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유 6

장자[7]

어떤 인위도 없는 고장의 광막한 들에 심고 그 곁을 할 일 없이 노닐고 그 밑에 누워보기도 하면 어떻겠나? 도끼로 찍힐 염려도 없고 아무도 해치지 않을 것이니 쓸모없다고 어찌 괴로워한단 말인가? 何不樹之於 無何有之鄕 廣漠之野 彷徨乎無爲其側 逍遙乎寢臥其下 不夭斤斧 物無害者 無所可用 安所困苦哉 - 逍遙遊 6 장자의 메시지를 쓸모 없는 나무에 비유하여 현실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혜자(惠子)의 말에 대한 장자의 답이다. 나무를 재목으로만 보는 혜자의 시각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데에 묶여 있다.효용성과 능률만을 강조하는 오늘날의 실용주의자들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보는 시각을 바꾸면 세상에 쓸모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리어 소용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더 가치 있고 소중하다..

삶의나침반 2008.02.03

장자[6]

송나라 사람이 은나라의 모자를 팔러 월나라로 갔소. 그러나 월인은 단발에 문신을 하였으므로 모자가 소용없었소. 요임금은 천하 인민을 다스렸고, 천하의 정사를 통할했소. 멀리 고사산으로 가서 네 신인을 만나보고 분수 북쪽으로 돌아와서는 그만 멍하니 천하를 잊어버렸소. 宋人資章甫適諸越 越人短髮之身 無所用之 堯治天下之民 平海內之政 往見四子 邈姑射之山 汾水之陽 요然喪其天下焉 - 逍遙遊 5 은나라에서는 필요한 모자가 월나라에서는 무용지물이 된다. 소용됨이란 것은 이와 같이 상대적일 뿐이다. 쓸모있다 없다는 이와 같이 사물이 유용함만을 따진다. 나라를 다스리는일 또한마찬가지다.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상대적 분별의 경지를 초월한 무차별의 세계다. 요임금은 고사산으로 신인을 찾아가 만나보고 그만 멍해지고 말았다. 여..

삶의나침반 2008.01.31

장자[5]

뱁새가 둥지를 트는 곳은 깊은 숲 속의 나뭇가지 하나에 불과하오. 들쥐가 황허의 물을 마시는 것은 제 양만큼에 불과하오. 초료巢於深林 不過一枝 偃鼠飮河不過滿腹 - 逍遙遊 4 요(堯) 임금이 허유(許由)에게 왕위를 물려주려고 하자 허유가 거절하며 한 유명한 말이다. 이 말에는 장자 사상의 핵심이 담겨있다고 나는 생각한다.노자 식으로 말하면 무욕(無欲), 자족(自足), 불감위천하선(不敢爲天下先)이다. 뱁새는 나뭇가지 하나에 만족하고, 들쥐 또한 한 모금의 물로 만족한다.왕위를 차지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연의 이치에 맞는 자족의 삶이다. 허유는 천하를 맡아달라는 요 임금의 말을 듣고 귀가 더러워졌다며 강물에 귀를 씻었다고 한다. 그 뒤에는 이런 이야기도 전해진다. 마침 소를 몰고 지나가던 소부(巢父)가 왜..

삶의나침반 2008.01.25

장자[4]

그러므로 이르기를 지인은 내가 없고 신인은 공적이 없고, 성인은 이름이 없다고 한다. 故曰至人無己 神人無功聖人無名 - 逍遙遊 3 이 말에 앞서 장자는 네 종류의 사람이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첫째 부류는, 소시민적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다. 그들은 돈 벌고 출세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세상이 가리키는 가치관대로 땀 흘리며 살아간다. 보이는 세계 너머에 있는 또 다른 세계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장자가 말하는 뱁새에 해당되는 사람들이다. 아마 세상 사람들의 99%가 이런 부류에 속할 것이다. 둘째는, 송영자(宋榮子)로 대표되는 세상적 명리를 넘어선 사람들이다. 그들은 세상의 칭찬이나 비난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영욕을 떠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도 분별하는 마음 조..

삶의나침반 2008.01.16

장자[3]

매미와 텃새가 대붕을 비웃으며 말했다. "내가 결심하고 한번 날면 느릅나무와 빗살나무까지 갈 수 있다. 어쩌다가 가끔 이르지 못하여 땅에 곤두박질할 때가 있지만 무엇 때문에 구만리 창공을 날아 남쪽으로 간단 말인가?" 조與學鳩笑之曰 我決起而飛 槍楡枋 時則不至 而控於地而已矣 奚以之九萬里 而南爲 - 逍遙遊 2 분별을 싫어하는 장자도 작은 지혜와 큰 지혜는 구별했다.그리고 작은 지혜의 특징은 비웃는 데에 있다. 노자도 말했다. 사람들이 비웃지 않으면 도(道)가 아니라고. 우리들 대부분은 사실 매미와 텃새들이다. 매미가 어찌 봄과 가을을 알 수 있겠는가. 구만리 창공을 날아가는 대붕을 이해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다만 크고 넓은 세계를 비웃지만 않아도 다행이겠다. 작은 지혜에서 큰 지혜로 넘어가는 데는 '아는 ..

삶의나침반 2008.01.09

장자[2]

북해에 한 물고기가 있는데 이름을 곤이라 한다. 곤은 그 크기가 몇천 리인지 알 수 없다. 이것이 변하여 새가 되는데 그 이름을 붕이라 한다. 붕의 등 넓이도 몇천 리인지 알 수 없다. 한번 노하여 날면 그 날개가 하늘에 구름을 드리운 것 같았다. 이 새는 바다가 움직이면 남명으로 이사를 간다. 남명이란 천지다. 北冥有魚其名爲鯤 鯤之大不知其幾千里也 化而爲鳥其名爲鵬 鵬之背不知其幾天里也 怒而飛其翼若垂天之雲 是鳥也海運則將徙於南冥 南冥者天池也 - 逍遙遊 1 장자는 첫머리부터 일견 황당해 보이는 얘기를 하며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이것은 일상에 매몰되어 작아진 인간의 마음에 가하는 일종의 쇼크요법처럼 보인다. 스케일의 크기는중국인의 과정법 이상의 차원인 것이다. 여기에서 제일 중요한 말은 변화[化]라고 할 수..

삶의나침반 2008.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