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나무 그늘 몇 평 받으려고 언덕길을 오르던 늙은 아내가 깊은 한숨을 몰아쉬며 업어달라 조른다 합환수 가지 끝을 보다 신혼의 첫밤을 기억해낸 늙은 남편이 마지못해 업는다 나무 그늘보다 몇 평이나 뚱뚱해져선 나, 생각보다 무겁지? 한다 그럼, 무겁지 머리는 돌이지 얼굴은 철판이지 간은 부었지 그러니 무거울 수밖에 굵은 주름이 나이테보다 깊어 보였다 굴참나무 열매 몇 되 얻으려고 언덕길을 오르던 늙은 남편이 깊은 한숨을 몰아쉬며 업어달라 조른다. 열매 가득한 나무 끝을 보다 자식농사 풍성하던 그날을 기억해낸 늙은 아내가 마지못해 업는다 나무 열매보다 몇 알이나 작아져선 나, 생각보다 가볍지? 한다 머리는 비었지 허파엔 바람 들어갔지 양심없지 그러니 가벼울 수밖에 두 눈이 바람 잘 날 없는 가지처럼 더 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