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괴산으로 나무여행을 가다

샌. 2008. 10. 9. 12:39



괴산에 고목이 많다는 얘기는 진즉에 들었던 터였다. 괴산(槐山)이라는 지명의 '槐'가 회나무 괴인데 회화나무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그러나 괴목(槐木)이라고 하면 느티나무를 가리키기도 한다. 지명에 나무 이름이 들어있으니 고목이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중부고속도로의 증평 IC에서 빠져나가 34번 국도를 타고 청안면 읍내리로 향했다. 천년의 은행나무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가는 도중에 눈썰미 좋은 동료가 연신 큰 나무들을 찾아내었다. 그중에서도 크고 멋있게 보이는 나무는 차를 세우고 찾아갔는데 첫 번째 나무가용기리 느티나무였다. 10여 분 쯤가다가 청용리에 있는 느티나무를 두 번째로 만났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나무는 전부 여덟 그루였다. 순서대로 적으면, 용기리 느티나무 - 청용리 느티나무 - 읍내리 느티나무 - 읍내리 회화나무 - 읍내리 은행나무 - 부흥리 느티나무 - 삼송리 왕소나무 - 오가리 느티나무로 느티나무 다섯, 은행나무 하나, 소나무 하나였다. 이 나무들은 따로 '꽃과 나무' 카테고리에 올릴 예정이다.

 



청안면 읍내리는 역사가 유구한 마을인 것 같다. 신라시대 때부터 여기가 행정중심지였던 모양이다. 남아있는 옛 관아의 동헌 건물과 주위의 오래된 고목들이 고풍스런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그리고 샘에 관심이 많은 동료를 따라 청안면 운곡리에 있는 옻샘도 찾아갔다. 이곳은 호산죽염된장으로 유명하다. 주인이 직접 안내해서야산 아래에 있는 옻샘을 보여주었다.직사각형 모양의 샘이었는데 맑은 물 속에는 도룡농이 놀고 있었다. 샘 자체보다도 이곳에 정착해서 죽염된장으로 성공한 주인 부부의 사연이 더 귀에 들어왔다.

 



집 뒤에는 수백 개의 장독이 이 집의 규모를 말해주고 있었다. 10여 년 전, 사업에 실패하고 방황하던 차에 스님으로부터 죽염된장 만드는 법을 배워서 지금은 된장으로 성공한 기업인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있는 된장 중의 하나가 이 집에서 만들어진다는 설명을 듣고 여기서 된장찌개로 점심 식사를 했다. 직접 재배한다는 유기농 나물 반찬도 무척 많이 나왔다. 약간 짜긴 했지만 된장에서는 토속적인 옛 맛이 느껴졌다.

 



돌아오는 길에서는 우연히 솔티 샘물을 만났다. 구전에 따르면 나병환자가 이 물을 마시고 병이 나았다고 한다. 바위에서 솟아나는 샘물은 맑고 담백했다.

 

속리산 북쪽 자락에 자리잡은 괴산은 산야가 무척 아름다웠다. 풍광 좋은 계곡도 많고 오래된 나무 또한 많았다. 마을마다 한 그루씩의 정자나무가 있는 듯 했다. 괴산 지역만도 며칠을 두고 다녀야 제대로 나무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 여행에서 만난 나무들 중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읍내리 은행나무와 삼송리 왕소나무, 그리고 오가리 느티나무가 특히 대단했다. 시간에 쫓겨 잠시밖에 곁에 있을 수 없었지만 언젠가는 넉넉하게 그들을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것이다. 하루 종일 나무들과 만난 행복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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