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7

시드는 창덕궁 홍매

아직까지 창덕궁 홍매가 절정인 때는 보지 못했다. 늘 조금씩 시기가 틀어졌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름은 홍매(紅梅)인데 지금은 때가 지나 탁해진 살구색이다. 밑에 있는 화사한 연분홍 진달래 색깔에 치인다. 그래도 나름의 기품이 있다. 꼭 절정만 고집할 필요가 있겠는가. 빠르면 빠른대로, 늦으면 늦은대로 그 시기의 매력이 있는 법이다. 사람 또한 다르지 않으리라. 창덕궁 삼삼와(三三窩) 앞에 있는 이 매화는 겹꽃이다. 그래서 별칭이 만첩홍매(萬疊紅梅)다. 내년이 될지,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너의 가장 화려한 반짝임을 볼 수 있는 때가.

꽃들의향기 2022.04.08

손주와 창덕궁 나들이

9개월 된 외손주를 데리고 창덕궁에 나들이를 다녀왔다. 아이와 함께한 첫 외출이었다. 어느새 유모차를 따라가는 할아버지가 되다니, 내 자식이 유모차에 앉아 있었을 때가 자꾸 생각났다. 손주는 이제 막 길려고 한다. 팔과 무릎으로 버티기는 하는데 아직 앞으로 나가지는 못한다. 아이가 크는 걸 보면 무척 빠르다. 그래도 저걸 언제 키워서 사람으로 만들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창덕궁은 전과 달리 자유 입장이었지만, 후원은 여전히 가이드 인솔하에만 관람이 가능했다. 후원을 자유롭게 다니는 특별 관람이 없어져 아쉬웠다. 우리는 애련지까지만 따라갔다가 되돌아 나왔다. 그런데 후원에서는 통제가 너무 심해 마음 놓고 의자에 앉아 쉬지도 못했다. 잘 보전이 되어야 하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창덕궁은 조선 시대..

사진속일상 2013.09.06

창덕궁 뽕나무

농상(農桑)이라는 말이 있듯 옛날에는 농사 짓는 일과 누에 치는 일이야말로 무척 소중했다. 둘 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용품인 먹을거리와 입을거리를 생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에치기는 요사이로 말하면 섬유산업에 해당된다. 그래서 궁궐에서 뽕나무를 만나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창덕궁에는 수령이 400 년 된 뽕나무가 있다. 높이가 12 m, 둘레가 2.3 m에 이르는데 이만한 뽕나무는 궁궐에 있는 것으로는 가장 크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예전에는 창덕궁에 거의 천여 주의 뽕나무가 심어져 있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양잠을 장려하기 위해서 행한 행사가 친잠례(親蠶禮)인데, 궁에서는 왕비가 직접 뽕잎을 따고 누에에게 먹이는과정을 시연했다. 백성들에게 시범을 보이기 위한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창덕궁에 남..

천년의나무 2007.11.22

창덕궁 향나무

창덕궁 서편에 천연기념물 194호로 지정된 향나무가 있다. 궁궐이나 사찰에서는 이런 오래된 향나무를 볼 수 있는데, 강한 향기를 가지고 있는 향나무가 귀하게 취급 받은의미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실용적으로도 제례용으로 쓰이는 향을 충당하기도 했을것이다. 옆에 있는 선원전(璿源殿)이 역대 임금을 위한 제례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 향나무는 수령이 750년으로 추정하며, 높이는 12m, 줄기 둘레는 6m에 이르는 우람한 나무다. 마침 옆을 지나던 외국인이 "Oh, my God!" 하며 감탄을 하며 다가왔다. 향나무 특유의 용트림 하듯 가지가 뒤틀린 모습 하며, 이 향나무의 우람하고 당당한 밑줄기는 그런 감탄사가 충분히 나올 만하다. 비록 무거워진 몸을 철제 기둥에 의지하고는 있지만 노거수의 위용 ..

천년의나무 2007.11.17

창덕궁 다래나무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청산별곡은 일부 외우지만 그러나 부끄럽게도 실제머루와 다래를 구별하지는 못한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머루, 다래를 잘 모른다. 나에게는 산에서 그 열매를 따먹고 논 기억이 별로없다. 창덕궁에는 엄청나게 크고 오래된 다래나무가 있다. 안내문에 보면 수령이 650년이 되었고, 굵은 줄기 둘레가 72cm에 길이가 20여 m에 이른다고 적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다래나무다. 그리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다래나무는 이것이 유일하다. 3층 높이에 해당되는 인공적인 구조물을 휘감고 있는데, 원뿌리가 어딘지 모를 정도로 이리저리 뒤엉켜 있어 장관이다. 마치 거대한 아나콘다를 보는 것 같다. 이 머루나무는 창덕궁 건축 ..

천년의나무 2007.11.16

창덕궁의 가을

'창덕궁은 동아시아 궁궐 건축사에 있어 비정형적 조형미를 간직한 대표적인 궁으로 주변 자연환경과 완벽한 조화와 배치가 탁월한 점에서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이 글은 창덕궁을 설명하는 팸플릿의 맨처음에 나오는내용이다. 창덕궁에 들어갈 때마다 그런 점에서 무척 고맙게 생각된다. 틀에 박힌 정형적인 궁궐이 아니라 주변 자연환경과 잘 조화를 이룬, 인공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궁궐이라는 점에서창덕궁은 늘 신선한 느낌을 준다. 창덕궁의 가을을 보고 싶어하는 아내를 위해 자유관람일을 택해 함께 창덕궁 나들이를 했다. 아내는 창덕궁이 첫걸음이었고, 나는 그동안 안내인을 따라 했던 관람에서 보지 못했던 천연기념물 나무들을 만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아내는 음성 안내기를 빌려서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

사진속일상 2007.11.08

창덕궁의 늦단풍

창덕궁에 갔다가 뜻밖에도 아직 남아있는 단풍을 만났다. 가는 가을이 아쉬운 듯 후원으로 넘어가는 길을 따라 진홍빛 단풍들이 올해의 마지막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창덕궁은 경복궁에 비해서 조용하고 여성적인 느낌이 든다. 특히 궁궐의 정원으로 조성된 후원은 뒷산의 자연 환경을 그대로 이용해서 만들어 그 안에 들면 엄마 품처럼 포근하다. 단풍나무길을 걸어가는 한 가족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후원에 있는 부용정(芙蓉亭)이다. 임금이 산책하다가 쉬는 장소였다는데 이곳에서 낚시를 하기고 했다 한다. 정자 모양이아담하고 예쁘다. 자연 속에서 크게 드러나지 않으려 한 선조들의 지혜가 느껴진다. 산기슭의 낙엽이 오색 색종이를 뿌려놓은듯 다채롭다. 인정전(仁政殿). 편액에 쓰여있는대로 정말로 인정(仁政)이 실천되..

사진속일상 2004.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