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사당에서 방화까지 걷다

샌. 2008. 8. 25. 19:07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햇살은 따가우나 하늘에나 바람에는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긴다. 어제는 한강을 걸으러 나갔다. 무작정 걷고 싶을 때가 있다. 기분이 좋아서 마치 소풍을 가듯 가볍게 출발할 때도 있고, 마음이 답답해 뭔가 위로를 받고 싶어 무거운 마음으로 운동화를 신는 경우도있다. 내 경험으로 볼 때 걷는다는 것은 심리적 치유 과정이다. 걸음을 통해서 한쪽으로 치우친 감정이 균형있게 바로잡혀진다. 기쁨도 슬픔도 걷는 행위를 통해서 적절히 수위가 조절되고 쉽게 평상심으로 돌아올 수 있다.

 

집에서 출발해 국립현충원을 지나서 한강에 나갔다. 이번에는 하류 방향으로 멀리 행주대교까지 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선유도를 지난 그 아래 구간은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떠 있었으나 늦여름의 햇살이 따가웠다. 그러나 강바람은 서늘했다.

 



여의도 지구에 자연스레 생겨난 모래톱은 불어난 수위로 강물에 잠겼다. 보통 때는 모래사장을 걸어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우회를 해야 했다. 늘 감탄하며 바라보는 63 빌딩의 맵시, 그러나 누가 저 이쁜 피부에 낙서를 해 놓았는가. 기분 탓이었는지 왠지 눈에 거슬렸다. 'Love your life, Love your dream'.

 



양화지구를 지나서부터는 이렇게 직선의 단조로운 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왼편으로는 강변도로가 지나고 오른편으로는강과 인접해 있어 걷는 길 외에는 여유 공간이 없었다. 바로 옆에서 쉽없이 울리는 자동차 소음이 피곤했다. 아마 이 길을 일부러 다시 찾아올 일은 없을 것 같다.

 



힘들게 걸어서 방화지구에 이르렀다. 바로 맞은편이 행주산성이고 붉은색 다리는 방화대교다. 쉼없이 걸어서 여기까지 오는데에만 4 시간여가 걸렸다. 혼자 걸음이었으니 상당히 빠른 속도로 걸었다. 중간에 사발면으로 요기를 하느라 잠시 쉰 외에는 계속 걷기만 했다.

 

수 년째 한강을 걷다보니 한강에 나와 운동하는 사람들의 유행의 변화가 느껴진다. 최근들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고,작년까지도 흔히 볼 수 있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이 없어졌다. 기름값이 급등하면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강변길을 따라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자전거의 행렬은 보기에도 멋지다. 나도 자전거를 타고 싶지만 아직은 걷는 즐거움을 앗기고 싶지 않다. 걷는 속도야말로느리지만 아름다우면서 가장 인간다운 빠르기라고 생각한다. 길 옆의 작은 꽃과 눈맞춤하고, 바람에 살랑이는 물결도 보고, 지나는 사람의 표정을 살피며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는것은 발걸음만이 주는여유다.

 

한강 방화지구까지 걸은 뒤방화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특히 어제는 한강길 중 걸어보지 못하고 남아있던 마지막길을 경험했다, 이로써 서울을 지나는 양안의 한강 둔치길은 모두 걸어보았다.

 

- 걸은 시간 ; 11:00 - 16:30

- 걸은 경로 ; 사당 - 국립현충원 - 한강 동작지구 - 여의도지구 - 양화지구 - 가양지구 - 방화지구

- 걸은 거리 ; 약 22 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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