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 9

늦가을 양재천

양재동 모임에 나가는 길에 시간 여유가 있어서 양재천에 내려가 보았다. 군데군데 지난여름의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었으나 천에는 늦가을의 분위기가 가득했다. 영동1교와 영동3교 사이를 1시간여 어슬렁거렸다. 마침 점심시간 즈음이라 천변에는 식사를 마치고 산책 나온 직장인들이 많았다. 사위어가는 추광(秋光)을 쐬며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정겨웠다. 하나 같이 휴대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외국과 비교하면 늘 아쉽게 여겨진다. 그래도 가끔은 독서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양재천을 걷는 내내 시야에서 타워팰리스 빌딩군을 피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지만 내가 저 우뚝한 건물에서 받는 느낌은 위압감과 소외감이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

사진속일상 2022.11.25

양재천 백일홍

시골 초가집 장독대에 몇 송이 피어 있으면 잘 어울리는 수수한 꽃이 백일홍이다. 그렇듯 백일홍을 보면 유년을 떠올리게 된다. 서울 강남 지역을 지나며 한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양재천에 백일홍 꽃밭이 있다. 산책로를 따라 길게 만들어 놓았다. 이 꽃을 보며 누구나 어린 시절의 추억 한 자락쯤 떠올릴 것이다. 떠나면서도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는 백일홍이다.

꽃들의향기 2017.10.13

양재천 걷기

오랜만에 양재천을 걸었다. 선바위역에서 시작해서 양재시민의숲을 경유해 양재역까지였는데 느릿느릿 두 시간 가량 걸렸다. 용두회 넷이 같이 했고, 둘은 양재동에서 만났다. 흐린 날씨에 간간이 비도 뿌렸다. 양재천은 군데군데 꽃밭이 펼쳐져 있어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났다. 벌써 10월 중순이다. 우리도 인생에서 이 계절쯤을 걷고 있을 것이다. 친구를 통해서 늙어가는 내 모습을 본다. 쓸쓸하고도 안스럽다. 많이 지껄인다는 것은 그만큼 내면의 공허를 드러내는 게 아닐까. 가을꽃으로 자꾸만 눈길이 갔다.

사진속일상 2017.10.11

과천에서 구의동까지 걷다

집 가까이에서 가장 걷기 좋은 길은 양재천이다. 서울로 들어갈수록 복잡해지지만 과천 쪽은 한적해서 좋다. 찻길도 멀어 자동차 소음으로부터도 격리되어 있다. 오늘 다시 양재천을 걸었다. 과천 선바위역에서 시작하여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서 마쳤다. 혹한이 풀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영하의 날씨였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얼굴에 닿는 냉기가 따가웠다. 그래도 이만하면 걷기에는 괜찮은 날씨였다. 점심시간 때에 산책나온 직장인들을 제외하고는 길은 텅 비었다. 겨울에는 자전거 타는 사람도 보기 어렵다. 양재천을 두 시간여 걸으면 한강에 닿는다. 이번에는 상류쪽 잠실로 향했다. 인생이 덧없다고 흔히 말한다. 그러나 덧없는 건 인생이 아니라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이나 태도가 아닌가 싶다. 애욕이라든가 집착 같은 것...

사진속일상 2011.01.21

선바위에서 장지까지 걷다

스무 번째 는 선바위에서 장지까지 걸었다. 양재천, 탄천, 장지천을 지나는 구간이었다. 올 가을처럼 게으른 적도 없었다. 최근 한 달간 걷기를 거의 못했다. 자주 자가용 신세를 졌다. 오죽했으면 옆의 동료가활발히 움직이라는 충고를 했을까. 아침에는 천둥소리 요란하며 유리창이 시끄러웠다. 다행히 낮이 되며 하늘이 걷혀서 새로 산 워킹화 줄을 매었다. 가까이 있는 양재천으로 나갔다. 갈 데까지 가보기로 했다. 역시 길 위에 서니 생기가 찾아왔다. 몸이 풀리니 마음도 편안해졌다. 발과 몸의 근육들이 깨어 일어나는 느낌이었다. 뻐근하긴 하지만 기분이 좋았다. 쉼없이 계속 걸었다. 길은 물기로 촉촉해서 더욱 부드러웠다. 탄천으로 접어든 뒤부터는바람이 거세지고 황사가 나타났다. 토요일 오후인데도 사람들은 별로 보이..

사진속일상 2010.11.27

걷다

여주 밤골에서 떠나온지 3년이 넘었다. 그런데 당시 세금 계산이 잘못 되었다며 추가분 2천여만 원을 더 내라는 연락이 지난 달에 세무서에서 왔다. 농지를 자경한 것 같지 않으니 고세율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 경작했다는 증빙서류를 붙여 청구서를 제출했는데 인정할 수 없다는 통지를 어제 받았다.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배낭에 물 한 병 넣고 길을 나섰다. 지하철 선바위역에서 내려 양재천을 걸었다. 잔뜩 흐린 날씨에 비가 오락가락했다. 가는 비는 맞았고 굵은 비는 다리 밑에서 피했다. 10년 전 밤골 땅을 구입할 때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방학과 주말을 이용해 경작하겠다고 신청해서 여주군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곳 세무서에서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답답한 일이 아닐 수 ..

사진속일상 2010.08.28

과천에서 수서까지 걷다

열다섯 번째 는 양재천과 탄천을 따라 과천에서 수서까지 걸었다. 시작 지점은 전철 선바위역이었고, 끝 지점은 수서역이었다. 기온은 영하로 떨어졌지만 하늘은 맑았고 햇살은 환했다. 어렵게 아내가 동행했다. 여러 번 양재천을 걸었지만 과천에서 시작한 것은 처음이었다. 햇빛이나 바람이 반대쪽에 있어서 걷기에 더 좋았다.양재천 과천 구간은 한가해서 좋은 길이다. 소박한 시골 맛도 느껴진다. 그러나 서울로 들면서 산책 나온 사람들도 많고 복잡해진다. 그래도 걷는동안 자동차 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양재천 길이 좋다. 오랜만에 걸어선지 나중에는 허벅지가 당기고 발바닥도 아팠다. 아내는 더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날씨가 차가워 앉아 휴식하기도 마땅치 않았다. 그늘이 진 곳에서는 쉼없이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 ..

사진속일상 2009.12.27

압구정에서 과천까지 걷다

오랜만에 테니스를 해보니 몸이 많이 무거워져 있다. 손목도 아프다. 근래에 운동이 부족한 탓이다. 어제는 다시 한강 걷기에 나섰다. 지하철 압구정역에서 내려 한강으로 나갔다. 동호대교와 연결되는 지점이다. 여기서부터 한강과 양재천을 따라 과천까지 가보기로 했다. 구름이 해를 열었다 가렸다 하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그러나 구름이 없을 때의 햇살은 따가웠다. 한강 둔치길에는 평일인데도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걷는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서초구를 관통하는 양재천 길은 걷기에 아주 좋다. 자동차 소음으로부터도 차단되어 있고, 주변 조경이라든가 걷는 길이 무척 잘 만들어져 있다. 가면서 여러가지 꽃구경 하는 재미도 즐길 수 있다. 특히 양재천은 물이 맑아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해도 괜찮다...

사진속일상 2008.10.08

양재천을 걷다

양재천(良才川)은 경기도 과천에서 발원하여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를지나서한강에들어가는 길이 약 20 km의 하천이다. 하류에서 탄천과 합류하여 한강과 만난다. 전에는 직접 한강과 연결되었는데 1970년대에 개포지구 토지 정리를 하면서 물길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예전의 하천 이름은 공수천(公需川), 학천(鶴川), 학여울 등으로 불리었다고 하니 아마 예전에는 학(鶴)이 이곳에 많이 다녀갔는가 보다. 지금도 인근에 학여울이라는 지하철역명으로 남아있다.현재 이름은 이 하천이 양재동을 통과하여 흐르기 때문에 붙여졌다는데 옛 이름이 훨씬 멋있게 들린다. 오늘은 양재천을 따라 걸었다. 한강에서부터 시작해서 천을 거슬러 올라가며 과천의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까지 걸었다[걸은 거리; 15km, 11:00-14:00]. 양재..

사진속일상 2006.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