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공 30

사기[7-5]

공자가 죽은 뒤 자사(子思)는 세상을 등지고 풀이 무성한 늪가에 숨어 살았다. 어느 날 위나라 재상으로 있던 자공이 말 네 필이 끄는 마차를 타고 호위병과 함께 잡초를 헤치며 궁핍한 마을로 들어섰다. 지나가다가 자사에게 인사했다. 자사는 낡아빠진 옷차림으로 그를 맞이하였다. 자공은 그의 초라한 행색을 부끄럽게 여겨 이렇게 말했다. "어쩌다 병이 들었습니까?" 자사가 말했다. "내가 듣건대 재물이 없는 것을 가난이라 하고, 도를 배우고도 실행하지 못하는 것을 병들었다고 한다고 들었습니다. 저 같은 사람은 가난하기는 하지만 병들지는 않았습니다." 자공은 수치스러워하며 좋지 않은 마음으로 떠났다. 그는 평생 동안 자신의 말이 지나쳤음을 부끄럽게 여겼다. - 사기 7-5, 중니제자열전(仲尼第子列傳) 헌문편에 이..

삶의나침반 2023.10.22

사기[7-4]

자공은 말재주가 뛰어났지만 공자는 늘 이 점을 꾸짖어 경계시켰다. 한 번은 공자가 물었다. "너와 안회 가운데 누가 더 나으냐?" 자공이 대답했다. "제가 어찌 감히 안회를 따를 수 있겠습니까?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지만, 저는 하나를 들으면 겨우 둘을 알 뿐입니다." 자공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일을 좋아하여 때를 보아서 돈을 잘 굴렸다. 그는 남의 장점을 칭찬하기를 좋아하였으나 남의 잘못을 덮어 주지는 못하였다. 그는 일찍이 노나라와 위나라에서 재상을 지냈으며 집안에 천금을 쌓아두기도 하였다. 자공은 제나라에서 삶을 마쳤다. - 사기 7-4, 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 사마천은 공자의 제자들을 소개하면서 자공에게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공자의 수제자라는 안회를 다룬 양의 10배나 ..

삶의나침반 2023.10.08

논어[356]

진자금이 자공더러 말하기를 "그대는 겸손한 까닭이야! 중니님이 왜 그대보다 잘 났단 말인가?" 자공이 말했다. "참된 인간은 말 한 마디로 아는 사람도 되고, 말 한 마디로 먹보 같은 인간도 되기 때문에 말이란 삼가야 하는 거야. 우리 선생님을 따르지 못하는 것은 마치 하늘은 사닥다리로 오르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선생님이 나라를 다스리게 된다면 '세울 자리에 세워 주고, 갈 곳으로 인도해 주고, 품에 안아주므로 모여오게 되고, 서로 격려하여 화목하도록 할 것이다. 그가 살아서는 영화를 누리고, 죽으면 애달파 할 것이니' 어떻게 그의 본을 딸 수 있을 것인가." 陳子禽 謂子貢 曰 子爲恭也 仲尼豈賢於子乎 子貢曰 君子一言以爲知 一言以爲不知 言不可不愼也 夫子之不可及也 猶天之不可階而升也 夫子之得邦家者 所謂..

삶의나침반 2019.10.06

논어[355]

숙손무숙이 조정에서 대부들과 이야기하기를 "자공은 중니보다 잘났다." 자복경백이 그대로 자공에게 알린즉, 자공이 말했다. "그것을 담장에다 비기면 내 담장은 어깨 남짓하여 집안의 좋은 점이 넘겨다보이지만, 선생님의 담장은 여러 길이 되는 까닭에 문을 찾아 들어가지 않으면 종묘의 아름다운 모습이며 많은 벼슬아치들이 우글우글한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 문을 발견하는 사람도 얼마 되지 않으니 그 분이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叔孫武叔 語大夫於朝曰 子貢賢於仲尼 子服景伯 以告子貢 子貢曰 譬之宮牆 賜之牆也 及肩 窺見室家之好 夫子之牆 數인 不得其門而入 不見宗廟之美 百官之富 得其門者 或寡矣 夫子之云 不亦宜乎 - 子張 17 자공의 비유가 뛰어나다. 자신은 담장이 낮은 집이라 안이 들여다보여 사람들이 감탄하지만,..

삶의나침반 2019.09.28

논어[354]

위나라 공손조가 자공더러 묻기를 "중니님은 어디서 배웠는가?" 자공이 말했다. "문, 무 두 왕의 교훈이 아직도 땅에 떨어지지 않고 사람들에게 남아 있습니다. 잘난 사람들은 그의 위대한 점을 기억하고 있으며, 보통 분들은 그의 자잘한 점을 기억하고 있으니, 모두가 문 무 두 왕의 교훈 아닌 것은 없습니다. 선생님은 어찌하여 배우지 않았을까마는, 어찌 한 사람만의 스승에게서 배웠겠습니까." 衛公孫朝 問於子貢曰 仲尼焉學 子貢曰 文武之道 未墜於地 在人 賢者識其大者 不賢者識其小者 莫不有文武之道焉 夫子焉不學 而亦何常師之有 - 子張 16 공자를 폄하하려는 사람이 당시에도 있었을 것이다. 공손조는 위나라의 대부인데 자공과도 가까운 사이였을 것이다. 공자가 어디서 배웠는가를 묻는다는 것은 공자의 현재 학문적 성취보다는..

삶의나침반 2019.09.20

논어[353]

자공이 말했다. "참된 인간의 허물은 일식이나 월식 같다. 잘못을 하게 되면 사람들이 다 볼 수 있고, 고치게 되면 사람들이 다 우러러보게 된다." 子貢曰 君子之過也 如日月之食焉 過也人皆見之 更也人皆仰之 - 子張 15 이 말의 방점은 군자는 잘못을 고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데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든 잘못을 저지른다. 군자나 소인이나 마찬가지다. 군자는 제 허물이 무엇인지 알고, 허물을 고쳐 나가면서 더 나은 인간으로 성숙해 간다. 허물을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는다. 반면에 소인은 제 허물이 무엇인지 모르고, 알더라도 변명하기 급급하다. 아예 제 허물에는 눈을 감는 경우가 흔하다. 예수도 말하지 않았는가. "이 위선자, 먼저 당신 눈에서 들보를 빼내시오. 그때에야 당신은 똑똑히 보고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

삶의나침반 2019.09.15

논어[352]

자공이 말했다. "주의 잘못도 이렇듯 심하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참된 인물은 밑으로 내려가기를 싫어하는 것이니, 천하의 악이란 악은 다 그리로 밀려들기 때문이다." 子貢曰 紂之不善 不如是之甚也 是以君子 惡居下流 天下之惡皆歸焉 - 子張 14 국가 관계에서는 승자가 선이고 패자는 악이다. 새로 창업한 나라는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멸망한 나라를 희생양으로 삼아야 한다. 역사 기술도 오염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 군주는 음란하고 잔인한 폭군으로 만들어진다. 나라가 망한 게 어찌 한 사람의 잘못만이겠는가. 누대에 걸친 적폐가 쌓여서 그때 곪아 터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공이 주왕을 바라보는 시선은 일말의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한 번 둑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 똥에 구더기가 들끓듯 천하의 악이 다 그..

삶의나침반 2019.09.01

논어[329]

자공이 말했다. "참된 인간도 미워하는 것이 있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미워하는 일이 있지. 남의 허물을 도리어 칭찬하는 자를 미워하고, 밑바닥에 깔린 사람이 윗사람을 헐어 말하는 자를 미워하고, 용감할 뿐 예법을 모르는 자를 미워하고, 앞뒤를 가리지 않으면서 숨막히는 짓을 하는 자를 미워한다." "사야, 너도 미워하는 것이 있느냐?" "남의 말을 받아서 제 것인 체하는 자를 미워하고, 함부로 하는 것을 용기인 양 여기는 자를 미워하고, 남의 잘못을 들추되 곧은 일을 하는 양하는 자를 미워합니다." 子貢曰 君子亦有惡乎 子曰 有惡 惡稱人之惡者 惡居下流而산上者 惡勇而無禮者 惡果敢而窒者 曰 賜也 亦有惡乎 惡요以爲知者 惡不孫以爲勇者 惡알以爲直者 - 陽貨 22 사제간에 쿵짝이 잘 맞는다. 우리는 군자, 어..

삶의나침반 2019.02.14

논어[280]

자공이 묻기를 "한 마디로 평생을 지켜 나갈 수 있는 말이 있을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것은 미루어 생각하는 것일 거야! 내가 당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하지 말아야 한다." 子貢問 曰 有一言 而可以終身行之者乎 子曰 其恕乎 己所不欲 勿施於人 - 衛靈公 18 에 나오는 황금률이다. 자공이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을 말을 묻자 공자는 '서(恕)'라고 했다. 서(恕)는 상대 입장에서 헤아려주는 마음일 것이다. 예수님도 말씀 하셨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무엇이든지 사람들이 여러분을 위해 해 주기 바라는 것을 그대로 그들에게 해 주시오. 이것이 율법과 예언자들의 정신입니다." 무릇 가르침의 핵심은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함이다. 내가 당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하지 말아야 한다. 더 나아가 나에게 해 주기 바라..

삶의나침반 2018.03.06

논어[272]

자공이 사람 구실하는 방법을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공장이가 제 구실을 잘 하자면 먼저 연장을 잘 단속해야 한다. 그 나라에 있을 때는 그 나라 대부 중에 잘난 이를 섬기고, 그 나라 벼슬아치 중에 사람다운 사람과 사귀어야 한다." 子貢問 爲仁 子曰 工欲先其事 必先利其器 居是邦也 事其大夫之賢者 友其士之仁者 - 衛靈公 10 자공에게 스승이 주는 실제적인 가르침이다. 현명한 사람을 섬기고, 어진 사람과 벗하라는 말은 자신을 낮추고 끊임없이 배우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여기는 자의 독선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특히 지도자의 아집은 본인만 아니라 나라까지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능력이 출중했던 자공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었을 것이다.

삶의나침반 2018.01.14

논어[265]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야! 너는 내가 많이 배운 지식인인 줄 아느냐?" 대답하기를 "네, 그렇지 않은가요?" "그렇지 않다. 내 지식은 하나로 꿰뚫었다." 子曰 賜也 女以予 爲多學而識之者與 對曰 然 非與 曰 非也 予一以貫之 - 衛靈公 3 증자는 공자의 일이관지(一以貫之)를 충(忠), 서(恕)로 보았다. 그 내용이 무엇이든 지식을 하나로 꿰뚫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일이관지는 논리 체계가 아니라 깨달음의 영역이다. 임의로 정한 원칙이 아니다. 자신이 배운 지식과 경험을 통해 공자는 세상살이에 대한 통찰을 얻었다. 그것이 일이관지라는 말에 담겨 있다. 우리가 배우는 목적도 자신의 일이관지를 얻으려는데 있다. 애써 배운 것들이 단순한 지식 나부랭이에 그친다면 미망의 늪에 더 빠져들 뿐이다. "내 지식은 하나로..

삶의나침반 2017.12.06

논어[254]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나보다!" 자공이 말했다. "왜 선생님을 몰라준다고 하십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남을 허물하지 않고, 차근차근 배워서 위로위로 올라가니, 나를 아는 자는 저 하늘인가!" 子曰 莫我知也夫 子貢曰 何爲其莫知子也 子曰 不怨天 不尤人 下學而上達 知我者 其天乎 - 憲問 23 공자 인생 후반기인 천하를 주유할 시기에 한 말이 아닌가 싶다. 세상을 위해 큰 쓰임이 되고 싶었으나, 세상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그래도 끝까지 미련을 가진 공자의 집념이 대단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일견 공자의 한탄으로 들리지만 그 밑바닥에는 공자의 자긍심이 깔려 있다. '不怨天 不尤人 下學而上達'은 공자의 생활 철학이었다. ..

삶의나침반 2017.09.16

논어[250]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간의 길에 셋이 있는데, 나는 아무 것도 못한다. 사람 구실하는 이는 근심하지 않고, 슬기로운 이는 어리둥절하지 않고, 용기있는 이는 두려워하지 않느니라." 자공이 말했다. "선생님이 자기 말씀을 하시는 거야." 子曰 君子道者三 我無能焉 仁者不憂 知者不惑 勇者不懼 子貢曰 夫子自道也 - 憲問 19 군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 인(仁), 지(知), 용(勇)이다. 학교 교훈으로도 많이 등장하는 단어일 것이다. 공자는 스스로 못 미친다고 고백하면서 이를 설명한다. 여기에 대한 자공의 반응이 재미있다. 대개는 자신을 돌아보는 반응을 보이는 게 보통이지만 자공은 스승의 몫으로 돌린다. 자신만만한 어감에서 자공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공자도 자공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자공의 당당함도 ..

삶의나침반 2017.08.16

논어[226]

자공이 물었다. "마을 사람이 다 좋아하면 어떻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것만으로는 안 되지." "마을 사람이 다 싫어하면 어떻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것만으로는 안 되지. 마을 사람 중에서 착한 사람이 좋아하고, 마을 사람 중에서 못된 자들이 싫어하는 것만 못하지." 子貢問 曰 鄕人皆好之 何如 子曰 未可也 鄕人皆惡之 何如 子曰 未可也 不如鄕人之善者好之 其不善者惡之 - 子路 19 누구나 다 칭찬하는 사람이 있다. 소위 호인(好人)이라 불린다. 이 사람에게도 응, 저 사람에게도 응, 이다. 두루뭉술하며 모난 데가 없다. 인간성이 좋다는 소리를 들을지는 몰라도 리더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일을 추진하는 데는 결단과 과감함이 필요하다. 비난을 겁내서는 안 된다. 공자의 이 말씀은 다른 사람의 평..

삶의나침반 2017.01.07

논어[223]

자공이 묻기를 "어떻게 하면 선비라고 할 수 있습니까?" 선생님 대답하시다. "제 몸을 가누는 데 염치를 알고, 외국으로 사신 가서 제 책임을 다할 수 있다면 가히 선비에 들 수 있지." "그 다음은 어떤가요?" "집안 사람들은 효성스럽다 하고, 마을 사람들은 공손하다 하면 되지." "그 다음은 어떤가요?" "말에 빈틈이 없고, 행동에 끝장을 보고야 마는 것은 딱딱한 것이라 하찮은 인물이지. 허지만 그 다음에나 간다고 해두자." "요즈음 행정가들은 어떻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흥, 조불조불한 사람들을 어찌 다 셀까?" 子貢問 曰 何如斯可爲之士矣 子曰 行己有恥 使於四方 不辱君命 可謂士矣 曰 敢問其次 曰 宗族稱孝焉 鄕黨稱弟焉 曰 敢問其次 曰 言必信 行必果 경경然 小人哉 抑亦可以爲次矣 曰 今之從政者何如..

삶의나침반 2016.12.21

논어[206]

자공이 벗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진심으로 타일러서 잘 인도하도록 하되 듣지 않거든 그만두어라. 모욕을 당하게 되도록까지 할 것은 없느니라." 子貢 問友 曰 忠告而善道之 不可則之 無自辱焉 - 顔淵 18 상당히 현실적인 조언이다. 꼭 친구만이 아니다. 모든 인간관계에 해당하는 말이다. 책임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 그걸 사랑이라 착각하기도 한다. 사랑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친구의 잘못을 지적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 발 물러서는 게 옳다. 다투게 되면 내가 옳고 네가 그르다는 것만 서로 고집하는 것이다. 결국 관계도 파탄 난다.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나을 때가 많다. 상대가 스스로 깨닫도록 기다려주는 것이다.

삶의나침반 2016.08.05

논어[195]

극자성이 말했다. "참된 인간은 바탕만이면 그만이지 문채는 무엇한담!" 자공이 말했다. "아차차! 선생의 인물론이야말로 네 필 말마차도 혀는 따르지 못하는 것을! 문채가 바탕이요 바탕이 문채라, 범의 가죽 바탕은 염소의 가죽 바탕과 같은 것인데...." 棘子成曰 君子質而已矣 何以文爲 子貢曰 惜乎 夫子之說君子也 駟不及舌 文猶質也 質猶文也 虎豹之곽 猶犬羊之곽 - 顔淵 7 형식[文]과 본질[質]에 관한 오래된 논쟁이다. '옹야(雍也)' 편에 나온 '문질빈빈(文質彬彬)'이라는 공자의 말에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형식을 강조하느냐, 본질을 강조하느냐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형식은 꾸미려고 해서는 안 된다. 본질이 자연스럽게 겉으로 배어나와서 형식을 이루어야 한다. 여기서는 자공의 비유가 눈에 ..

삶의나침반 2016.05.16

논어[184]

자고는 어릿어릿하고, 증삼은 고지식하고, 자장은 편벽하고, 자로는 거칠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안회는 그럴 듯하지. 항상 가난하지만..... 자공은 천명을 받지 않고도 재물을 모았고 억지라도 잘 맞았다." 柴也愚 參也魯 師也벽 由也언子曰 回也 其庶乎 屢空 賜 不受命 而貨殖焉 億則屢中 - 先進 13 우리와 달리 중국은 전통적으로 인물 품평이 일상화되어 있는 것 같다. 여기서는 제자의 단점을 지적한다. 공개적으로 이런 말 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다만 안회에 대해서는 부족한 점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안회의 가난을 보는 스승의 안타까운 심정이 비친다. 자공의 부에 대해서도 어감에서는 그다지 탐탁치 않아 하는 느낌을 받는다. 돈을 보는 공자의 태도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뭐든지 지나친 것은 ..

삶의나침반 2016.02.24

논어[182]

자공이 묻기를 "자장과 자하는 누가 더 잘났을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지근하다. "그러면 자장이 더 나은가요?" "지나친 것은 미지근한 것과 같다." 子貢問 師與商也 孰賢 子曰 師也過 商也不及 曰 然則師愈與 子曰 過猶不及 - 先進 11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나오는 대목이다. 자공은 그래도 지나친 게 낫지 않느냐고 재차 물어본다. 지나침이나 모자람이나 '균형[中]'에서 벗어난 상태다. 오히려 지나친 것이 큰 화근이 될 때가 많다. 현대 문명이 그렇다. 지나치고 넘쳐나는 게 만병의 근원이 된다. 결핍보다 과잉의 독소가 무섭다. 긴스버그의 시 '너무 많은 것들'이 생각난다. 너무 많은 공장 너무 많은 음식 너무 많은 맥주 너무 많은 담배 너무 많은 철학 너무 많은 주장 . . 너..

삶의나침반 2016.02.12

논어[173]

인격이 뛰어나기는 안연, 민자건, 염백우, 중궁이요. 말재주에는 재아, 자공이요. 정치가로는 염유, 계로요. 문학에는 자유, 자하다. 德行 顔淵 閔子騫 염伯牛 仲弓 言語 宰我 子貢 政事 염有 季路 文學 子游 子夏 - 先進 2 공자의 간단한 인물평이다. 우리와 달리 중국은 사람을 품평하는 게 일상화되어 있는 것 같다. 뒷담화가 아니라 공개적인 평가는 개인의 발전을 자극하는 측면에서 괜찮아 보인다. 여기 등장하는 열 명은 공문십철(孔門十哲)에 대부분 포함된다. 아마 공자가 이 말을 할 당시에는 제일 뛰어난 제자들이었을 것이다. 그중에서 셋을 고르라면 안연, 자공, 자로가 아닐까. 다시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안연이리라. 이 뒤에도 공자의 안회에 대한 칭찬은 계속 나온다.

삶의나침반 2015.12.14

논어[157]

자공이 말했다. "아름다운 구슬이 여기 있다면 궤 속에 감추어 둘까요? 좋은 장사치를 찾아서 팔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팔고말고! 팔고말고! 나는 장사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다." 子貢曰 有美玉於斯 온독而藏諸 求善賈而古諸 子曰 沽之哉 沽之哉 我待賈者也 - 子罕 11 자공의 비유도 멋있지만 공자의 대답도 솔직하다. 자공은 장사치를 '찾는' 적극적인 자세인데 비해 공자는 '기다린다'는 점이 다르다. 고향에 돌아와 은거하는 공자가 자공 눈에는 탐탁치 않았는지 모른다. 주유천하 하던 시절에 비하면 공자의 태도는 소극적이다. 공자 말년의 변화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공자는 초지일관 좋은 세상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교육 시킨 제자를 세상에 내보냄으로써 본인의 역할을 대신 하게 했다. 다만 스..

삶의나침반 2015.09.09

논어[79]

계강자가 묻기를 "중유에게는 정사를 맡겨도 좋을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유는 배짱이 있으니 정사를 맡겨도 문제가 없습니다." "사에게 정사를 맡겨도 좋을까요?" "사는 사리에 통달하니 정사를 맡겨도 문제가 없습니다." "구에게 정사를 맡겨도 좋을까요?" "구는 재주가 뛰어나니 정사를 맡겨도 문제가 없습니다." 季康子問 仲由可使從政也與 子曰 由也果 於從政乎何有 曰 賜也可使從政也與 曰 賜也達 於從政乎何有 曰 求也可使從政也與 曰 求也藝 於從政乎何有 - 雍也 5 여기에 등장하는 중유[자로], 사[자공], 구[염유]는 공자 문하생 중에서도 수제자에 속한다. 권력자인 계강자의 질문에 공자는 모두가 자질이 뛰어나니 정사를 맡겨도 충분하다고 대답한다. 공자의 말에는 각 제자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자로는..

삶의나침반 2014.04.21

논어[67]

자공이 말했다. "선생님께서 옛 글을 강론하시는 것은 언제나 들을 수 있지만, 인성이니 천도니 하는 따위는 좀처럼 들을 수가 없다." 子貢曰 夫子之文章 可得而聞也 夫子之言性與天道 不可得而聞也 - 公冶長 9 임어당은 에서 각 나라의 국민성을 나타내기 위해 만든 재미있는 수식을 소개하고 있다. 현실주의(Reality)는 R, 이상주의(Dream)는 D, 감수성(Sensibility)은 S, 유머(Humor)는 H로 나타내고, 각각을 화학기호처럼 1부터 4까지의 숫자로 표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영국은 R3D2S2H1, 프랑스는 R2D3S3H3, 미국은 R3D3S2H2, 독일은 R3D4S1H2, 일본은 R2D3S1H1 로 평가했다. 독일인은 감수성이 부족한 이상주의자이고, 일본인은 감수성이나 유머 감각에서..

삶의나침반 2014.01.30

논어[66]

자공이 말했다. "나는 남에게서 당하기 싫은 일은 나도 남에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야, 너도 하기 어려운 일이야!" 子貢曰 我不欲 人之加諸我也 吾亦欲無加諸人 子曰 賜也 非爾所及也 - 公冶長 8 아마 자공이 어떤 사람에게서 부당한 일을 당한 모양이다. 자신은 남에게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거라고 스승에게 말한다. 이때 공자의 대답은 분명하다. "사야, 그건 너도 어려운 일이야!" 남에게서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하지 않는 것, 모든 윤리와 종교의 핵심이다. 인류의 스승들은 하나같이 이 황금률을 강조했다. 예수는 좀 더 능동적으로 말했다. "여러분은 무엇이든지 사람들이 여러분을 위해 해 주기 바라는 것을 그대로 그들에게 해 주시오. 이것이 율법과 예언자들의 정신입니다."(마태..

삶의나침반 2014.01.25

논어[64]

선생님이 자공에게 말씀하시다. "너와 회와 누가 더 나을까?" 자공이 대답했다. "제가 어찌 회를 당하리까? 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압니다. 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알구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만 못하지. 나나 너나 그만 못하지!" 子謂子貢曰 女與回也 孰愈 對曰 賜也 何敢望回 回也 聞一以知十 賜也 聞一以知二 子曰 弗如也 吾與女弗如也 - 公冶長 6 스승의 짓궂은 질문이다. 안회가 가장 뛰어난 제자라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자공에게 다시금 확인시킨다. 자공은 공손하게 대답한다.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지만, 자신은 둘만 안다고 말한다. 겸손한 것 같지만 뭔가 가시가 들어 있는 듯하다. 하나를 들으면 하나를 알 뿐이라고 자신을 낮추는 게 보통이지 않은가. 그런데 자공은 스스로 ..

삶의나침반 2014.01.14

논어[59]

자공이 물었다. "저는 어떻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너는 그릇이다." "어떤 그릇일까요?" "호련 같은 보물이지." 子貢問曰 賜也何如 子曰 女器也 曰 何器也 曰 瑚璉也 - 公冶長 1 '공야장' 편은 인물에 대한 품평이 많이 나온다.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공자의 말을 듣고 자공도 스승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저는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스승의 대답은 간단했다. "너는 그릇이다[女器也]." 이 말로는 부족했던지 자공은 어떤 그릇이냐고 재차 물었다. 스승은 '호련(瑚璉)'이라고 답해준다. 호련(瑚璉)은 제사 때 쓰는 옥으로 장식한 그릇이다. 옛사람들이 제사를 중시한 걸 볼 때 호련은 일반 그릇과는 달리 귀한 물건이었음이 분명하다. 자공을 대하는 공자의 마음이 읽힌다. 공자..

삶의나침반 2013.12.01

논어[38]

자공이 초하룻날의 염소 희생을 그만두려고 한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야, 너는 염소가 아까우냐? 나는 보다 더 예법을 아낀다." 子貢欲去告朔之희羊 子曰 賜也 爾愛其羊 我愛其禮 - 八佾 11 매달 초하룻날마다 염소를 제물로 바치는 제사가 있었던 모양이다. 자공은 형식적인 염소 희생을 그만두려고 공자에게 여쭸는데 선생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너는 염소를 아끼지만, 나는 예를 아낀다[爾愛其羊 我愛其禮]." 염소의 값어치보다 예가 더 소중하다는 말이다. 설마 자공이 예를 무시해서 그런 제안을 했을까? 염소를 죽이지 않고도 예의 정신을 지킬 방법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자는 형식에 상당한 비중을 둔다. 제사 절차는 예의 본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함부로 바꿀 수 없다. 이 부분에서도 전통주의자, 보수주의자로서..

삶의나침반 2013.07.07

논어[19]

자공이 쓸모 있는 인간에 대해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행동이 앞서야 하며, 말이 그 뒤를 따라야 하느니라." 子貢問 君子 子曰 先行其言 而後從之 - 爲政 9 공자의 3대 제자라면 안회, 자로, 자공을 들 수 있다. 그중에서 자공(子貢, BC 520~456)은 언변과 외교 수완이 가장 뛰어난 제자였다. 또한, 이재에 밝아 사업으로 거부가 된 사람이었다. 자공은 의 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과 화식열전(貨殖列傳)에 동시에 나온다. 사마천은 자공을 "입담이 세고 언사가 교묘하다."[利言巧辭]라고 표현했다. 공자가 공자학당을 유지하거나 주유천하를 할 수 있었던 건 아마 자공의 도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질적 지원만이 아니라 자공을 통해서 각국의 권력자들을 소개받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자공은 인맥도 넓..

삶의나침반 2013.02.20

논어[9]

자공이 물었다. "가난 속에서도 아첨하지 않고 부유하더라도 교만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좋지. 그러나 가난 속에서 즐거워하며, 부자가 되어 예법을 좋아하는 것만은 못하지." 자공이 말했다. "옛 시에 '끊거니 다듬거니 쪼거니 갈거니' 하였는데 이를 두고 이른 말인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야, 인제 너하고 시를 이야기하게 되었구나. 한 마디를 일러준 즉 다음 것까지 아는구나." 子貢曰 貧而無諂 富而無驕何如 子曰 可也 未若貧而樂 富而好禮者也 子貢曰 詩云 如切如磋 如琢如磨 其斯之謂與 子曰 賜也 始可與言詩已矣 告諸往而知來者 - 學而 9 제자와 스승 사이의 아름다운 대화다. 묻고 답하는 가운데서 깨우치고 격려하는 사제의 정을 느낄 수 있다. 자공은 공자 제자 중에서도 제일 큰 부자였..

삶의나침반 2012.12.28

논어[6]

자금이 자공에게 물었다. "우리 선생님은 어느 나라를 가시든지 기어코 정치에 참여하시니, 그처럼 바라시기 때문인가? 그렇잖으면 그들이 부탁하기 때문인가?" 자공이 대답했다. "우리 선생님은 부드럽고 착하고 공손하고 검박하시므로 사양하시되 절로 그렇게 되는 거야! 우리 선생님의 방법은 남들이 하는 것과는 아주 다르단 말이야!" 子禽問於子貢曰 夫子至於是邦也 必聞其政 求之與 抑與之與 子貢曰 夫子溫良恭儉讓以得之 夫子之求之也 其諸異乎 人之求之與 - 學而 6 공자학당 안에서도 공자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제자도 있었던 것 같다. 자금이 자공에게 한 질문에서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공자를 변호하는 자공의 답변은 선생님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온화[溫], 선량[良], 공손[恭],..

삶의나침반 2012.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