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아내가 퇴원하다

샌. 2008. 10. 3. 17:36

큰 수술을 받은 아내가 퇴원했다. 지난 달 22일에 입원했으니 꼭 열하루 동안 병원 생활을 한 셈이다. 머리를 감은 붕대는 그저께 풀었는데 두개골을 열고 수술 받은 흔적이깊었다. 이마 위로 해서 귀까지 30 cm 가까이나 길게상처가 나 있다. 아직도 아내는 발음이 분명하지 않고 기억도 오락가락 한다. 팔다리에는 시커먼 멍투성이다. 수술이 잘 되어서 다행이긴 하나 아내의 모습을 보면 여간 마음이 아프지 않다.

 

아내는 집에 와서도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계속 잠만 잔다. 지칠 만도 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옆에서 지켜보노라면 여간 안스러운 게 아니다. 빨리 회복되길 기도한다. 열하루 동안 아이들과 교대로 병원 출입을 하며 아내를 지켜 보았다. 특히 아이들이 애를 많이 썼다.병원에서는 2인 병실에 있었는데옆 자리에는 몇 사람들이 들어왔다 나가곤 했다. 마지막에는 한 초등학생 아이가 아내와 비슷한 증상으로 입원해서 검사를 받았다. 곧 수술을 받는다고 한다. 병원에 있어보면 안타까운 사연들이 한둘이 아니다.

 

아내는 수술을 마치고 회복실을 거쳐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오후 1 시에 시작된 수술이 저녁 7시가 되어서야 끝냤다. 생각보다 큰 수술이었다. 첫날 밤은 차 안에서 잠을 자며 대기를 했다. 중환자실에 있는 아내를 생각하면 이렇게라도 해야 내 마음이 편했다. 좋은 시설과 서비스로돌봐준 병원측에도 감사 드린다. 현대 의술이 아니었다면 아내는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몰랐을 것이다. 부디 앞으로는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뇌수술을 할 때는 톱으로 두개골을 절개한다고 한다. 물론 의료용 톱이겠지만 그 말을 들으니 섬찟했다. 아내의 증상이 가벼웠으면 두개골을 열지 않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 저 상처가 아무는 일만 남았다. 수술에 따른 부작용은 시간이 지나면 차차 사라진다고 한다. 빨리 건강한 모습을 되찾기를, 그래서 함께 나들이를 나가는 날이 속히 왔으면 좋겠다. 건강하다는 것이 더없는 축복이라는 것을 이번일을 통해서 몸으로 배웠다. 이 좋은 가을날을 아무 제약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한 감사한 일이 아니겠는가.

 

아내의 얼굴은 부기로 마치 스타킹을 뒤집어 쓴 것 같다. 안스럽다가도 어떤 때는 웃음이 나온다. 이제 입맛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살이 찌는 걸 걱정하니 수술이 잘 된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수술 후 아내는 어린아이가 되었다. 마음이 더없이 여려지고 약해졌다. 지금은 그동안의 입장이 역전되어 이젠 내가 음식을 챙겨야 되고, 아내는 안 먹겠다고 투정을 부린다. 내일부터는 집 밖으로 가벼운 산책도 함께 해 봐야겠다. 힘내요, 당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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