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7

보훈공원 무궁화

무궁화가 나라꽃이지만 주변에서 무궁화를 보기가 쉽지 않다. 무궁화는 나라꽃이라는 특별한 지위만큼 사랑받는다고 보기 어렵다. 예전에 무궁화를 키우려고 했더니 사람들이 말렸다. 진드기 같은 벌레가 많이 꼬여서 지저분하다는 것이다. 무궁화는 꽃은 아름답지만 꽃나무로서는 적당하지 않다는 선입견이 있다. 가로수로도 심지 않는 걸 보니 뭔가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동네 보훈공원에 가면 조형물 둘레로 무궁화가 많이 심어져 있다. 지난달부터 두 달 가까이 연이어 피고지고 하는 무궁화를 볼 수 있다. 한쪽에서는 새 꽃봉오리가 만들어지고, 일찍 피었던 다른 쪽에서는 씨가 맺힌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을 떠올려보면 무궁화는 '무궁'하다고 할 정도로 오랫동안 꽃을 피운다. 쉼 없이 피고지고 또 피고 하는 것이 우..

꽃들의향기 2024.08.09

물무궁화

동네 골목길 빈터에 몇 송이가 자라고 있다. 멀리서 봤을 때는 부용인가 싶었는데 네이버 렌즈로 검색해 보니 물무궁화라 부르는 꽃이다. 원산지는 미국 남동부 지역이고 아욱과 무궁화속이다. 무궁화, 부용 등과 사촌 쯤 된다. 습기 많은 땅을 좋아한다고 앞에 '물'자를 붙인 듯하다. 이 꽃은 단풍잎촉규화로도 불린다. 촉규화(蜀葵花)를 직역하면 '촉나라 해바라기꽃'이다. 촉규화는 접시꽃으로 알려져 있다. 다들 같은 아욱과이니 생김새가 비슷하다. 물무궁화는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화려한 여름꽃이다. 진한 붉은색은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을 닮았다. 물무궁화는 지금 같은 장마철이 제 세상을 만난 듯 반가울 것이다. 곁을 지날 때마다 이제는 네 이름을 제대로 불러줘야겠다.

꽃들의향기 2024.07.29

동네 공원 무궁화

무궁화를 볼 때면 과연 우리나라 국화(國花)로 적당한가,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국화로서 사랑을 받는 꽃이 못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무궁화를 심지 않는 제일 큰 이유는 벌레들이 너무 꼬이기 때문인 것 같다. 오랫동안 피기는 하지만 깔끔하거나 청결한 꽃은 아니다. 옛사람의 글에서도 무궁화가 언급된 경우는 드물다고 알고 있다. 중국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전하길, 중국 도로변에 무궁화를 엄청 많이 심어 놓아서 놀랐다고 한다. 무궁화는 우리나라보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더 대접을 받는 것 같다. 동네 공원에 계속하여 무궁화가 피고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너무 오래 볼 수 있는 꽃이어서인지 그다지 눈길을 끌지는 못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안타까워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래서 꽃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

꽃들의향기 2023.09.18

고향의 여름꽃

고향 마을을 산책하다가 과수원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를 만났다. 옛 친구지만 고향에 내려가도 오가다가 마을길에서 우연히 만나 얼굴을 본다. 서로 연락해서 식사 한 끼 할 기회가 별로 안 생긴다. 사람을 만나기보다 조용히 있다가 오고 싶은 내 성향 탓이 크다. 친구의 사과 농장 입구에 능소화가 환하게 피어 있다. 고향집에 어머니가 키운 접시꽃이다. 어머니는 집만 아니라 동네 골목에도 꽃을 심고 잡초를 뽑으며 깨끗하게 만드신다. 부지런하기로 치면 어머니를 당할 사람은 없으리라. 가만히 있는 법이 없다. 그런데 아들인 나는 반대이니 이 역시 불가사의다. 이웃집 마당의 무궁화가 여느 해보다 더 풍성하고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꽃들의향기 2021.07.09

손주 따라 광릉수목원에

손주들 여름휴가 끝에 합류해서, 집으로 돌아오며 광릉수목원에 들렀다. 태풍이 지나간 뒤 습도 높은 후덥지근한 날씨였다. 아이들은 시원한 산림박물관에 들어가서 나올 줄을 모른다. 이 더위에도 제일 싱싱하고 화려한 꽃이 무궁화다. 시련이 닥칠 때 더 강해지는 우리 민족의 저력을 보는 것 같다. 무궁화 정원에서는 다양한 품종을 볼 수 있다. 아이들 크는 건 말하는 데서 느낄 수 있다. 어른 투의 표현에 깜짝 놀란다. 우리 어릴 때는 아이들과 주로 어울려 지냈으니 대개 아이들 말투였다. 지금 아이들은 어른과 보내는 시간이 많다. 어휘도 어른이 쓰는 걸 흉내 낸다. 그래서 더 성숙해져 보이는가 보다. "외할아버지, 행복하게 사세요." 첫째 손주가 헤어지며 진지하게 말한다. 여덟 살짜리가 '행복'이 무엇인지 알까?..

사진속일상 2019.08.09

경복고 무궁화

무궁화가 나라꽃이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오래된 무궁화나무가 없음은 아쉬운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무궁화 중 가장 오래된 것이 백 년 남짓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경복고 교정에 있는 이 정도의 무궁화라면 보기 드물게 크게 자란 것이다. 백단심계의 이 무궁화는 수형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품종도 우수하다고 인정을 받았다. 이 정도면 꽃이 아니라 나무 자체에서도 품격이 느껴진다. 나무를 하얗게 덮던 꽃들도 지금은 듬성듬성해졌다. 무궁화는 초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석 달 정도 피고지고를 반복한다. 매일 새로운 꽃으로 단장하니 한 나무에서 거의 5천 송이 가까이나 피었다가 지는 셈이다. 예쁜 꽃이 단 하루만 피었다가 사라진다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끊임없이 꽃을 피워내는 그 생명력에는 감탄하지 않을 ..

천년의나무 2008.09.10

무궁화

무궁화[Rose of Sharon, Hibiscus Syriacus]의 이름에서 보듯이 원산지는 중동 지방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기록에 보면 예로부터 우리나라가 무궁화의 나라[槿花鄕]로 불리었던 것 같다. 그만큼 무궁화를 많이 심고 가꾸었던 것 같은데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애국가 가사에 어울리지 않게 나라꽃이라고 하기에는 그만큼 사랑받고 있지는 못하는 것 같다. 나라꽃으로 지정하게 된 이유에는 날마다 새로운 꽃이 피어나는끈질긴 특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꽃은 매일매일 피어나서 하루만에 통째로 떨어진다. 그리고 꽃을 볼 수 있는 기간도 긴 편이다. 단점은 진딧물이 많이 끼어 나무가 지저분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람들이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무궁화가 과연 나라꽃으로 적당한 ..

꽃들의향기 2006.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