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우면산을 넘어 동작에서 일원까지 걷다

샌. 2008. 9. 29. 10:50

9월 중순까지 끈질기게 늦더위가 이어지더니 며칠 전부터 기온이 떨어지면서 가을이 시작되었다. 하늘은 푸르고 대기는 맑다.청량하다는 말 뜻이 절로 실감되는 계절이다. 이런 때는 어디든 무작정 걷고 싶은 충동에 빠진다. 그동안 동분서주하느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어제는 오랜만에 걷기를 했다. 집에서부터 아내가 입원해 있는 병원까지 걸어서 간 것이다.

 

집에서 사당동으로 걸어나와 까리따스 수녀원 옆으로 해서 우면산에 올랐다. 그리고 서에서 동으로 산줄기를 따라 끝까지 갔다. 날씨 좋은 휴일인데도 이상하게 산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덕분에 조용한 산길을 걸을 수 있었다.

 



생각을 머리로만 하지 않는다는 것을 걸어보면 실감하게 된다. 손과 발이 규칙적으로 움직이면서 머릿속 생각도 단순해지고 몸의 리듬을 따른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비우는 데 걷기만큼 좋은 효과를 주는 것도 없다. 그저 발에 자신을 맡기고 걷다 보면 편안해지고 자유로워지는 느낌 속에 잠기게 된다.

 



우면산에는 시내를 조망하는 멋진 장소가 있다. 누구나 여기서 한 호흡 쉬었다 간다. 바로 밑에는 예술의 전당이 보이고 멀리 남산과 도봉산이 편안하게 누워 있다.

 



우면산을 내려서면 교총회관과 양재천이 나온다. 다리 위에서 본 양재천은 자연 하천과 비슷하고 물도 살아 있었다. 물에서는 길이가 한 자가 넘는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교육문화회관을 지나 양재동 꽃시장으로 해서 동쪽 방향으로 계속 걸었다. 8차로의 넓은 도로인데 옆으로는 보도와 자전거도로가 잘 만들어져 있었고, 또 그 옆으로는 버즘나무가 늘어선 흙길이 있었다. 도시 가운데에서 이런 길을 만날 줄이야,길을 걸으며 무척 행복했다.

 



다시 대모산으로 올랐다. 산에 들어가는 길에 구룡마을이 있다. 여기는 서울 속 그것도 강남에 남아있는 유일한 판자촌 마을이 아닐까 싶다. 수십 년이나 지금이나 마을 모습은 그대로다. 이 마을에 설 때마다 건너편에 있는 타워팰리스와 판자촌의 서글픈 대비를 보며 사회의 빈부 격차를 실감하게 된다.

 

병원에 도착하니 저녁이 되었다. 일요일이라문병 온 사람들이 많았다. 아내는 여전히 말의 발음이 정확치 못하고 얼굴 부기도 그대로다. 그러나 무사히 수술을 마친 안도감으로 표정은 밝았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 걸은 시간 ; 12:30 - 17:00

* 걸은 거리 ; 약 18 km

* 걸은 구간 ; 동작동 - 사당 - 우면산 - 교총회관 - 양재시민의숲 - 구룡마을 - 대모산 - 일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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