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종묘

샌. 2008. 8. 31. 17:55



나무를 보러 종묘에 갔다. 그러나 오래된 역사의 장소답지 않게 큰 나무는 없었다. 숲은 잘 가꾸어져 있었으나 유감스럽게도 나무를 통해서는 종묘의 역사성을 실감하기 어려웠다. 종묘를 상징하는 큰 나무 하나 쯤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태조 이성계는 한양으로 도읍을 옮긴 후 1395 년에 경복궁과 함께 종묘와 사직단을 세웠다. 종묘(宗廟)를 지어 조상께 고하고 제사 지내며, 사직단(社稷壇)에서는 토지와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올렸다. 왕조 때에는 조상께 제사 드리고 같은 혈통임을 확인하는 의식이야말로 정통성을 과시하는데 중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종묘는 왠지 쓸쓸하다.조선 왕조는 무너졌고, 그 왕조를 지탱해 주었던 이념도 연기처럼 사라졌다. 물론 지금 우리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이데올로기 역시 세월이 흐르면 낡은 골동품으로 변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철석 같이 믿고 있는 관념들 역시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저 종묘의 유적들이 곁코 남의 얘기가 아닌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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