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시인의 산문집이다. 1976년부터 2014년까지 씌어진 글이 모여 있다. 젊은 시절 시인의 고뇌가 오롯이 드러나 보이는 글들이다. 글 쓰는 작업이 마치 오체투지를 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순례자의 여정 같다. 문학은 종교이며, 작가는 수행자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을 시인은 보여준다. 특히 2004년에서 2013년 사이에 쓴 '공부방 일기'는 치열한 수행 기록이다. 문학이 이토록 진지하고 엄숙한 것인지 두려움마저 인다. 글쓰기는 '사람 되기'와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 역시 글쓰기는 - 비록 일기라 할지라도 - 자신과 만나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에게는 하찮게 보여도 본인에게는 하나의 우주를 펼쳐내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자신의 내면을 바깥에 드러내려는 욕구가 있는 것 같다. 일종의 인정욕구인지도 모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