브가 제격이지.... 외곽순환도로에 차를 올리고 액셀을 밟았다. 'Secret Garden'의 볼륨을 잔뜩 올렸다. 빗속을 달릴 때 습관 하나, 가능하면 와이퍼를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빗물이 흐르는 유리창으로 보이는, 세상은 기묘하게 굴절되어 형체를 잃는다. 마치 작은 잠수정을 타고 심해 속을 헤엄치는 것 같다. 그 깊은 고립이 좋다.... 외곽순환도로를 반 바퀴 돌아서 토평 강가에 섰다. 제 속의 온기를 못내 감춘 채, 강은 그렇게 거기에 있었다.

사진속일상 2010.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