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창덕궁 홍매가 절정인 때는 보지 못했다. 늘 조금씩 시기가 틀어졌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름은 홍매(紅梅)인데 지금은 때가 지나 탁해진 살구색이다. 밑에 있는 화사한 연분홍 진달래 색깔에 치인다. 그래도 나름의 기품이 있다. 꼭 절정만 고집할 필요가 있겠는가. 빠르면 빠른대로, 늦으면 늦은대로 그 시기의 매력이 있는 법이다. 사람 또한 다르지 않으리라. 창덕궁 삼삼와(三三窩) 앞에 있는 이 매화는 겹꽃이다. 그래서 별칭이 만첩홍매(萬疊紅梅)다. 내년이 될지,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너의 가장 화려한 반짝임을 볼 수 있는 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