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15

사기막골에서 오르다

남한산성에 난 길은 대부분 걸어보았으나 성남의 사기막골에서 오르는 코스는 이번이 초행이었다.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발길이 멀어졌다. 이번에는 작심하고 찾아갔다. 버스에서 내리면 황송공원을 지나 사기막골근린공원에서 산에 들게 된다. 산은 춘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사기막골에서 오른 목적은 남한산성의 얼레지를 보기 위해서였다. 얼레지가 나타나기 전에 만개한 진달래가 먼저 반겨주었다. 검단산 부근에서 시들기 시작하는 얼레지를 만났다. 며칠만 늦었어도 얼레지를 보지 못하고 올해를 넘길 뻔했다. 제비꽃 종류로는 태백제비꽃(?)이 많았다. 꽃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니 꽃 이름 불러주는 것도 자신이 없다. 사기막골에서 검단산까지 올라 얼레지를 보고 뒤돌아나와 망덕산을 거쳐 이배재까지 걸었다. 이배재터널이 ..

사진속일상 2024.04.09

뒷산 진달래(2024)

뒷산에도 진달래가 활짝 폈다. 진달래가 폈다는 것은 봄이 곁에까지 다가왔다는 신호다. 매화나 산수유가 봄을 알려주기는 하지만 체감할 정도는 아니고, 진달래가 펴야 제대로 봄이 온 것 같다. 이제 다음 차례은 벚꽃이다. 벚꽃이 만개하면 농익은 봄이 기다린다. 햇살 좋은 일요일 오전에 진달래를 감상하며 뒷산길을 걸었다. 이른 봄철 뒷산에는 산길을 따라 진달래가 곱게 핀다. 아직 산은 겨울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분홍색 진달래는 나무들에게 어서 빨리 잠에서 깨어나라고 재촉하는 것 같다. 진달래를 보면 철없이 뛰놀던 소년 시절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그때 고향 뒷산에도 봄이 찾아오면 진달래가 피어났다. 온 산을 돌아다니다가 허기가 지면 진달래꽃을 따먹으며 다시 내달렸다. 진달래 앞에서 셀카를 찍었다. 이런 게 둔갑술..

꽃들의향기 2024.03.31

예빈산에 오르다

팔당의 예빈산(禮賓山)은 예봉산과 마주 보고 있다. 직녀봉과 견우봉의 두 봉으로 되어 있는데, 주봉인 직녀봉의 높이가 590m다. 예전 같으면 예봉산과 예빈산을 연계해서 걸었을 텐데 이젠 하나만 고른다. 일흔이 넘으니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 분수를 알아야지 욕심 내고 무리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래도 이만한 게 어딘데, 하며 스스로 대견해한다. 와부제4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곡을 따라 산에 든다. 계곡은 예봉산과 예빈산을 가르는 경계다. 입구에서부터 여러 봄꽃들이 반겨준다. 예봉산은 꽃이 많이 피는 산이다. 꽃을 살피느라 발걸음은 느리다. 예빈산 정상부에는 아직 진달래가 한창이다. 북쪽으로 예봉산의 강우 관측 레이더가 보인다. 디지털 30배로 레이더를 당겨 보았다. 화면 가득 담기지만 ..

사진속일상 2022.04.20

아내와 봄길 드라이브

아내와 봄길 드라이브에 나섰다. 우선 벚꽃을 보기 위해 집에서 멀지 않은 남종면의 한강변 벚꽃길로 향했다. 그러나 초입인 분원리로 진입하는 길이 막혔다. 우리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한둘이 아닌가 보다. 대타로 경안천습지생태공원으로 방향을 돌렸다. 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올라가는 초여름 날씨였다. 서울은 벚꽃이 지지만 여기는 이제 한창이다. 서울 사람들이 올해의 마지막 벚꽃을 보기 위해 이곳으로 찾아온다. 점심은 천서리에서 막국수로 맛나게 먹었다. 수육을 첨가했다. 외식은 꼭 두 달만이다. 이젠 코로나의 기세가 꺾였으니 조금은 자유롭게 행동해도 될 것 같다. 식당은 평일인데도 사람으로 가득하고 대기표를 뽑아야 했다. 식당 안에서도 술 마시고 떠들며 거침이 없다. 나는 자꾸 몸이 움츠러들었다. 식사 후에..

사진속일상 2022.04.12

원미산 진달래(22/4/5)

소문으로만 들었던 부천의 원미산 진달래 구경을 갔다. 꽃친구 Y와 함께였다. 원미산 진달래는 이제 만개 상태에 들어갔다. 이번 주말과 다음주까지는 절정을 이룰 것 같다. 두 시간 정도 눈 호강을 실컷 했다. 분홍 물결을 너무 타서 멀미가 날 정도였다. 진달래는 역시 군락을 이루어야 더 아름답다. 여러 가지로 심란한 2022년의 봄이지만 꽃 속에 묻혀 있는 동안에는 행복했다.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더라고, 연초록 잎사귀들이 얼마나 보기 좋은지 가만히 있어도 연초록 물이 들 것 같더라고, 남편은 원미산을 다녀와서 한껏, 봄소식을 전하는 중이었다. 원미동 어디서나 쳐다볼 수 있는 길다란 능선들 모두가 원미산이었다. 창으로 내다보아도 얼룩진 붉은 꽃무더기가 금방 눈에 띄었다." 을 쓴 양귀자의 소설에 나오는..

꽃들의향기 2022.04.05

진달래 활짝 핀 뒷산

뒷산에 진달래가 활짝 폈다. 봄이 찾아오는 속도도 세월이 흐르는 것만큼 빠르다. 뒷산은 꽃이 적은 편인데 그나마 봄 진달래가 제일 볼 만하다. 진달래 때문인지 평상시보다 산에 드는 사람도 많아졌다. 진달래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가족의 모습이 보기 좋다. 뒷산에서 제일 먼지 피는 꽃은 생강나무다. 생강나무꽃의 노란색과 진달래의 분홍색이 이맘 때면 잘 어울린다. 산자락에 있는 매화도 만개해 있고, 목련도 꽃을 열기 시작했다. 산 어귀에는 현호색도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니 뒷산도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다. 봄이 되니 새들의 노랫소리가 다양해지고 볼륨도 높아졌는데 눈에는 잘 띄지 않는다. 멀리서 박새, 곤줄박이, 딱따구리, 직박구리를 봤는데 그중에서는 박새가 제일 많다. 산을 내려오니 역시 참새들 세상이..

사진속일상 2021.03.26

뒷산 진달래(2020)

뒷산에 진달래가 만개했다. 진달래를 보니 산과 들판으로 천방지축 뛰놀던 유년 시절이 생각난다. 집에서 보면 뒷산은 봄이면 진달래로 발갛게 물들었다. 소나무가 듬성듬성 있고 진달래가 많은 민둥산이었다. 뛰놀다가 출출해지면 꽃잎을 따먹었다. 소나무에 물기가 돌면 가지를 꺾어 속살을 씹어먹기도 했다. 그런 것이 군것질거리가 된 어린 시절이었다. 그때는 진달래를 참꽃이라고 했다. 철쭉이 진달래였다. 훗날 서울에 와서야 이름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다. 고치는 데 한참 걸렸다. 뇌리에 새겨진 각인이 깊은지 진달래보다는 참꽃이라고 해야 유년의 봄이 쉽게 다가온다. 참꽃 뒤에서 옛 동무가 까꿍, 하면서 뛰쳐나올 것만 같은 산길이었다.

꽃들의향기 2020.03.27

천마산 봄꽃

어느 때 찾아도 실망하지 않는 천마산의 봄이다. 이번에는 신현회원 세 명과 동행했다. 봄꽃을 보러 천마산을 찾은 건 7년 만이다. 남양주시 호평동에서 천마의 집을 지나 팔현계곡 상류까지 올라가는 코스가 꽃 산행길이다. 초입의 점현호색을 필두로 다양한 종류의 꽃을 볼 수 있다. 오랜만에 꽃 호사를 누렸다. 이번 산행에서는 노랑미치광이풀 꽃을 보여주겠다는 분을 만났다. 미치광이풀 꽃은 대부분이 자주색인데 노란색 꽃은 희귀종이라고 한다. 길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서 나는 포기했고, 일행 중 한 사람이 따라가서 결국 사진을 찍어 왔다. 결과물을 보니 번거로웠어도 따라가 볼 걸 싶었다. 이번 길에서는 약 20종 가까운 꽃을 만났다. 그중 일부를 사진으로 남겼다. 점현호색, 현호색, 큰괭이밥, 얼레지, 만주바람..

꽃들의향기 2018.04.03

영릉 진달래(2)

'하는 일 없이 바쁘다'는 변명이 올해에 꼭 들어맞는 말이다. 별로 한 일도 없으면서 꽃구경 하려 바깥 나들이 한 번 제대로 못했다. 꽃이 가장 한창일 때 감기로 한 열흘 꼼짝 못 한 게 컸다. 그래도 진달래는 봐야지, 하고 가까운 영릉으로 나갔다. 4월 하순에 들었으니 진달래는 이미 색깔이 바래지고 있었다. 무엇이건 절정을 지나 내리막길에 들어서면 힘이 떨어지는 법이다. 꽃이 내뿜는 기운도 마찬가지다. 이즈음의 진달래에서는 생명의 약동을 느끼지 못한다. 어린 시절에 동네 뒷산을 뛰어다니며 진달래를 따먹던 기억이 되살아나기도 힘겹다. 노인들이 삼삼오오 산길을 걸으며 지리한 인생을 한탄할 때, 진달래 역시 꽃잎을 떨어뜨릴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꽃들의향기 2017.04.21

뒷산 진달래

뒷산의 진달래가 활짝 폈다. 옛날에 산을 쏘다니며 놀다가 배가 출출해지면 한 움큼씩 따먹던 꽃이다. 그때는 참꽃이라 불렀다. 어느덧 50년 전 일이다. 진달래는 봄이 오면 제일 먼저 산을 붉게 물들인다. 아직 나무의 초록잎이 나오기 전이다. 고운 색감이지만 화려하지는 않다. 오히려 슬픔과 처연한 감상이 묻어 있는 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민족의 성정과 닮았다. 가장 한국적인 꽃을 고르라면 진달래가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이오덕 선생이 '진달래'를 쓴 때는 1950년대 중반이었다. 막 전쟁이 끝난 힘들고 고달팠던 시대였다. 헐벗은 강산에 어김없이 피어나는 진달래를 보며 선생은 가날픈 희망이나마 붙잡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 진달래가 한창인 산길을 걸었다. 이즈러진 초가집들이 깔려 있는 골짝이면 나뭇군의 ..

꽃들의향기 2015.04.10

영릉 진달래

4월 봄날씨가 여간 험하지 않다. 꽃 개화 시기가 들쑥날쑥이다. 이제 서울을 비롯한 중부 지방에도 진달래가 한창이다. 세종대왕릉인 여주 영릉(英陵)을 둘러싸고 있는 산도 마찬가지다. 영릉의 진달래 구경도 괜찮다. 찾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호젓해서 좋다. 이곳은 지금도 계획적으로 진달래를 계속 심고 있다. 얕은 야산 한쪽 면이 온통 진달래 밭인데 오는 30일까지만 특별 개방한다. 진달래 군락을 감상하며 가볍게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다.

꽃들의향기 2013.04.19

앞산 진달래

진달래는 수줍어하는 고운 새색시 같은 꽃이다. 야산에 군데군데 피어 있는 연분홍 진달래꽃의 이미지가 그렇다. 어느 누가 진달래에다 슬픈 한의 전설을 덧붙였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만나는 진달래는 그렇지 않다. 어린 시절 산에서 뛰놀다 허기를 채워주던 진달래는 얼마나 고마운 꽃이었던가. 그때 우리는 이 꽃을 참꽃이라 불렀다. 결코 어두운 느낌의 꽃이 아니다. 앞산을 산책하다가 진달래를 만났다. 진달래는마을 옆 작은 산에 듬성듬성 피어 있어야 제맛이 난다. 영취산이나 고려산 같이 산 전체가 온통 진달래로 뒤덮인 곳은 멋진 볼거리를 제공할지는 몰라도 내 추억 속의 진달래는 아니다. 아직 나뭇잎이 나오지 않은 산에서 홀로 피어나 봄소식을 알리는 꽃, 선명히 드러나지만 부끄러운 듯 나무 사이에 숨어 있는 진달래야말로..

꽃들의향기 2012.04.12

고려산 진달래

전 직장 동료들과 고려산 진달래를 보러 갔다. 평일이고 날씨가 좋지 않은데도 백련사로 오르는 길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차량을 통제했기 때문에 밑에서부터 걸어올라가야 된 것이 4년 전과 달랐다. 주차장에서 진달래 군락지까지는 1시간이 넘게 걸린다. 힘들다고 처음에는 투덜거렸는데 잘 결정한 것 같다. 안 그랬다면 사람과 차로 뒤엉켜 길은 더 북새통이 되었을 것이다. 아직 정상부의 진달래는 만개하지 않았다. 날씨마저 칙칙하여 꽃색이 살아나지 않아 감흥이 덜 했다. 그래도 수도권에서는 이만한 꽃구경 장소가 없다. 동료들은 진달래를 보러 간다니까 가볍게 생각하고 평상복으로 왔다. 436 m, 고려산 꼭대기까지 다녀오느라 내색은 못하고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마음이 소란한 채봄이 흘러가고 있다. 비틀비틀 흔들리는 ..

꽃들의향기 2011.04.26

고려산 진달래

고려산(436m)은 강화도에 있는 산이다. 고구려와 관계된 전설이 있어 최근에 부는 고구려 열풍을 따라 주목을 받고 있다. 고구려 장수왕 때에 천축국 스님이 고려산에 올라 다섯 색이 연꽃이 피어 있는 오련지를 발견하고 다섯 송이의 연꽃을 날려 그 연꽃이 떨어진 곳에 적, 백, 청, 황, 흑련사로 이름 붙인 절을 세웠다고 한다. 지금도 적련사(적석사), 청련사, 백련사가 산의 서, 남, 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고려산은 적당한 높이에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산이다. 아직 걸어보지는 못했지만 동서로 이어진 능선길이 참 좋을 것 같다. 고려산은 뭐니뭐니해도 봄의 진달래로 유명하다. 고려산의 진달래가 부르는 소리에 노심초사하다가 드디어 어제 오후에 시간을 내어 찾아갔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몰리는 사람들로 인..

꽃들의향기 2007.04.20

진달래

산의 꽃 진달래 산마다 피는 꽃 우리 나란 산의 나라 진달래 피는 나라 봄이면 남북 강산에 이어 피는 진달래 저 산에 접동새 우네 접동새 우면 진달래 피네 바위 틈 모래흙이 거칠어도 매말라도 웃으며 봄 앞장서서 먼저 피는 진달래 진달래 꽃잎 따다 전 지지고 시도 짓고 목동들 나무꾼들 입에 물고 등에 꽂고 마을로 봄바람 따라 내려오는 진달래 - 이은상 진달래는 우리 나라의 꽃이다.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한국의 봄을 연상할 때 아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꽃이 진달래와 개나리가 아닐까 한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뒷산에는 분홍빛 진달래꽃이 피고, 마을길을 따라서는 노란 개나리가 환하게 피어난 시골 마을의 정경이 한국의 전형적인 봄 풍경일..

꽃들의향기 2004.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