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36

사회적 거리 두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처음에는 생경했으나 이제는 익숙한 말이 되었다. 코로나19가 바꾼 현실이다. 그러나 아슬아슬하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갈 게 뻔하다. 얼마 전에 TV에서 가게가 북적대는 모습을 보여주며 '보복 쇼핑'이라는 표현을 써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동안 참았던 쇼핑을 마치 보복하듯 해댄다는 뜻이다. 전혀 변한 게 없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이 전과는 달라지리라고 하지만 사실 얼마나 변할지는 의문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시적으로 물리적인 간격 두기에 불과하다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세상이 변하려면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의식이 변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우리들의 익숙한 사고나 습관과의 거리 두기로 연결되어야 한다. 억지로라도 달라질 세상..

참살이의꿈 2020.04.27

코로나 이후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지금과 달라질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심지어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역사를 구분하자는 얘기도 한다. 과연 그 정도일까? 코로나 이후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궁금한 문제다. 과연 자본주의 체제에 균열이 생길까? 인류가 개과천선해서 더 나은 대안적 삶을 찾을까? 이 정도가 아니라면 코로나로 세상이 바뀐다고 큰소리를 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코로나 이후의 세상이 얼마나 달라질지 회의적이다. 코로나19가 올해 안에 진정되고 경제 회복이 이루어지면 코로나19는 표피에 상처에 남긴 채 사라질 수 있다. 다만 코로나19가 수년간 지속하며 우리를 괴롭히거나,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는다면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때는 정말..

참살이의꿈 2020.04.19

다르게 살아보기

"감옥살이하느라 죽을 지경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집 안에서 갇혀 지내야 하는 친구가 한 말이다. 워낙 바쁘게 돌아다닌 친구니 그럴 만도 하다. "야, 이럴 때 좀 다르게 사는 방법을 배워 봐." 나는 친구와 달리 평소에도 방콕 형이다. 코로나19라 해도 별로 다른 게 없다. 오랜만에 큰소리칠 기회가 찾아왔다. 잠잠하던 우리 동네에도 확진자가 생겼다. 이웃 아파트에 사는 40대 남자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하루가 지나니 동선이 공개되었다. 확진 판정받기 전 며칠간 그가 들린 장소가 시간대별로 상세히 드러났다. "뭘 이렇게 싸돌아다녔지?" 내 입에서 나온 첫마디였다. 공기업에 다니는 사람인데 분주하게 산 게 한눈에 보였다. 점심 00음식점, 저녁 00음식점, 00당구장, 00치킨집 등 상호명만 바뀔 뿐 ..

참살이의꿈 2020.03.15

텅 비었다

하필 이 시국에 이빨이 고장 났다. 진통제로 버티지만 머리까지 욱신거리며 아프다.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려 했으나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다. 이상이 나타난 건 서너 달 전이었다. 딱딱한 걸 씹으면 통증이 오는 정도였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면 그럭저럭 지낼 만했다. 전에 다른 이빨도 그런 식으로 몇 달 참았더니 증상이 사라졌다. 이번에도 병원에 가지 않은 채 나을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그런데 웬걸, 나흘 전에 갑자기 통증이 찾아왔다. 아프면 어느 부위나 고통을 주지만 치통도 만만치 않다. 심해졌다 약해졌다 주기적으로 괴롭힌다. 죽으로 연명하면서 음식물 온도도 잘 맞춰야 한다. 조금만 뜨겁거나 차가워도 안 된다. 인상 쓰면서 밥을 먹어야 하니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단골 치과는 상가 건물 3..

길위의단상 2020.03.10

자방 격리

살짝 몸살기가 찾아왔다. 사흘 전에 물빛공원을 걸을 때 찬 바람이 불어서 좀 걱정이 되긴 했다. 콧물이 흘렀고, 몇 번 재채기도 나왔다. 그 뒤로 머리가 띵 하며 몸이 나른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환절기 연례행사를 치러야 하나 보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된 손주가 집에 와 있어 나는 어쩔 수 없이 자가 격리보다 더 센 자방(自房) 격리 중이다. 만에 하나 코로나19라면 큰일 날 일이니 문 닫고 방안에 갇혀 있다. 덩달아 치통까지 찾아와 요사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산다. 몸살기라도 사라져야 치과를 갈 텐데, 그저 진통제를 먹으며 버틸 수밖에 없다. 이런 시기에는 몸이 아프면 더더욱 안 된다.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은 기세가 상당히 수그러들었다. 한창때 수천 명씩 나오던 확진자 수가 지금은 백 단위로 줄..

길위의단상 2020.03.06

연이틀 걷다

코로나19로 떠들썩하지만 내 생활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바깥출입이 드문 방콕형이라 평소대로 지내는 게 격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아내는 생활 패턴이 확 바뀌었다. 배우러 다니는 강좌들이 닫히고, 집안에서만 버텨야 한다. 요사이는 답답해하는 아내 들러리로 같이 바깥나들이를 한다. 덕분에 연이틀 걷기를 했다. 공기가 깨끗하고 날씨가 좋은 탓도 있었다. 어제는 물안개공원을 걸었다. 주차장에는 차들이 가득했으나 공원이 워낙 넓어서 안에 들어가니 인적이 드물었다. 시절이 하 수상하니 사람들은 되도록 타인과 접촉을 피하려 한다. 북적이는 곳보다는 이런 한적한 장소가 인기다. 공원에는 평소보다 사람들이 더 늘어났다. 단체는 없고 전부가 두셋 정도의 가족끼리다. 우리도 그동안은 따로따로 노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진속일상 2020.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