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16

양평 청계산에 오르다

'로쿠스 솔루스(Locus Solus)'라는 말이 있다. 라틴어인데 우리말로 풀면 '외딴곳' '은밀한 장소' 쯤 된다. 사람들에게서 떨어진 나만의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이다. 뒷산에 오를 때면 앉아서 쉬는 장소가 있는데, 나에게는 그곳이 '로쿠스 솔루스'다. 더 넓게 해석하면 산 자체가 '로쿠스 솔루스'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은 양평에 있는 청계산을 찾았다. 국수리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걷기 좋은 숲길이 이어지다가 형제봉에 오를 때에 거친 숨을 쉬어야 한다. 형제봉은 청계산에 오르는 중간 지점에 있다. 형제봉에서는 아래로 남한강이 내려다 보인다. 새로 건설되는 도로는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다. 미세먼지가 있어 시야가 좋지 못했다. 소나무 위에 플라스틱 동물 모형을 올려 놓은 사람은 누구일까? 산에 오는 손주..

사진속일상 2023.03.22

옛골에서 청계산 한 바퀴

잠시 한 눈 판 사이에 청계산으로 빠지는 길을 지나쳐 제2경인고속도로로 들어가 버렸다. 그래서 다시 돌아오는 데 30km나 헛바퀴를 돌렸다. 나이가 드니 총기가 떨어진 탓이다. 청계산 옛골에서도 원래 생각한 코스의 입구를 찾지 못하고 마을 끝까지 올라가는 바람에 엉뚱하게 계곡길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 길은 급경사의 긴 계단이 호흡을 가쁘게 했다. 능선에 올라서서야 시원한 바람이 고된 걸음의 보상이 되어 주었다. 이수봉, 석기봉을 지나 망경대로 가는 길은 평탄했다. 망경대를 오르려고 하다가 너무 경사가 가팔라 우회길로 돌았다. 청계산은 여러 차례 왔으나 꽤 오래전이라 길이 눈에 익은 듯 낯설다. 잘못 들어 되돌아 나오기도 한 차례 했다. 길은 성남누비길과 겹친다. 성남누비길 일곱 구간 중에 여기가 제일 난..

사진속일상 2021.09.23

청계산길을 걷다

가을이 깊어가는 날, 탁구 모임에서 청계산을 걸었다. 아직 탁구장에 들어가기는 무리이고,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월 1회 모임이 당분간은 야외 걷기로 계속해야 할 것 같다. 다섯 명이 청계산입구역에서 10시에 모여 원터골로 올라갔다. 평일이지만 서울에 붙어 있는 산이라 사람들이 많은 편이었다. 대부분 산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우리는 마스크를 벗고 떠들며 올라가다 다른 사람한테 주의를 듣기도 했다. 그 뒤부터는 얘기도 소곤소곤 나누었다. 참나무가 많은 청계산 단풍의 주색은 노랑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한 맛이 있다. 옥녀봉능선을 걷는 산길은 포근하고 편안했다. 양재화물터미널로 내려오는데 두 시간 반이 걸렸다. 산길 걷기를 마치고 양재역사거리로 나와 뒷시간을 가졌다. 여러 차례 선전했던 양재닭집의 치킨..

사진속일상 2020.10.23

누비길 대신 청계산

누비길 5, 6구간은 생략하고 대신 청계산에 올랐다. 5, 6구간은 구간 길이나 교통편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용두회에서는 그동안 가벼운 산길만 걷다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산행을 했다. 원터골에서 진달래능선으로 올라가 매봉, 망경대, 이수봉을 지나 옛골로 내려갈 계획이었으나 다들 힘들어 해서 혈읍재에서 내려가는 단축 코스를 택했다. 평상시에 산을 다니지 않으니 오백 미터급도 벅찬 건 당연하다. 이 코스도 네 시간이 걸렸다. 산에 게을러진 건 나도 마찬가지다. 올해처럼 산과 멀어진 적도 없다. 기록을 보니 올 등산이 네 차례밖에 안 된다. 내색을 안 했을 뿐이지 이젠 청계산도 벅차다. 다리 근육도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하는 법이다. 좀 더 부지런해지자고 다짐한다.

사진속일상 2018.11.13

청계산 옥녀봉

청계산 옥녀봉에서 북능선을 따라 양재화물터미널까지 이어지는 산길을 걸었다. 용두회 다섯 명이 함께 했다. 잔뜩 흐렸고 다행히 잠깐만 우산을 쓰면 된 날이었다. 산길 길이는 5km 정도 될까, 두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옥녀봉은 해발 375m의 낮으막한 봉우리다. 여기서는 북서 방향의 전망이 트였다. 발 아래가 과천이고 그 너머에 서울 도심이 보인다. 옥녀봉 정도면 실버 코스로 적당하다. 길을 걸은 뒤에는 양재통닭에서 치킨과 생맥주로 목을 축이고 인근 당구장에서 게임을 한다. 무슨 공놀이든 시합에 들어가면 양보가 없다. 도토리 키재기 실력이지만 사뭇 진지해진다. 그래서 재미있다. 요사이 당구장은 노인 세상이다. 한때는 고딩들이 독차지할 때도 있었는데 이젠 보기 어렵다. 당구는 80이 되어도 즐길 수 있는..

사진속일상 2017.09.06

청계산 한 바퀴

서울대공원을 중심으로 청계산을 한 바퀴 도는 길을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는데 오늘에야 실천에 옮겼다. 시간을 넉넉히 잡기 위해 일찍 집에서 출발해서 대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반시계방향으로 돌았다. 그저께부터 장마가 시작되어 이곳저곳에 소나기를 뿌리고 있다. 등산로에도 물이 흐른 자국이 나 있다. 습도가 높아 시야가 흐리고 끈적끈적한 날씨다. 등산하기에 좋은 철은 아니다. 계곡에서는 산모기도 많이 덤벼든다. 계획했던 코스에서 두 번이나 엇박자가 났다. 한 번은 망경대 전에서 왼쪽으로 가야 했는데 오른쪽 우회로로 접어들었다. 다행히 곧 합류되었다. 그러나 대공원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갈림길을 지나쳐서 통제된 길로 내려갔다. 덕분에 직원한테서 주의를 듣고 현대미술관 쪽으로 안내를 받았다. 그곳은 치유 숲 프..

사진속일상 2017.06.27

청계산 봄꽃

산에서 봄꽃을 만나기 위해 계곡을 헤매다 보면 어릴 때 소풍 가서 보물찾기하던 때가 생각난다. 눈썰미 좋은 아이는 잘도 찾는데 나는 허탕일 때가 많았다. 하나가 여러 장을 챙기면 다른 아이는 빈손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꽃보기에는 경쟁이 없다. 모두가 함께 누리는 즐거움이다. 청계산 옛골을 찾았다. 이맘 때면 노루귀, 복수초, 꿩의바람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올해는 꽃의 개체수나 상태에서 예년에 비해 초라했다. 꽃 색깔에도 생기가 덜 했다. 아마 가뭄 탓이 아닌가 싶다. 아니면 꽃때를 잘 못 맞췄는지도 모르겠다. 생동하는 봄을 느끼기에는 뭔가 미흡했다. 노루귀. 복수초. 꿩의바람꽃. 앉은부채. 산수유.

꽃들의향기 2015.03.27

원터골에서 양재까지 걷다

양재에서 저녁 모임이 있는 날, 청계산을 거쳐서 가기로 하고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날이었다. 그러나 기분은 우울했다. 너무 맑은 날씨가 가슴 속에 잠들어 있던 그 아이를 깨운 지도 몰랐다. 청계산은 휴일이면 등산객으로 북적대는 산이다. 다행히 정오 즈음의 시간이라 사람들의 소란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사람이 적을 길을 골라 걸었다. 산길을 걸으면서 안스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세상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느껴졌다. 산다는 게 꼭 난해한 고등수학 문제를 푸는 것 같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마주하고 끙끙 씨름하는 안타까움, 우리는 모두 애당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받아든 수험생인지도 모른다. 누구는 쉽게 풀었다고 큰소리치지만, 오답을 내놓고 ..

사진속일상 2014.10.06

청계산에서 봄꽃과 놀다

산에 들어 꽃과 놀 때가 제일 행복하다. 꽃을 찾고 사진을 찍는 행위에 온전히 몰입하는 시간이다. 잡념이 들어올 여지가 없다. 깊은 명상에 들었을 때와 비슷하다. 사람의 마음은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에 집중하고 몰입할 때 맑고 투명해진다. 오늘은 청계산 옛골에 들었다. 골짜기에는 환상적일 정도의 아름다운 화원이 펼쳐져 있었다. 꿩의바람꽃, 노루귀, 복수초는 원 없이 만났다. 가까운 곳에 이런 야생의 꽃밭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기쁨이고 행복이다. 꿩의바람꽃 노루귀 복수초 현호색

꽃들의향기 2014.03.25

청계산 북쪽 능선을 걷다

용두회에서 전철 신분당선을 이용해 청계산에 올랐다. 청계산입구역에서 만나 산에 오른 뒤 북쪽 능선을 타고 양재화물터미널로 내려가 양재시민의숲역까지 이어진 산행이었다. 여름방학을 마치고 석 달 만에 만났다. 용두회 산행은 회원들 체력 관계로 짧고 쉬운 코스를 택한다. 이번에도 정상까지 오르지는 않고 산의 한쪽 면만 걷는 길이었다. 원터골에서 진달래능선을 따라 옥녀봉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경로였는데 두 시간이면 될 길이 세 시간이나 걸렸다. 어제까지는 맑은 가을 날씨였는데 오늘은 구름이 잔뜩 끼고 간간이 비도 뿌렸다. 바람도 차게 느껴졌다. 용두회 산행은 각자 준비해 오는 간식거리가 즐겁다. 특히 M 형의 도시락은 소녀가 갖고 온 것처럼 이것저것 오밀조밀해서 늘 감탄한다. 양재동 원주추어탕에서 늦은 점심을 하..

사진속일상 2013.09.28

청계산의 봄꽃 삼총사

청계산 바람골에서 숨어 있는 꽃밭을 발견했다. 꿩의바람꽃, 복수초, 노루귀가 어우러져 피어 있는 작은 화원이었다. 이렇게 여러 송이가 다양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은 청계산에서도 보기 드물다. 원래바람골에는 앉은부채와 꿩의바람꽃이 많다. 그러나 복수초와 노루귀 보기는 가뭄에 콩 나듯 했다. 가슴이 쿵쾅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른 봄꽃 사진 찍기가 어렵다는 걸 다시 실감했다. 특히 배경 정리가 난감하다. 바닥에 깔린 낙엽이 너무 시선을 어지럽힌다. 일부의 사람들이 사진을 찍을 때 낙엽을 걷어내는 이유를 이해할 것도 같다. 현장에서 느낀 아름다움과 감동의 십 분의 일이라도 제대로 담아내고 싶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잘 안 된다. 우리의 비밀 화원을 내년에도 다시 찾기로 하고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사진 공..

꽃들의향기 2011.04.02

청계산을 넘다

늦더위 기세가 거세다. 전국이 폭염주의보와 경보의 빨간색으로 덮였다. 이럴 때는 집안에 있기보다는 차라리 산에 드는 게 낫다. 베낭을 챙겨 아내와 청계산을 찾았다. 처음에는 산자락을 도는 산림욕로를 걸을 예정이었으나 입구에서 생각이 달라졌다. 이왕이면 청계산을 조금이라도 올라보기로 한 것이다.올라가다 보면 산림욕로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기에 힘들면 그리로 내려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모든 통로가 폐쇄되어 있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청계산을 넘어야 했다. 피서를 겸해 산에 쉬러 갔다가 제대로 된 등산을 한 셈이 되었다. 아내의 체력이 걱정이었지만 잘 버텨주었다. 아내로서는 오늘 산행이 자신을 갖게 되는 의미 있는 걸음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산을 다 내려와서는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에너..

사진속일상 2010.08.20

서울대공원에서 청계산에 오르다

이번 청계산행의 들머리는 서울대공원 관리사무소 입구였다. 대개 과천 쪽에서 오르는 청계산은 서울대공원 오른쪽 길을 이용하지만 이번에는 왼쪽 방향을 택했다. 여기는 찾는 사람들이 적어 조용해서 좋다. 길도 완만한 오르막이어서 걷기에 편하다. 약 40분 정도 걸으면 청계산 주능선에 이르고 곧 옥녀봉이 나온다. 아내와 동행했는데 아내가 힘들어하면 반대쪽 양재로 하산할 계획이었으나 의외로 아내의 몸 상태가 좋아 정상을 오르기로 했다. 그래서 1천여 개의 계단을 지나 매봉에 오른 다음 바로 청계산 최고봉인 망경대(望京臺, 618m)까지 올랐다. 아내와는 며칠전에 퇴직 문제로 작은 다툼이 있었다. 빨리 퇴직하고 싶은 내 바람을 아내는 여전히 받아주지 않고 있다. 남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아내가 나는 야속한 것..

사진속일상 2009.07.11

신록의 청계산길을 걷다

서울대공원을 들머리로 해서 청계산길을 걸었다. 어제 비가 내린 뒤라 산길은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숲의 신록은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때다. 그중에서도 파스텔톤의 연두색은 이때만 감상할 수 있는 자연의 선물이다.봄숲의 연두색은 내가좋아하는 색깔 중 하나인데, 이때의 연두는 꽃보다 더 곱다. 이번 산행은 아내와 함께 했다.아내가 이만큼 걸을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제는 수술 전의 체력으로 거의 회복된 것 같다. 원터골에서 올라가는 청계산은 경사가 가파른데, 이곳 과천쪽에서 올라가는 길은 완만한 흙길이어서 걷기에 아주 좋았다. 앞으로 자주 이 길을 찾게 될 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울 근교 산은 휴일날이면 많은사람들로 북적댄다. 한적하게 산행을 즐기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오늘도 단체로 등..

사진속일상 2009.04.26

청계산 망경대에 오르다

대학 동기들과의 두 번째 정기 산행으로 청계산에 올랐다. 이번에는 여섯 명이 함께 했다. 옛골에서 등산을 시작했는데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왼쪽 능선을 탔지만 우리는 오른쪽 길로 들어섰다. 산허리를 따라 이어지는 흙길이 경사가 완만하면서 부드러워 걷기에 좋았다. 청계산(淸溪山)은 이름대로라면 맑은 계곡이 있을 법 한데 이름값을 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나마 우리가 오른 길이 청계산에서 제일 큰 계곡을 끼고 오르는 길이었다. 그 계곡 옆에서 잠시 휴식할 때 주위를 둘러보다가 꿩의바람꽃 군락지를 발견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직 꽃봉오리 상태였고 일부만 꽃잎을 수줍은 듯 열었다. 급경사를 올라혈읍재에 이르렀다. 혈읍재는세종시대의 유학자 정여창(鄭汝昌, 1450-1504) 선생이 청계산에 은거하고 있었는데 성리학..

사진속일상 2009.03.28

청계산에 오르다

자연은 마술사다. 한 바퀴 돌 때마다 옷 색깔을 바꾸는 마술사처럼 이즈음의 나무에서 돋아나는 새 잎들의 색깔 변화는 신기한 마술 그대로다. 하루가 다르게 나뭇잎의 색깔은 미묘한 변화를 연출한다. 사계절이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4월의 지금 이맘때가 가장 아름답다. 산 위에서 초록과 연둣빛의 물결을 바라보노라면 그 안으로 풍덩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봄 숲은 매혹적이다. 봄의 산길에서 나는 초록과 하나가 된다. ‘신록예찬’에 나오는 말대로 나의 안중(眼中)에도 신록이요, 나의 흉중(胸中)에도 신록이다. 빨리 가자는 재촉이 없다면 몇 시간이고 앉아 이 봄의 향연에 함께 하고 싶다. 어제는 삼삼회 회원들과 청계산을 올랐다. 원터골에서 출발하여 매봉과 망경대, 이수봉, 국사봉을 거쳐 정신문화연구원으로..

사진속일상 2008.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