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15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13년 전인 2010년 3월 10일, 고려대학교 교정에 대자보가 하나 붙었다. 제목이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로 경영학과 3학년생이던 김예슬이 쓴 것이다. 이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 대학생의 교육 시스템에 대한 거부 선언이 찬반 논란을 불러왔고, 숨 죽이고 있던 목소리가 분출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도 블로그에 대자보 전문을 옮겼고 공감을 표하며 응원을 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한 것은 없었다. 호수에 생긴 파문은 이내 가라앉아 보였다. 어쩌면 세상을 지배하는 강고한 시스템을 재삼 확인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의 근황이 궁금해 인터넷을 뒤지다가 이 책을 알게 되었다. 김예슬 씨가 선언을 하게 된 배경과 본인의 생각을 정리한 소책자인데 선언을 한 그해에 ..

읽고본느낌 2023.07.30

송전탑의 비극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송전하는 철탑 때문에 한 노인이 분신해서 목숨을 끊었다. 경남 밀양에 살았던 74세의 이치우 할아버지로 지난 1월 16일에 일어난 비극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전력공사는 부산 기장에 있는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에서 창녕에 있는 변전소까지 90km 구간에 765kV 송전선로를 깔기 위해 161개의 송전탑을 세우기로 한다. 송전선이 논밭 위로 지나가는 밀양 주민들은 건강과 재산권의 보장을 요구하며 공사 반대 시위를 했다. 대부분이 일흔이 넘은 노인들이었다. 그러나 한전측은 공사를 강행했고 결국 노인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이어졌다. 이치우 할아버지는 이장을 15년 넘게 하면서 삼 형제와 함께 노모를 모시고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다. 송전탑이..

길위의단상 2012.03.22

우리는 낙오자가 아닌 거부자입니다

수능을 앞두고 대학 입시를 거부하는 30인 선언이 다시 있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자본주의와 학벌중심 체제에대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 비록 처음 세력은 미약할지라도 그런 움직임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조만간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미국에서 자본주의가 붕괴되는 조짐이 나타날지 모른다. 우리는 지금 거대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변화를 재촉하는 물결은 노도가 되어 흐를 것이다.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행복이 유예된 삶이 아니라, 지금, 여기, 오늘이 즐거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은 꿈꾸고 행동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만들어진다. 그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우리는 낙오자가 ..

참살이의꿈 2011.11.04

미친 놈들

지난 26일에 도올 김용옥 선생이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를 했다는 소식을 늦게야 들었다. 선생은 지금 EBS에서 '중용, 인간의 맛'이란 강의를 하고 있는데, 예정된 내용에서 반도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돌연 강의 중단 통보를 받은 것이다. 현장에서 도올은이 정권에 대해 직설적으로 "미친 놈들!"이라고 일갈했다고 한다. '중용, 인간의 맛'은 내가 지금 가장 열심히 보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한신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정규 과목 강의인데 EBS에서 일반인들을 위해 중계해 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9월부터 시작해서 총 36회 분이 방송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도올만큼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도드물 것이다. 그분의 고전 해석에서부터 인품에까지 도올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말에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길위의단상 2011.10.30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 송경동

스물여덟 어느 날 한 자칭 맑스주의자가 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 하지 않겠냐고 찾아왔다 얘기 말엽에 그가 물었다 그런데 송 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요? 웃으며 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 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순간 열정적이던 그의 두 눈동자 위로 싸늘하고 비릿한 유리막 하나가 쳐지는 것을 보았다 허둥대며 그가 말했다. 조국해방전선에 함께 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미안하지만 난 그 영광과 함께 하지 않았다 십수 년이 지나 요 근래 다시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자꾸 내게 어느 조직에 가입되어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다시 숨김없이 대답한다 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 저 바닷물결에 밀리고 있으며 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 이 푸르른 나무에 물들어 있으며 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

시읽는기쁨 2011.03.23

쌍용의 비극

1년 넘게 혼자 집안에서 숨어 지내는 남자가 있다. 가족이 찾아와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굳게 닫힌 창문에는 감시 카메라까지 설치해 놓았다. 급기야 119에 신고해서 집안에 들어가 보니 생수, 라면이 몇 무더기나 쌓여 있다. 베란다에는 망원경도 있다. 농성장의 모습 그대로다. 이 남자는 2009년 쌍용 사태 때 농성 투쟁을 하다가 해고된 사람이다. 혼자서 아파트에 숨어 나름의 싸움을 하고 있다. 옛 동료들과도 만나려 하지 않는다. 정신적 외상이 심각한 경우다. 지난 달 26일에는 역시 쌍용자동차에서 해고된 임모씨가 평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내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투신자살한지 10개월 만이다. 고3 아들과 중3 딸, 두 아이만 남았다. 지난 1일에는 조모씨도 취업난과 생활고를 못 이겨 자살했다. 쌍..

참살이의꿈 2011.03.10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 둔다

오늘아침 경향신문에 대학교육을 거부하는 한 대학생의 대자보 기사가 실렸다. 고려대 경영학과 학생이라는데 학교에 자퇴원을 제출하고 자신의 심경을 담은 대자보를 교내에 붙였다. 그 내용에서는학생의 치열한 고민을 읽을 수 있고,또한 진정성을 믿지 않을 수 없다. 나로서도 동감하는 바가 많다. 이것은 길들여지기를 거부하는 선언이며, 동시에 이 시대에 발하는 경고이기도 하다. 결코 철부지 학생의 치기 어린 행동이 아니라고 본다. 비록 지금은 작고 미미하지만이것이 마중물이 되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좋겠다. 난 가끔씩 상상한다. 만약 모든 고등학생들이 대학 가기를 거부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래서 피라미드의 상부로 오르려는 경쟁 질주를 멈춘다면? 아마 지금의 대학이라는 거대산업은 한순간에 무너질 ..

길위의단상 2010.03.11

교사 16171인 시국 선언

오늘 16,171인의 교사가 시국 선언을 했다. 지난 달부터 각계각층으로 번지고 있는 시국 선언의 일환으로 내용도 다른 선언과 대동소이하다. 국정 쇄신 요구와 공권력 남용에 대한 사과, 집회 자유 보장 등인데 자사고 설립 등 경쟁만능 학교정책 중단과 교육복지 및 학생 인권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당국에서는 며칠 전부터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서명을 못하도록 엄포를 놓았다. 서명에 참여할 경우 징계 등의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번에 일제고사를 반대했다고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전력이 있는 교과부다. 서명에 참여하는 것은 국가공무원법의 성실의 의무, 복종의 의무, 품위 유지의 의무, 집단 행위 금지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작년 촛불 시위 때의 서명에는 별 말이 없던 정부가 이..

길위의단상 2009.06.18

이것은 사람의 말

봇물 터지듯 시국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선언에 참여한 대학 교수들만 4천 명이 넘었다. 그저께는 188 명의 소설가, 시인, 평론가들이 '이것은 사람의 말'이라는 제목으로 '6.9 작가선언'을 했다. 역시 작가들이라 선언문 내용이 인상적이었는데, 발표 현장에서는 한 사람씩 연단에 나와 '한 줄 선언'을 낭독했다. 촌철살인의 경구들이 눈길을 끌었다. 선언문 전문은 다음과 같다. 작가들이 모여 말한다. 우리의 이념은 사람이고 우리의 배후는 문학이며 우리의 무기는 문장이다. 우리는 다만 견딜 수 없어서 모였다. 모든 눈물은 똑같이 진하고 모든 피는 똑같이 붉고 모든 목숨은 똑같이 존엄한 것이다. 그러나 권력자와 그 하수인들은 극소수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절대 다수 국민의 눈물과 피와 목숨을 기꺼이 제물로 바..

길위의단상 2009.06.11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

어제 저녁에는 서울광장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신부님들을 중심으로 시국미사가 열렸다. 수녀님들을 비롯한 성직자들과 많은 시민들이 기도를 올리며국민의 뜻을 알리었다. 말로는 국민과 소통을 한다면서 국민의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 정부에 천주교가 앞장을 서서 경고를 한 것이다. 민심을 읽지 못하는 현정부가 너무나 답답하다. 아니면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와버렸는지 모른다.이제 국민의 마음은 결코 쇠고기 문제 하나가 아니다.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상처를 받은 국민의 자존감도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의 경제적 풍요 약속 뒤에 숨은 살벌한 세상살이의 허구에 대해 눈을 떠가고 있다. 이 정부가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국민의 저항을 면하기는 어려우리라 본다. 몽둥이와 방패가 촛불을 잠재울 수 없..

사진속일상 2008.07.01

2008년 6월 10일 오후의 서울

2008년 6월 10일, 서울에 명물이 등장했다. 대형 컨테이너 6개가 세종로 넓은 길을 막아 버린 것이다. 오늘 청와대 주변은 그야말로 전쟁 전야처럼 어수선하고 긴장감에 싸여 있다. 국민이 얼마나 무서웠으면 새벽부터 작업을 해서 저런 성채를 쌓아야 했을까? 오후 들어서는 청와대로 들어가는 모든 길목에 컨테이너 장벽이 만들어졌다. 정말 꼴불견 정권다운 완벽한 대비 태세다. 진즉에 국민들과 대화를 하고 요구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귀 기울였어야지, 이젠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생겼다. 오늘 저녁 촛불 문화제에는 꼭 참석하려고 했으나 사정이 생겨 직장에서 일찍 나와야 했다.청와대에서부터 서울역까지 걸어갔는데집회 시간이 한참이나 남았는데도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고 있었다.거기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사진속일상 2008.06.10

여의도 교사대회에 다녀오다

여의도에서 전교조 창립 19주년을 기념한 전국교사대회가 열렸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서서 교육을경쟁과 시장논리에 내맡기려 하고 있어이번 대회는 더욱 의미가 컸다.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나도 동참하고 싶어 다른 일정을 포기하고 집회에 참가했다. 집회는 2 시에 시작되었고, 전국에서 모인교사는 1만여 명이 되었다. 날씨가 너무 무더워서 앉아있는 시멘트 바닥의 열기가 대단했다. 그러나 지방에서 올라온 많은 동지들이 피곤할 텐데도 질서정연하게 열띤 호응을 하는가운데 대회는 진행되었다. 나는 미안하게도 대열에 동참하지는 못하고 나무 그늘 아래서 함께 했다. 집회가 계속되는 동안내내 마음은무겁고 아팠다. 그래도 노무현 정부 때는 일말의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었지만 정권이 바뀌고는 다시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사진속일상 2008.05.24

한 여인의 죽음

장맛비는 추적추적 내리는데 한 여인의 죽음이 내 마음을 아프고 무겁게 짓누른다. 새만금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계화도 어민 류기화 님이 불의의 사고로 별세했다는 소식 때문이다.갯벌의 그레질로 생계를 이어오던 님은 여느 때처럼 백합을 잡기 위해 갯벌에 나갔다가 깊은 곳에 빠져 변을 당했다고 한다. 님에 대해서는 새만금 반대운동이 한창일 때 어느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아마 그때 프로그램 제목이 '새만금의 여전사'였다고 기억하는데, 야성적인 모습으로 새만금 반대운동에 앞정서는 모습을 감명 깊게 보았다. 동시에 방관자로 남아있는 나 자신이 무척이나 부끄럽게 느껴졌었다. 새만금 방조제 둑이 완성되면서 바다 물길이 달라지고 군데군데 뻘이 생겨, 님은 이같은 뻘에 빠져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

사진속일상 2006.07.15

저항권포기죄

'오마이뉴스'에 초등학교를 정년 퇴임하신 어느 분의 이야기가 실렸다. 이 분의 소신있는 생각과 삶이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부끄럽게 만든다.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촌지를 받아 처먹었으니 뇌물수수죄요. 내 고향 광주가 전두환 일당에게 칼질 당할 때 멀리서 보고만 있었으니 군부 학살행위 방조죄요…" 지난 8월말 초등학교 평교사로 정년퇴임한 노형근(64·전 안산성포초등학교 교사)씨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수여하는 녹조근정훈장을 받을 자격이 됐지만 거부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죄인이 무슨 포상이랍니까?" 그가 훈장을 거부한 이유다. 최근 12·12 사태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과 관련, 유죄판결을 받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 81명 전원에 대해 훈·포장을 치탈하는 작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길위의단상 2005.11.16

산이 아프면 우리도 아프다

새벽첫차를타고내려오신어머님께서 그만가자. 이젠그만가자 다그만두고 이제,그만가자하신다. 단식서른여덟날 천성산 고속철도 관통을 반대하는 지율 스님 단식이 오늘로 41일째입니다. 천성산은 경남 양산에 있는 산세는 크지 않으나 수려한 경관으로 경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산입니다.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의 설화도 있는 이 산에는 고산 습지와 함께 희귀식물과 동물들의 보고라고 합니다. 지금 정부는 이 산을 관통하는 고속철도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오직 개발과 편리와 경제성의 논리만이 이 시대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미미한 꽃과 동물일지라도 함께 공존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습니다. 산이 아프면 우리가 아프고, 우리의 다음 세대가 그 고통을 짊어집니다. 출세간의 자식을 찾아온 어머니의 모습..

길위의단상 2003.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