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싸움 한 번 안 하고 살아온 부부도 있다지만 우리는 자주 티격태격한다. 그나마 젊을 때보다는 다투는 빈도나 강도가 줄어들었다. 퇴직을 했으니 얼굴 맞대고 살아가는 시간이 늘어났는데 이만만 해도 다행이지 싶다. 애정이 없으면 다툴 일도 없지 않은가. 아직 얼굴 쳐다보기 싫은 정도는 아니다. 다투는 원인은 주로 내 버럭, 하는 성질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큰소리부터 치니 서로 목소리가 높아진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순간적으로 화가 불같이 일어난다.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는 데는 잠시면 족하다. 큰소리치는 사람이 이긴다고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반대다. 꼬리를 내리는 건 늘 내가 먼저다. 화도 잘 내고 용서도 쉽게 구한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뒤끝이 없어진 게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